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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고마워한 '그 선수' 오현규 "볼보이로라도 돕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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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포지션 형들의 강점을 습득하려고 노력했어요.”
2022 카타르 월드컵 ‘27번째 태극전사’인 오현규(21·수원 삼성)는 이번 대회가 진행되는 내내 대표팀 선배들의 장점을 눈여겨봤다고 강조했다. 비록 등번호도 없는 예비선수로 참가한 대회지만, 그에게는 이번 월드컵이 축구 선수로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였다. 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난 오현규는 “(황)의조 형은 슈팅 템포가 굉장히 빠르고, (조)규성이 형도 그만의 확실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형들의 장점을 습득해 이를 경기장에서 써먹을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대표팀 경기를 관중석에 앉아 지켜봤다. 벤치에 앉을 수 없다는 사실에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었지만 그는 이런 상황이 오히려 좋은 경험이 됐다고 했다. 오현규는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니 그라운드 위나 벤치에서 못 보던 것들이 보였다”며 “평소에는 내 몸 상태를 체크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한 팀이 어떻게 경기를 준비하는지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마냥 관중석에만 앉아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현규는 경기 시작 전 ‘볼보이’를 자처하며 선수들의 슈팅 연습을 도왔다. 그는 “첫 경기였던 우루과이전에는 괜히 나서는 것 같아서 관중석에 앉아 있었는데, 그다음 경기부터는 ‘내가 공이라도 주워 오면 형들이 슈팅 연습을 한 번이라도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그라운드로 내려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끝나고 보니 흰 운동화가 (잔디 때문에) 초록색으로 변해 있었다”며 “그걸 보고 ‘아 나도 열심히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대표팀 동료들은 그의 이런 헌신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주장 손흥민은 “오현규가 대표팀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였다”고 말할 정도다. 그는 이에 대해 “제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 했을 뿐인데, 흥민이 형이 치켜세워서 정말 감사할 뿐”이라고 멋쩍어했다.
물론 낯선 옷을 입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는 “유럽파 선수들과 만난 적도 없고, 대표팀 생활을 오래했던 것도 아니어서 처음에는 외로움도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선배들의 대화에 조심스럽게 끼어들며 대표팀에 녹아 들었다. 오현규는 “형들이 (컴퓨터) 게임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길래 관련 질문을 던지면서 친해졌다”며 “나중에는 ‘(한국에) 돌아가기 싫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행복했다”고 말했다.
오현규는 포르투갈과의 경기가 끝난 후 그라운드 위에 엎드려 울고 있는 손흥민에게 다가가 스마트폰을 보여준 장면으로도 유명세를 탔다. 대표팀 막내가 주장에게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가 아직 안 끝났다고 일깨워 준 것이다. 그는 이에 대해 “사실 형들은 120% 이상의 힘을 쏟은 상태라 다른 경기를 신경 쓸 겨를도 없었고, 16강 진출 여부를 떠나 강호 포르투갈을 이겼다는 사실에 벅차 있었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형들에게 고생했다는 말부터 먼저 꺼냈어야 했던 것 같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대통령실 만찬을 다녀온 다음 날 체해서 한 끼도 못 먹었다”고 말할 정도로 오현규는 아직 사회 경험이 적은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다. 바꿔 말하면 앞으로 펼쳐 보일 미래가 더 많다는 의미다. 그는 “(병역의무를 마쳤지만) 연령별 대표팀이든 성인 대표팀이든 불러만 주면 이 한 몸을 다 바치겠다”며 “소속팀에서도 최선을 다해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일궈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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