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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위 존립 이유 없다"는 신임 진실화해위원장... 안팎서 우려 목소리

입력
2022.12.12 00:1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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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진실화해위원장에 김광동 임명
4·3사건 비하, 위원회 무용론 등 숱한 논란

김광동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위원장. 대통령실 제공

김광동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위원장. 대통령실 제공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에 ‘뉴라이트’ 계열 인사로 분류되는 김광동 현 상임위원이 임명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진실화해위는 독립운동, 6ㆍ25전쟁 민간인 희생, 권위주의 정권 시절 인권유린 사건 등의 진상을 규명하는 독립기구다. 이런 기구의 수장으로 제주 4ㆍ3사건을 공산주의 폭동으로 규정하거나, 독재 미화 전력을 지닌 김 위원장을 임명하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조직 내부에서조차 “제대로 된 진상규명 작업은 물 건너갔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대통령도 4·3 추모했는데... 위원장은 "폭동"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4월 3일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4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추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4월 3일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4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추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뉴라이트 단체에서 출간한 ‘대안교과서 한국 근ㆍ현대사’ 집필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 식민지 근대화론, 이승만 국부론, 박정희 경제성장 주역론 등의 내용을 담아 거센 친일ㆍ독재 미화 비판에 시달렸다. 그는 또 ‘이승만 깨기, 이승만에 씌워진 7가지 누명’ ‘박정희 새로 보기, 오늘에 되살릴 7가지 성공모델’ 등의 도서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승만ㆍ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功)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취지의 책이다.

무엇보다 국가폭력에 의해 자행된 과거사를 대하는 김 위원장의 인식이 문제다. 그는 2009년 한 세미나에서 무고한 희생자가 다수 발생한 4ㆍ3사건을 “공산주의 세력에 의한 폭동”으로 규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보수정당 출신으로 처음 올해 4ㆍ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무고한 희생을 기억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심지어 김 위원장은 같은 해 언론 기고문에서 “과거사위는 존립해야 할 이유가 없다. 역사 왜곡과 분열만을 확대한다”며 진실화해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기도 했다.

진실화해위, 다시 이념 전장 되나

형제복지원 피해자협의회 회원들이 10월 14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건물 앞에서 위원회의 결정문 수령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형제복지원 피해자협의회 회원들이 10월 14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건물 앞에서 위원회의 결정문 수령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진실화해위 내부 분위기는 벌써부터 뒤숭숭하다. 한 직원은 “김 위원장의 발언은 꽤 충격적”이라며 “진상규명 작업에 부적절한 이념이 개입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진실화해위는 1기(2005~2010년) 때인 2009년에도 뉴라이트 성향의 이영조 당시 상임위원이 위원장에 임명된 뒤 ‘보수화’ 색채가 뚜렷해지면서 홍역을 치렀다.

과거사 희생자 유족 단체들은 김 위원장의 임명 철회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유족회 관계자는 11일 “5ㆍ16쿠데타를 ‘4ㆍ19혁명 계승’으로 주장하고, 민간인 학살의 원흉인 이승만과 유신독재 박정희를 극찬한 인물”이라며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보수진영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으나, 진실화해위가 다시 이념 논쟁에 휘말리는 것을 경계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독립기구인 진실화해위가 보수ㆍ진보의 싸움판이 되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12일 국립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공식 업무에 들어간다. 그는 “잘못된 부정의를 바로잡고 화해와 통합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방향으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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