보내는 기사
그 남자는 가족과 만날 수 있을까… 자유 쟁취를 위한 투쟁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애플TV플러스 바로 보기 | 15세 이상
피터(윌 스미스)는 루이지애나주에 살던 흑인 노예다. 그는 농장주를 위해 일하다 가족과 생이별을 한다. 남군이 열차 선로 개설을 위해 흑인 노예 동원령을 내리면서 전선으로 끌려간다. 전선은 생지옥이다. 곳곳이 시체다. 탈영병 목이 나무에 걸려 있고, 부상자가 넘쳐난다. 흑인 노예의 목숨은 벌레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다. 언제나 꼿꼿하고 신앙심 깊으며 동료 돕기를 주저하지 않는 피터를 백인들은 보자마자 주시한다.
피터는 살아 돌아가 가족을 만나겠다는 목표가 분명하다. 자유를 얻고 싶은 열망이 강하기도 하다. 우연히 백인 감독관의 푸념을 듣는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노예 해방을 선언했고, 북군이 가까운 도시까지 다가왔다는 내용이다. 피터는 동료들에게 함께 탈출하자고 넌지시 권한다. 하지만 주변은 온통 늪이다. 북군을 만나려면 꼬박 4일은 걸린다. 노예 사냥꾼에게 잡히거나 악어 밥이 되기 십상이다.
피터는 단념하지 않는다. 탈출한다. 악랄한 노예 사냥꾼 파셀(벤 포스터)이 놀이 즐기듯 그를 쫓는다. 피터를 돕는 이는 아무도 없다. 뱀과 악어가 그를 노린다. 목적지는 멀기만 하다. 음식을 구하기도 힘들다. 그가 의지하는 건 하나님과 가족이다.
피터와 파셀 사이에서 펼쳐지는 추격전이 영화 대부분을 차지한다. 파셀은 부하와 개를 동원해 피터를 쫓는다. 피터의 무기는 두뇌와 용기다. 파셀의 잔혹성과 피터의 기지가 부딪히면서 만들어내는 서스펜스의 밀도가 높다. 하늘과 지상을 자유롭게 오가며 추격전을 중계하듯 보여주는 카메라의 움직임이 현란하기도 하다.
막바지는 남군과 북군의 전투 장면이 스펙터클을 이룬다. 남군 고지 점령을 위해 돌격하는 북군의 모습이 실감난다.
영화는 직설적이다. 비유는 없다. 핍박받는 흑인 노예를 통해 잔혹했던 역사를 복구한다. 미국 노예제도와 남북전쟁을 숱하게 들었다 해도 믿기지 않는 장면들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메시지는 뚜렷하다. 자유는 누군가 선물처럼 주지 않는다. 목숨 걸고 적극 나서 쟁취해야만 하는 것이다. 필사의 탈출에 성공하고도 운명이 쉬 바뀌지 않는 피터의 상황은 자유가 누구에게나 대가 없이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웅변한다. 피터는 결국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 지옥 속으로 또 뛰어든다.
영화는 뻔하나 거부할 수 없는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전개는 진부하고 인물들은 평면적으로 묘사된다. 피터를 괴롭히는 백인들은 그저 뼛속 깊이 악당일 뿐이다. 피터는 순결하고도 무고한 희생자이자 숨은 영웅으로만 묘사된다. 다양한 감정을 빚어내지는 못해도 누구나 마지막 장면에 마음이 흔들린다. 우리 대다수는 가족이 있거나 가족이 필요하니까.
1860년대 노예 농장을 탈출한 고든이라는 흑인 노예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고든은 등에 채찍을 맞아 생긴 흉터로 유명하다. 그의 등을 담은 사진은 전 세계에 퍼지며 노예제 폐지 운동에 힘을 실어주었다. 윌 스미스는 농익은 연기로 피터의 용기와 공포, 신념을 묘사해낸다. 숨소리 하나 비명 소리 하나에 진심이 담겨 있다. 스미스가 지난 3월 제94회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동료 배우 크리스 록의 뺨을 때리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아마 내년 남우주연상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지 않았을까.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45%, 관객 88%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