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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유명한 문제아야!” 야쿠자까지 끼어든 중학생 싸움

입력
2022.12.11 16: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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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이타마에서 비행 청소년 간 다툼
폭력단원 불러 새벽 4시간 동안 폭행

사이타마현 경찰본부가 있는 사이타마시 소재 사이타마 현청 제2청사 전경. 위키피디아

사이타마현 경찰본부가 있는 사이타마시 소재 사이타마 현청 제2청사 전경. 위키피디아


중학생들이 '누가 더 유명한 문제아인지'를 놓고 싸우다 '야쿠자’로 불리는 조직폭력배까지 끌어들인 사건이 일본 사이타마현에서 일어났다.

지난 9월 한 남학생(14)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여학생(15)에게 “너 귀엽네. 나는 사이타마에서 유명한 양키다”라는 비밀 메시지를 보냈다. 여학생은 “나야말로 사이타마에서 유명한 양키다”라고 답장했다. '양키'는 일본에서 1980년대부터 '비행 청소년'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돼 왔다. 한국의 ‘일진’과 비슷한 어감이다.

두 학생은 각자 자신을 따르는 무리를 거느리고 10월 1일 만나 '누가 더 유명한 양키인지'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 말싸움으로 성에 차지 않았던 여학생은 폭력단 스미요시카이의 조직원 오구치 나오토(25)에게 연락해 남학생을 혼내 주자고 했다. 스미요시카이는 도쿄도 미나토구 아카사카에 총본부를 둔 폭력단체로, 지난해 기준 조직원 2,600명을 거느리고 있다.

도쿄 미나토구 아카사카에 본부를 둔 일본의 지정폭력단(일명 '야쿠자') '스미요시회'의 문장. 폭력단원들은 소속된 조직의 문장을 새긴 배지를 항상 착용하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키피디아

도쿄 미나토구 아카사카에 본부를 둔 일본의 지정폭력단(일명 '야쿠자') '스미요시회'의 문장. 폭력단원들은 소속된 조직의 문장을 새긴 배지를 항상 착용하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키피디아


다음 날 새벽 오구치는 폭주족 등 20명을 소집해 남학생의 집에 몰려가 그를 납치했다. 남학생은 4시간 동안 시내 곳곳으로 끌려다녔고, “죽여버리겠다”, “손가락을 잘라버리겠다”는 협박을 들었다. 쇠파이프와 주먹으로 폭행을 당해 갈비뼈와 코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3개월의 중상을 입은 채 길거리에 버려졌다.

간신히 집으로 돌아간 남학생은 경찰에 피해를 신고했다. 경찰은 집 주변의 방범카메라 등을 확인해 가해자를 특정했고, 이달 8일 오구치를 포함해 총 11명을 상해, 감금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용의자 다수가 중고등학생이었다.

일본에선 1990년대 '양키'(비행 청소년)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가 유행했다. 대표적 작품 중 하나인 '쇼난준아이구미'(한국 제목 '상남 2인조')의 표지.

일본에선 1990년대 '양키'(비행 청소년)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가 유행했다. 대표적 작품 중 하나인 '쇼난준아이구미'(한국 제목 '상남 2인조')의 표지.


관련 기사를 접한 일본인들은 충격을 받았다. “양키들의 다툼은 1980~1990년대엔 흔했지만, 지금은 만화에나 나오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며 놀라워했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 ‘오늘부터 우리는’ ‘상남 2인조’ 등 양키들을 주인공으로 한 만화가 유행했다. 최근에는 청소년 폭력집단을 주인공으로 한 ‘도쿄 리벤저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한 네티즌은 “중학생들의 싸움에 폭력단원이 끼어들다니 한심하다. 폭력단체가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는 평판에 먹칠을 한 셈”이라고 혀를 찼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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