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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모호한 중대재해법 개정해야"... 법조계 "수사기관·사법부 판단 봐야"

입력
2022.12.16 09:30
수정
2022.12.16 09:5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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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1년, 논란에 답하다]
<하> 처벌보다 예방에 방점 찍어야

중대재해전문가넷 소속 회원들이 지난 7월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엄정한 집행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중대재해전문가넷 소속 회원들이 지난 7월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엄정한 집행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을 두고, 재계에선 줄곧 "법이 규정하는 경영책임자가 누구인지, 지켜야 할 의무가 무엇인지 모호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의적 법 해석으로 기업 대표가 무한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반면 법조계에선 "수사기관과 사법부 판단이 쌓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준이 만들어지지 않겠느냐"며 섣부른 개정론에 신중한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중대재해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꾸준히 내놨다. 정부에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 방향을 담은 건의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경총은 건의서를 통해 안전보건체계 확보 의무 내용이 담긴 시행령 4조를 특히 문제 삼았다. 시행령에 '충실히' '필요한' 등과 같은 추상적 표현들이 포함돼 있어 자의적 법 집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중대재해법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경영책임자 등의 정의가 모호하다는 점을 꼽았다. 처벌 대상을 경영책임자 등으로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조사를 받고 불필요하게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토대로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대표가 기소된 두성산업은 재판부에 위헌제청을 신청하기도 했다. "중대재해법 규정이 모호하고 불명확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법조계 의견은 재계 입장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 중대재해법 적용으로 형사처벌된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에 법 개정이나 위헌을 언급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취지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최근에야 검찰이 기소해 판례가 나온 것도 없다"며 "판결이 나오기 시작하면 힘을 얻는 해석이 나오고, 이런 해석이 노동계와 재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뒤 법 개정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중대재해법 규정이 모호하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목소리도 있다. 헌재 연구관 출신 한 변호사는 "재계에선 중대재해법 시행령에 등장하는 '충실히'라는 표현 등을 토대로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하지만, 시행령에서 부과하는 의무들은 내용이 구체적인 편"이라며 "기업에 상존하는 위험 요소들도 꽤 명백한 편이기 때문에 기업이 지켜야 할 의무는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일하는 사람의 생명을 지킨다는 법 취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사기관이 무조건 대표 처벌만 고집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노동 사건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부장검사는 "중대재해법에서 경영책임자 처벌 조항을 넣은 건 과거보다 더 안전한 작업 환경을 만들도록 긴장감을 주려는 의도도 있다"며 "처벌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법을 지킬 수 있도록 유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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