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화를 닮은 대관령 운해

입력
2022.12.14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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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평창군 발왕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대관령에는 겨울철을 맞아 설경 대신 시간대별로 색깔이 바뀌는 운해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강원 평창군 발왕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대관령에는 겨울철을 맞아 설경 대신 시간대별로 색깔이 바뀌는 운해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어느덧 달력이 한 장밖에 남지 않았다. 매년 이맘때면 일출과 함께 눈 덮인 대관령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강원 평창군 발왕산을 찾게 된다. 지난 4일에도 눈 소식을 듣고 밤길을 달려 발왕산을 찾았다. 하지만 예정보다 조금 늦게 정상에 도착한 탓에 일출을 볼 수 없었다. 더군다나 눈이 조금밖에 안 내려 고대했던 대관령의 그림 같은 설경도 볼 수 없게 되었다.

강원 평창군 발왕산 정상에서 본 운해가 시간대별로 색깔이 변화면서 장관을 이루고 있다.

강원 평창군 발왕산 정상에서 본 운해가 시간대별로 색깔이 변화면서 장관을 이루고 있다.

올해는 유독 겨울 가뭄이 심하다. 이대로라면 화이트 크리스마스는커녕 가뭄으로 인한 피해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겨울에 이렇게 눈이 내리지 않으면 내년엔 농사가 힘들 뿐만 아니라 산속 나무들도 커다란 피해를 볼 것이 자명하다. 특히 올해 산불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울진과 강릉 지역에 겨울 가뭄마저 든다면 재생의 몸부림을 치고 있는 나무들에는 치명적일 것이다.

강원 평창군 발왕산 정상에서 본 운해가 시간대별로 색깔이 변화면서 장관을 이루고 있다.

강원 평창군 발왕산 정상에서 본 운해가 시간대별로 색깔이 변화면서 장관을 이루고 있다.

발왕산 정상에서 메마른 대지를 바라보니 이런저런 걱정으로 마음이 스산해졌다. 어느새 발밑으로 내려다본 산 아래는 운해가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햇빛을 받은 양지는 시시각각 파란 형광색이 덧칠해졌고 하늘은 탐스러운 살구 빛으로 물들어갔다. 햇빛을 받지 못한 음지는 마치 먹으로 산수화를 그린 듯 흑백의 명암이 뚜렷했다. 이토록 자연이 신비롭고도 경이롭다니... 비록 환상적인 설경은 보지 못했지만 메마른 산하를 보듬는 운해의 모습은 깊은 울림을 주었다.

강원 평창군 발왕산 정상에서 본 운해가 시간대별로 색깔이 변화면서 장관을 이루고 있다.

강원 평창군 발왕산 정상에서 본 운해가 시간대별로 색깔이 변화면서 장관을 이루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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