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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하다 콜라 훔친 죄로 실형 6개월 산 지적장애인, 결국 다시 길거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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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고 싶어요. 집에 언제 가요? 나가고 싶어요."
강원 춘천시 한 가게에서 콜라 등을 훔쳤다가,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받은 지적장애인 이현수(가명·39)씨는 국선변호인을 만날 때마다 '집에 가고 싶다'는 말만 반복했다.
현수씨는 스스로 의사 판단이 어려운 심한 지적장애가 있고, 전문가의 의학적 소견에 따르면 정신질환도 앓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그는 '상당 기간 위생상태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노숙 생활을 해 왔고, 가족도 그를 돌볼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5월에 구속된 현수씨는 형량을 꼬박 다 채우고서야 지난달 15일 춘천교도소에서 석방됐다. 그러나 12월 현재 그토록 원하던 부모님이 계신 '따뜻한 집' 대신, 춥고 외롭고 방치된 '길거리'에서 다시 노숙을 하고 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현수씨는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춘천시 한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에서 콜라 등 식음료품을 67차례 훔쳤다가 구속 기소됐다. 총 피해액은 17만6,600원. 한 번에 2,600원 남짓 소액이다. 다만 반복적인 범행에 가게 주인은 고통을 호소했다.
지적장애를 가진 현수씨는 범행의 의미와 결과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심신미약), 오랜 노숙 생활로 굶주린 상태에서 음식물을 무단으로 꺼내 먹는 데에 이르렀다(생계형 범죄).
법원도 '감경 사유'인 이런 사정을 알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피고인의 이익'을 이유로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피고인을 이대로 석방할 경우 다시 노숙 생활로 돌아가 재범을 방치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춘천지법 형사1단독 진원두 부장판사는 우선 현수씨를 '치료감호소'에 보내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 법무부 산하 치료감호소는 정신과적인 치료가 필요한 범법 정신질환자 등을 수용·치료하는 기관이다. 재판부는 "치료감호로 피고인의 행동이 개선될 수 있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고, 장기간 강제적인 입원이 수반되는 점에서도 상당하지 않다"고 봤다. 검찰 역시 치료감호를 따로 청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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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집행유예(석방)는 곧 '방치'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려했다.
진 부장판사는 "발달장애인지원센터는 피고인이 현재 지역사회로 되돌아올 경우 행려생활로 돌아갈 확률이 높다는 의견을 제출했다"며 "중증 장애인 거주시설에 입소하려면 대기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 시설(교도소) 내 처우를 통해 입소를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결문에서 밝혔다. 항소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법원 판결로 사실상 현수씨를 위한 대책 마련에 6개월의 시간이 주어진 셈이었다. 그러나 발달·정신장애인 시설 부족과 정신의료기관 입원 절차의 맹점 등으로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시 길거리 생활 중이다.
지자체와 관련 당국 등의 말을 종합하면, 현수씨는 출소 당일 춘천시장애인복지관 담당자, 부친과 함께 장애인 단기거주시설과 정신의료기관을 차례로 방문했지만 당사자의 거부로 입소·입원 조치가 이뤄지지 못했다. 결국 부모가 사는 집에 돌아갔지만 이튿날 가출했다. 부친이 아들을 찾으려 경찰서도 갔지만, 길거리를 떠도는 특성상 그의 정확한 소재지를 파악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춘천시청 관계자는 "그나마 당사자가 집 주변을 배회하고는 해서 아버지가 마주칠 때면 용돈을 주거나 옷을 갈아입혀 준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설득해도 집에는 안 가려는 상황"이라며 "의료자문을 받아보니 (반복적 가출 등이) 단순 지적장애로 인한 것은 아니고, 정신질환 증상이 의심된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복수의 관계자 전언에 따르면, 현수씨 부모 역시 정신적·정서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아들에 대한 적절한 보호조치를 할 여력이 안 되는 상황이다.
실은 춘천시청 복지정책과, 춘천시장애인복지관, 강원도 발달장애인지원센터 등 관련 기관은 현수씨가 체포되기 전부터 그를 돕기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시청은 대기만 수년이 걸리는 장애인 생활시설 입소에 앞서, 우선 그의 정신과적 증상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어렵게 입소를 하더라도 본인이 거주 필요성을 못 느끼고 다시 퇴소하겠다고 하면 달리 조처할 방도가 없어서다.
그러나 정신의료기관 입원 절차부터 험난했다. 우선 당사자는 치료 필요성에 대한 이해나 욕구가 없는 상황이므로 '자의 입원'은 불가능하다. 보호자의 동의가 있을 경우엔 '보호 입원'이 가능하지만, 부모도 아들이 정신과적 문제로 입원하는 걸 우려하며 시청의 거듭된 설득에도 병원 입원을 원하지 않았다.
뒤늦게 부모는 아들의 입원을 위한 병원 방문에 동의한 상태다. 시청 관계자는 "출소 이후 저희가 보호자를 지속적으로 만나고 설득해서, 지금은 부모님이 강원대병원이나 다른 병원에 동행해보시겠다고까지는 한 상황이지만 당사자를 찾는 것도 문제고 그분을 병원까지 모시고 가는 데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자·타해 위험성이 높은 응급상황이나 실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경찰 협조를 받아 당사자를 병원까지 사실상 강제구인하는 절차를 밟기도 쉽지 않다.
결국 '교도소 내에서 거주시설 입소를 기다리는 게 최선'이라는 법원 판결이 무색하게 현수씨는 집에도, 시설에도, 병원에도 가지 못하고 있다.
춘천시청에서는 사건 발생 전부터 춘천 소재 한 지적·발달장애인 생활시설에 입소 대기를 걸어둔 상태지만, 언제 자리가 날지 기약이 없다.
시청 관계자는 "저희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성인 장애인, 정신장애인 관련 보호·거주시설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다"면서 "현수씨가 순번 2번이기는 하지만 1번 분도 1년 넘게 대기한 상황이고, 현수씨 차례가 와도 본인이 거부하면 입소가 어렵기 때문에 치료를 먼저 받아서 증세가 완화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의 '2021년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숙인 네 명 중 한 명꼴(22.5%)로 조현병, 우울증, 알코올의존증 등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생활시설에 거주하는 노숙인은 94.6%가 치료 경험이 있지만, 거리 노숙인은 32.1%에 불과했다. 지역정신보건센터 소속 정신건강전문요원들은 이미 지역사회 업무도 과중해 노숙인 종합지원센터와 연계 활동을 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내가 죽으면 자식이 길거리로 내몰릴까 두렵다'고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호소한다. 부모마저 보호할 여력이 안 되고 당사자가 정신질환까지 가진 경우에는 교도소와 길거리를 회전문처럼 오갈 수 있는 게 대한민국의 복지 현실이다.
성인 발달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을 돕고 교육하는 ‘어깨동무연구소’의 이미정 소장은 “이분 사례처럼 현재 국내 시스템 안에서는 도전적 행동 같은 어려움을 가진 발달장애인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아무 데도 없다”면서 “(문제 행동을) 약물로만 억제할 게 아니라 욕구에 대한 통제 훈련과 행동중재 개입이 어렸을 때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이어 “거주지나 기관에서 집중적으로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행동과 욕구를 분석하고, 공동생활 과정에서의 의사표현이나 욕구조절 방법을 학습해야 하지만, 현재 한국에는 관련 전문가가 많지 않을뿐더러 정부가 민간에 모든 것을 떠넘기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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