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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규율의 정교화

입력
2022.12.13 04:30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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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센터 화재 이후 당국은 플랫폼 산업에 대한 문제점을 재조명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 유럽, 미국, 중국에서 플랫폼 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대내외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플랫폼 산업에 대한 정책과 제도를 어떻게 설계하여야 할까?

유럽의 토종 플랫폼 중 세계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가진 기업은 거의 없다. 유럽의 플랫폼 규제는 주로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하며 사실상 역내 기업을 보호하는 정책이다. 또한, 미국과 중국은 플랫폼 산업에 대한 우호적 정책을 장기간 펼쳐왔기 때문에 현행 규제는 '당근'을 제공한 이후 비로소 휘두르는 '채찍'으로 보아야 한다. 반면, 그동안 우리 정책당국은 기업에 충분한 '당근'을 주었는가? '채찍'에만 의존하는 정책은 실패하기 쉽다.

최근 중국의 규제 상황을 언급하면서 우리나라 역시 규제를 강화하여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당국의 규제로 인하여 기존 플랫폼이 경쟁력을 잃더라도, 이를 대체하려는 기업은 여전히 중국 기업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의 강력한 규제는 국내 플랫폼을 정체시키면서 해외 기업에 반사이익을 안길 가능성이 크다.

정책을 구상할 때 규제당국은 플랫폼 규제가 미치는 경제적 영향이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다른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가령, 중국 정부가 자국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면 주가가 하락하겠지만, 적지 않은 중국 기업이 해외(경외)에 상장되어 있어 직접적 영향은 해외 자본시장에서 발생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그 영향은 우선 국내 자본시장에 미친다.

강화된 플랫폼 규제가 국내외 기업에 균등하게 적용될 것이라는 예상과 기대가 있다. 하지만, 해외 통신시설을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글로벌 거대 플랫폼에 대하여 우리 당국이 공권력을 집행하는 것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플랫폼 규제 강화는 처음 의도와 달리, 우리 기업을 역차별하는 정책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플랫폼은 국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문제가 있는 경우 정부의 개입은 시장경제 질서 유지 차원에서 당연하다. 그러나 해외 사례를 피상적으로 이해하여 성급하게 규제하려는 경향은 지양하여야 한다. 해외 플랫폼 정책과 규제는 자국 산업 보호와 자본시장 현황 등 제반 상황을 고려한 이후 확정된 제도이다. 네트워크 효과, 고착 효과, 규모의 경제 등의 특성을 지닌 플랫폼 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외국 플랫폼의 세력 우위로 이어진다. 또 개인정보, 데이터 주권 및 표현의 자유 등 헌법 가치에 관한 문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정책당국이 플랫폼 규제정책에 대한 시각을 합리적으로 재조정하리라 기대한다.



강상엽 북경대 국제법학원 정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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