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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부위 썩어가던 노숙인··· 치료 거부하는데 어찌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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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마이너리티팀은 11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노숙인 거리 상담에 동행했습니다.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노숙인 문제를 3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취약 계층의 현실을 더 돌아보는 연말이 되길 바랍니다.
게을러서 공짜로 주어지는 혜택만 받아먹는 사람들.
노숙인에 대한 흔한 편견이다. 서울브릿지종합지원센터(이하 브릿지센터) 상담과 김재덕(44) 팀장도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고 한다.
브릿지센터는 노숙인의 복지시설 입소 등을 돕는 서울 내 종합지원센터 세 곳(브릿지센터, 다시서기센터, 영등포보현센터) 중 하나다. 서대문·종로·마포구 등 강북권 총 10개구를 직원 20명이 담당하고 있다. 이들이 명단으로 정리한 노숙인만 330여 명. 이들을 직접 만나면서 생각은 달라졌다.
우선, 거리 노숙인들 대부분이 손 내밀 곳이 없어 홀로 버티다가 각종 병을 얻고 현재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노숙인이 복지 시스템에 편입돼 자활에 힘쓰고 있었다. 서울시의 노숙인 실태조사(2021)에 따르면, 서울 노숙인 3,365명 중 거리를 떠도는 노숙인은 623명(18.5%), 생활 시설에 들어갔거나 주거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은 2,742명(81.5%)이었다.
브릿지센터 사무실에서 만난 김씨는 거리에 남은 노숙인들이 마음의 문을 열도록, 정신질환 전문가가 특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숙인들이 거리로 나오는 계기는 대개 ‘의지할 곳이 없어서’다. 김씨는 “불가피한 일이 생기면 가족 등에 의지하거나 문제를 논할 수 있어야 하는데 노숙인 대부분은 애초에 그런 지지 기반이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그들에게 벌어진 불가피한 일의 경위를 알긴 어렵다. 다만 김씨 설명에 따르면 남성 노숙인에게는 실업 등으로 인한 알코올 중독이, 여성 노숙인에겐 가정폭력으로 인한 정신질환이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 김씨는 “특히 여성 분들은 70~80% 정도가 정신질환을 동반하는 걸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거리 생활의 실태를 묻자 김씨는 “굶어 죽지 않을 정도”라고 표현했다.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노숙인 센터나 종교·시민 단체에서 무료 급식소를 운영한다. 김씨는 “본인이 부지런히 움직인다면 하루 2끼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주거다. 김씨는 “비노숙인이 보기에는 도저히 살 수 없는 여건인데도, 정신질환자 비율이 높은 노숙인들은 천장만 있으면 안락한 집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며 “본인이 처한 열악한 상황에 대한 자각 자체가 안 돼 있다 보니 복지 시스템 연결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열악한 상황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던 한 노숙인을 떠올리며 말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자 동상이 생겼던 부위가 관리가 안 돼 구더기가 생긴 분이 있었어요. 그런데도 본인 상태에 대한 자각도가 낮아 치료를 거부하셨죠. 치료 설득 과정에서 돌아가시는 분들도 있어요."
현행 정신보건법은 응급입원 의뢰 대상을 ‘자신 또는 타인을 해할 위험이 큰 자를 발견한 자’로 한정하고 있다. 노숙인의 치료 연계가 수월해지도록 현행법이 완화돼야 할까. 김씨는 “노숙인들이 우리의 개입을 거부하는 것도 결국 그들의 자기결정권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숙인을 강제로 이송하는 것도, 방치하는 것도 최선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김씨는 노숙인의 복지 제도 연계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현장 인력이 노숙인의 신뢰를 얻는 것'을 꼽았다. 김씨는 "우리 말을 안 듣던 분도 평소 친한 다른 노숙인을 동원하면 따르실 때가 있다"며 "노숙인이 편하게 마음을 열 존재가 사회에 상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숙인 거리상담(아웃리치)이야말로 노숙인과의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정이다. 특히 원만한 소통이 어려운 만성 노숙인을 위한 전문 상담원이 절실하다.
그러나 정신질환 전문가는 턱없이 모라자다. 김씨는 “현재 아웃리치에 동원되는 유급 상담원들은 상담 직전 3, 4시간 정도의 교육을 받는 게 전부”라며 “브릿지센터에도 정신질환 전문가는 딱 한 분 계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어 "상담 대상이 만성 노숙인인지라 전문가들의 수요가 적고 이탈률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현장에서의 어려움이 적지 않지만 김씨는 끝으로 희망을 말했다. “노숙인 관련 제도의 국내 역사가 고작 10년인데 느리지만 개선되고 있거든요. 언젠간 ‘나태한 사람들’로만 알려진 노숙인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질 거라 믿습니다.”
※관련기사: 주차장에서 머리카락 빠진 여성 노숙인을 만났다··· 위태로운 겨울의 노숙인들 ▶클릭이 되지 않으면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22313390001154 로 검색하세요.
◆노숙인, 가장 낮은 곳에
①노숙인 거리상담에 동행하다
②주소가 없으면 복지도 없다?
③다시 일어설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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