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소리 없이 찾아오는 ‘무증상 뇌경색’...증상이 없으니 무시해도 될까요?

입력
2022.12.17 06:30
구독

분당서울대병원 공공의료본부 신경과 김도연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공공의료본부 신경과 김도연 교수


#10년 전 고혈압을 진단받은 70세 남성 A씨는 약 먹기가 두려워 혈압 약을 복용하지 않고 있었는데, 최근 들어 머리가 자주 아파왔다. 그는 불안한 마음에 가까운 병원에서 뇌 MRI를 촬영했다. 담당 의사는 뇌경색이 보인다며, 팔·다리가 마비된 경험이 있는지, 발음이 꼬이는 증상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러나 평소 그런 문제를 몰랐던 A씨는 없다고 답변했고 ‘무증상 뇌경색’을 진단받았다. 뇌경색에 충격 받은 A씨는 추가적인 검사를 받고 항혈전제와 고혈압 약제를 처방받았다. 현재는 금연 및 식습관 개선 등을 통해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뇌졸중? 뇌경색? 뇌출혈?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서 뇌 일부가 손상되는 질환을 뇌졸중이라고 합니다.

뇌졸중은 일반적으로 급작스레 발생하는데, 편측마비(반신마비), 어눌한 발음, 언어장애 등이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뇌졸중은 다시 뇌경색과 뇌출혈로 나눌 수 있는데, 뇌경색은 뇌혈관이 막힐 때 발생하며, 뇌출혈은 뇌혈관이 터질 때 발생합니다. 이 중 뇌경색은 뇌 조직으로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뇌세포가 파괴되므로 정맥 내 혈전용해술을 즉각적으로 시행하는 등 긴급 치료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모든 뇌경색이 관련 증상을 동반하는 지 궁금할 수 있는데, 증상이 없는 경우에는 ‘무증상 뇌경색’이라고 합니다.

무증상 뇌경색은 어떻게 발견되나?

뇌는 단일 기관이지만 담당하는 기능은 부위마다 다릅니다. 따라서 어떤 부위의 뇌세포가 손상되느냐에 따라 증상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즉, 운동기능을 담당하는 부위가 손상되면 편측마비, 언어와 사고능력을 담당하는 부위가 손상되면 언어장애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여기서 뇌경색이 발생해 뇌에 손상을 입었는데 환자가 증상을 느낄 수도 없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답변은 ‘그렇다’입니다.

뇌경색 크기가 작거나 상대적으로 담당하는 기능이 적은 뇌부위에서 뇌경색이 발생하면 본인이 증상을 자각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무증상 뇌경색은 자각 증상이 없기 때문에 우연한 기회에 CT나 MRI 검사를 하면서 발견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무증상 뇌경색의 주된 원인 및 치료는?

뇌경색의 발생 원인은 다양합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큰 뇌혈관에 발생한 동맥경화로 혈관 내경이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또는 이로부터 생성된 혈전이 혈관을 막아 발생하는 대혈관 질환 뇌경색입니다.

이외에 부정맥을 비롯한 다양한 이유로 심장 내에서 만들어진 혈전이 뇌혈관을 막아 발생하는 심장성 색전증에 의한 뇌경색 그리고 작은 혈관이 막히면서 발생하는 소혈관성 뇌경색 등도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뇌경색 환자는 뇌경색의 원인을 찾는 추가적인 뇌혈관 검사나 심장 검사를 시행합니다.

무증상 뇌경색도 일반적인 뇌경색처럼 발생 원인을 확인하고, 악화와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뇌졸중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합니다. 전문의는 뇌 영상 정보와 뇌혈관 검사, 심장 검사 등을 통해 무증상 뇌경색 원인을 찾습니다. 이후 치료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약제를 결정합니다.

어떤 환자들에게 주로 발생하나?

통계를 보면 무증상 뇌경색은 매년 0.3~3%정도 발생할 정도로 흔한 질환입니다.

나이와 질환 발병률은 비례하는데, 특히 50~60대를 기점으로 발생률이 급상승합니다. 아울러 고혈압, 흡연, 기타 대사 증후군, 경동맥 동맥경화, 부정맥 종류 중 하나인 심방세동, 심장수술 경험 등이 있는 환자는 무증상 뇌경색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위 조건을 가진 환자는 뇌경색이 없더라도 무증상 뇌경색을 예방하기 위해 혈압·혈당 관리, 금연, 체중 관리 등 꾸준한 운동과 함께 생활 습관을 개선해야 하며, 심방세동이 있다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증상이 없어도 조심해야 하나?

무증상 뇌경색이 위험한 이유는 증상만 없을 뿐이지 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여러 연구에서 무증상 뇌경색은 2차 뇌경색 위험을 2배 상승시킬 뿐만 아니라 치매, 보행 장애 발생도 높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울러 기억력을 비롯한 인지 기능 저하 속도를 높이고 무증상 뇌경색이 축적되면 실행력, 사물인지력, 지능, 주의 집중력, 언어기능 등에 영향을 끼칩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우울증과도 연관돼 있다고 하니, 무증상 뇌경색은 증상만 없을 뿐, 절대 무시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닙니다.

무증상 뇌경색 환자는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고혈압, 당뇨병, 대사 증후군, 흡연 등 혈관성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뇌경색 환자는 반드시 위험인자를 철저히 관리해야 합니다. 아울러 혈압 수첩을 작성하면서 혈압의 추세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처럼 무증상 뇌경색 치료와 함께 생활 습관 개선이 동시에 이뤄져야 뇌경색의 재발을 막을 수 있습니다.

최근 MRI나 CT 등 영상검사가 보편화됨에 따라 무증상 뇌경색이 많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 질환은 무시해서는 안되지만 그렇다고 크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뇌졸중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원인을 확인하고 적절히 치료만 받는다면 일상생활을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무증상 뇌경색이 진단된다면 지체 없이 검사 및 치료를 받아 뇌경색의 재발도 막고 치매를 예방하도록 해야겠습니다.

이범구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