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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압 통치 타도"...이란 '최고 지도자' 여동생도 반정부 시위 지지

입력
2022.12.0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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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네이 여동생 "국민 승리 보고 싶다"
이란 거주하면서 친오빠에게 '쓴소리'
美타임, '올해의 영웅'에 '이란 여성'

지난달 25일 카타르 월드컵 B조 이란과 웨일스 경기가 열린 알라얀 경기장에서 한 관객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문사한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를 추모하며 그의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들고 있다. 알라얀=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카타르 월드컵 B조 이란과 웨일스 경기가 열린 알라얀 경기장에서 한 관객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문사한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를 추모하며 그의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들고 있다. 알라얀=로이터 연합뉴스

이란 최고지도자 여동생이 3개월째 이어지는 반정부 시위에 힘을 보탰다. 당국의 무력 진압을 강한 어조로 비판하는 한편, 노골적으로 정권 타도를 촉구하기도 했다. ‘절대 권력’ 지근거리에서도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이란 정부의 강경일변도 시위 대응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여동생 바드리 호세이니 하메네이가 “국민 승리와 폭압 통치 타도를 빨리 보고 싶다”며 반정부 시위대 옹호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바드리는 프랑스로 망명한 아들 마흐무드 모라드카니 트위터를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이슬람 정권 설립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시대부터 현재까지 이란 정권이 저지른 범죄를 애도하는 모든 엄마들에게 조의를 표한다”며 “나는 내 형제의 행동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바드리는 현재 이란에 거주 중이다.

또 “수십 년 전부터 오빠에게 국민 목소리를 여러 차례 전했다”면서 “그러나 호메이니 당시 방식대로 계속 무고한 국민을 억압하고 죽이는 것을 보고 독재적 칼리프(이슬람 국가 통치자)인 오빠와 관계를 끊었다”고 말했다.

시위대 진압 선봉에 선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IRGC)를 향해서는 “가능한 한 빨리 무기를 내려놓고 너무 늦기 전에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 편에 합류하라”고 촉구했다. 하메네이 정권의 강경 진압 방침을 강도 높게 지적한 셈이다.

지난달 2일 이란 테헤란에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학생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테헤란=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2일 이란 테헤란에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학생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테헤란=로이터 연합뉴스

오빠가 신정 국가 이란에서 ‘신의 대리인’으로 추앙받는 점을 감안하면, 바드리의 이 같은 힐난은 이례적이다. 게다가 1979년 호메이니 통치에 반대하다 10년간 투옥됐던 남편, 지난달 말 삼촌의 폭정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다 체포된 인권운동가 딸과 달리 바드리는 평소 정치적 목소리를 내 온 인물은 아니었다.

서구 언론은 그간 입을 닫고 있던 혈육마저 공개적으로 비난 대열에 합류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반정부 시위가 3개월째 이어지면서 이란 최고 지도층 주변 사람들까지 시아파 성직자 지도부에 대해 점점 더 대범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분석했다.

국제사회 역시 잇단 지지를 보내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이날 ‘올해의 영웅들’에 반정부 시위를 이끌고 있는 이란 여성들을 꼽았다. 타임은 “이란에서 변화를 원하는 모든 이의 열망이 ‘여성, 생명, 자유’라는 구호 속에 휘몰아치고 있다”며 “이는 사회 전체의 다양한 고충을 짊어진 여성의 반란”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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