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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외교 "정상 교류 계속"...비핵화 역할은 원론 그쳐

입력
2022.12.12 20:06
수정
2022.12.12 21:1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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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역내 공급망 확대 등 회담 테이블에
박 장관 "北 도발 막기 위해 양국 협력 필요"
왕이 부장 "한반도 문제에 건설적 역할 할 것"

박진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12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집무실에서 왕이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화상으로 회담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박진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12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집무실에서 왕이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화상으로 회담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한중 외교 장관이 12일 화상으로 회담을 가졌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만나 양국 간 소통 필요성을 공감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양 장관은 교류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한반도 최대 현안인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에서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오후 4시 30분부터 1시간 15분간 화상 회담을 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양국 외교장관 회담이 열린 건 지난 8월 박 장관이 중국 칭다오를 방문한 이후 4개월 만이다.

당초 왕 부장은 회담을 위해 방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여전히 엄중하고 장쩌민 전 주석 사망 여파 등이 겹쳐 비대면회담으로 선회했다.

한한령 직접적 언급은 없어…문화 콘텐츠 교류 확대하기로

외교부는 이날 회담에서 △북핵 문제 △역내 공급망 소통 확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및 서비스투자 공식협상 재개 △항공편 증편과 인적 교류 확대 및 문화콘텐츠 교류 활성화 등을 다뤘다고 설명했다.

양 장관은 우선 한중정상회담이 양국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시 주석의 방한 등 정상 간 교류 모멘텀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긴밀히 소통해나가기로 했다. 양국 정상회담이 언제든 다시 열릴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 장관은 "북한이 7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을 자제하고 비핵화 대화의 길로 나오도록 하기 위해 한중 간 긴밀한 협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북핵 문제 해결의 지렛대인 '중국 역할론'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중국은 북한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충분한 능력과 국제사회에서의 책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에 대해 왕 부장은 "한반도 문제에 건설적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우리의 기대에 못 미치는 기존의 원론적 입장에 그친 셈이다. 중국이 말하는 '건설적 역할'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지칭하는 것으로, 우리가 중국에 요청하는 대북 압박이나 핵 포기와는 다른 뉘앙스다.

박 장관은 또 "중국 측이 우리의 ‘담대한 구상’ 등 북한과의 대화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앞서 윤 대통령과 회담에서 "북한이 적극 호응해 온다면"이라고 단서를 달거나 "한국이 남북관계를 적극 개선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며 거리를 뒀다. 북한은 윤 대통령의 대북 기조인 담대한 구상을 이미 거부한 바 있다.

최근 관심이 고조된 '한한령(한류제한령)' 해제를 놓고 양측이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뤘는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양 장관은 문화 콘텐츠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적극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한중정상회담 이후 중국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 우리 드라마와 영화가 여러 편 선보이면서 중국이 빗장을 조금씩 풀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는 상황이다.


유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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