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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계 개선으로 제조업 위기 넘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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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6 00: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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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의 활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산업이 있다. 공작기계산업이다. 공작기계에 의해서 만들어진 부품과 제품은 공작기계의 정도(精度)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에 공작기계산업의 기술수준은 그 나라의 제조기술을 규정한다.

근년 공작기계 생산 공장들을 몇 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 공작기계산업은 기술 축적에 오랜 기간이 요구되는 대표적인 자본재산업이라 일본, 독일을 따라가기 아주 어렵다고 한다. 공작기계의 핵심 부품은 NC와 서보모터, 드라이버 등이다. 원가의 30%를 차지하는 이들을 일본의 화낙 등으로부터 수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가격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한국 제조업의 침체를 반영하여 어려움에 빠진 공작기계산업. 선진국의 R&D 투자 비율은 매출액 대비 3% 수준이지만, 우리나라 업체는 1% 미만에 불과하다. 서울대를 비롯하여 대학교의 공작기계 랩은 과거 많았으나, 이제는 거의 사라졌다. 제조업의 스마트화 추진에 따라 공작기계의 고정도화·다기능화·자동화·디지털화가 진전되면서 선진국과의 격차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한국의 공작기계산업이 국제분업구조에서 차지하는 지위는 중기능 저가 시장이다. 독일이 고위기종 제품시장을 차지하고 있고, 일본이 중위기종부터 고위기종까지 폭넓은 시장을 갖고 있다. 중위권의 한국, 대만, 이탈리아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공작기계의 생산과 소비시장의 중심지인데, 2010년 이후 유럽의 공작기계업체들을 인수하면서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하면서 빠르게 추격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년 전 한국의 대표적인 공작기계 기업이 일본 공작기계업체를 밀어내고 중기능 저가격 시장(2축과 3축)이라는 국제분업구조의 특정 세그먼트에서 어렵사리 독자적인 지위를 획득했다. 표준기종을 개발하여 옵션만 제공해서 판매하는 일본 업체와 달리 R&D 엔지니어들이 딜러의 온갖 주문을 받아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방문한 공장들에서는 오래전부터 생산직 신입사원 채용 중지, 외주화, 주문생산 확대 등이 추진되어 왔다. 작업자의 숙련을 촉진하지 않는 호봉제, 일본 작업자에 비해 좁은 직무범위, 낮은 숙련수준도 공통적이다. 개념설계 역량은 현저히 떨어진다. 산업이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대기업 현장작업자의 평균임금은 연 8,000만 원 정도이다.

공작기계는 최적화된 부품을 미묘하게 조정하면서 조립하지 않으면 제품이 완성되지 않는 통합형 제품이다. 이 제품 유형에서는 오랫동안의 연구개발, 제조 노하우의 축적이 없으면 성장하기 어렵다. 생산노동자가 담당하는 조립과 조정에도 상당한 숙련이 요구된다.

한국 공작기계산업의 어려움은 시행착오와 실패경험의 축적에 따른 개념설계의 역량을 필요로 하는 통합형 제품에서의 한국 자본주의의 경쟁력 위기를 상징한다. 이 산업의 성장 지체는 국가의 산업전략과 기업 경영전략의 실패이며 고임금을 추구하였을 뿐 숙련형성과 기업발전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이른바 ‘민주노조운동’ 이념의 실패이기도 하다.

마침 지난 12일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서 노동시장개혁을 위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그중 하나는 호봉제를 숙련을 촉진시키는 다른 임금체계로 바꾸자는 것이다. 이것이 창의적인 경험지식에 보상하는 인사제도와 기업문화를 조성하여 활력이 떨어진 우리나라 제조업에 장차 약간의 생기를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정승국 고려대 노동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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