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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절충, 정쟁으로 깨지 말라

입력
2022.12.12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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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ㆍ이상민 여야 대립에 국회 표류
‘국정 개선’ 바라는 국민 여망 부응해
예산안ㆍ법인세 등 균형 찾아 절충해야

주호영(왼쪽 사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돌아서고 있다. 연합뉴스

주호영(왼쪽 사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돌아서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에선 ‘이재명 대표 사수’가 사활이 걸린 문제일 수 있다. 정부ㆍ여당에선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인물일 것이다. 하지만 국민 다수에겐 이재명이든 이상민이든, 반드시 지켜야 할 사람들은 아니다. 이 대표는 군부독재 시절의 김대중이 결코 아니며, 이 장관을 대체할 장관감도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 국민에게 정작 중요한 건 이재명이나 이상민이 아니라, 정권교체 후 첫 정기국회를 지나며 나라가 실제로 어떻게, 얼마만큼 바뀌고 있느냐일 것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삶을 국가가 책임진다고 했다.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거둬 빈자에게 나눠준다며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3%포인트 올렸다. 문 전 대통령은 “부자와 대기업이 세금을 좀 더 부담하고 그만큼 더 존경받는 세상이 바람직하다”고도 했다. 최저임금을 급격히 끌어올리고,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한 것도 다주택 투기 억제와 함께 부자 증세를 겨냥한 셈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접근법이 옳지 않다고 본다.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 강화는 당연한 국가의 책무지만, 국가가 국민 전체의 삶을 ‘책임지는’ 정도까지 가겠다는 건 헛된 구호일 뿐, 실현도 어렵고 부작용도 크다고 여긴다. 국민 각자가 자유롭게 자신의 최대 이익을 위해 노력하고 경쟁할 때 국가 전체의 번영도 증가하고, 취약자를 보살필 사회적 여력도 키울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ㆍ여당은 이번 국회에서 법인세(최고세율)를 22%로 다시 낮추고, 종부세도 애초엔 다주택자 중과세율 폐지를 포함해 과세를 크게 완화하는 세법 개정안을 냈다. 명분은 법인세의 경우, 현행 법인세율이 OECD 회원국 평균(21.5%)보다 높고, 지방세(2.5%)를 포함하면 대만(20.0%)보다 무려 7.5%포인트나 높아지는 등 주요 경쟁국 대비 조세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논리다. 종부세는 세금으로 투기를 막는다는 발상 자체가 틀렸고, 무리한 ‘징벌적 과세’로 무고한 피해자만 양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의석 169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법인세 인하 및 종부세 완화안을 ‘초부자 감세’로 몰아붙이며 정부ㆍ여당과 치열한 샅바 싸움을 벌이고 있다. 정권은 내줬지만, 국정을 좌우할 의회 권력의 절반 이상은 여전히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정부ㆍ여당에 확실히 일깨우려는 듯한 모양새다.

흥미로운 점은 여야 간 팽팽한 권력 분점이 쟁점 법안인 법인세와 종부세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묘한 절충선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종부세의 경우, 무리한 징벌적 과세는 분명히 문제지만 다주택 중과세율이 지나친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는 기제가 된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야 간 이 두 가지 입장이 맞서면서 종부세 중과세율(1.2~6.0%)을 적용하는 다주택자 범위에서 조정대상 지역의 2주택자를 빼고, 3주택 이상을 보유해도 주택 공시가격 합산금액이 12억 원 이하이면 중과세율을 적용하지 않는 방향의 절충안이 부상하고 있다.

법인세 인하안 역시 정부ㆍ여당의 의도대로는 가기 어렵게 됐다. 2021년 기준 법인세수 총액은 약 70조 원이다. 여기서 세율을 3%포인트 낮추면 단순 산식으로 기업들로서는 약 8조 원의 법인세를 절감하게 되며, 그걸 투자로 돌려 경기활성화를 꾀하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일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완강히 반대하면서 인하율을 2%포인트 내외로 조정하는 대신,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는 대안을 모색하는 쪽으로 여야 간 논의가 진전되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표와 이상민 장관을 둘러싼 지나친 정쟁이 그나마 개선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법인세와 종부세 절충까지 완전히 무산시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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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철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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