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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노조 정서'와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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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화물연대 파업은 북핵 위협과 마찬가지”(윤석열 대통령), “민폐노총(민주노총) 손절이 민심”(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정부 여당의 반(反)노조 발언이 거칠어졌다. 노조와 파업에 대한 냉랭해진 여론을 간파한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 지지율이 최근 상승세로 돌아선 데는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정부의 무관용 대응이 일정 정도 영향을 줬다고 풀이한다.
□ 노조와 노동운동가들이 국민들의 존경을 받는 시기도 있었다. 1996년 말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이 정리해고 법제화를 골자로 한 노동법을 날치기로 통과시키자 노동계는 총파업으로 맞섰다. 이듬해초 총파업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65~75% 국민들이 이를 지지했다. 노동운동가들은 의인과 순교자로 비쳤고 노동운동은 민주주의를 대변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하는 것으로 인식됐던 시기다. 지금 돌아보면 격세지감이다.
□ 노조에 대한 태도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는 기업규모다. 한 연구에서 ‘노조가 분배구조 개선에 기여한다’는 말에 긍정하는 30인 이하 기업 노동자들이 300인 이상 기업 노동자들의 절반이었다. 반면 ‘경제성장을 위해 노조활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말에 수긍한 30인 이하 기업 노동자들의 비율은 300인 이상 기업 노동자들보다 2배나 많았다(유형근·2017). 서구에서 반노조 정서는 거대노조의 부패(미국), 68혁명 이후 기존 노조의 소수자 배제(유럽) 같은 배경에서 싹텄다면 우리나라는 1997년 이후 가속화된 노동시장 유연화와 분절화에 노조가 대응에 실패한 탓이다. 대기업 노동자들이 자기이익을 지키는 데 급급한 사이 주변부 비정규노동자들은 더 불안정해졌다. 노조가 이기주의 집단이라는 보수진영의 공세는 이를 파고든 것이다.
□ 권익 향상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이 귀족노조로 매도당하고 북핵보다 위험한 존재로 취급받는 반노조 정서가 만연한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 경제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가교로서 노조의 역할은 유효하기 때문이다. 반노조 정서 극복의 해법은 노조의 손에 달려 있다. 직장 내 임금인상 투쟁을 넘어 사회안전망 구축 등 공공성을 위한 연대 강화, 자기희생 노력 외에 다른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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