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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붙는 '가난세' 난방비, 서민이 2.5배 더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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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화했던 11월이 가고 본격적인 한파가 시작된 12월 초 찾은 서울의 노후 주택이 모여 있는 지역에는 유독 여러 가닥의 연통이 뻗어 나온 집이 많았다. 문 앞에는 연탄과 프로판가스(LPG) 통이 함께 놓여 있다. 한 가구에서 두 종류의 연료를 쓰는 것이다. 이는 난방은 저렴한 연탄으로 때고 취사 시에만 가스를 소비하며 빈곤 한파를 넘기기 위한 자구책이다.
가까운 거리에 도시가스를 공급받는 아파트 단지와 열병합발전소도 있지만 이곳 주민들은 여전히 가스와 연탄을 배달받는다. 도시가스 보급률이 98.5%에 달하는 도시에서 마지막까지 소외된 이들이다.
최근 인상된 요율을 반영한 가스요금 고지서를 받아 든 모든 시민들의 겨울철 시름이 늘었지만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지역 거주자와 취약계층은 유난히 더 춥고 힘든 겨울을 겪고 있다. ‘서민 연료’라는 말이 무색하게 LPG나 등유 등의 가격이 도시가스보다 배 이상 비싼 탓이다. 겨울이 자연이 부과하는 가난세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2017년 기준 주 난방설비별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연탄(138만 원), 등유(186만 원), LPG(244만 원), 도시가스(348만 원), 지역난방(401만 원) 순이다. 대도시의 다세대 주택을 상징하는 난방연료가 도시가스라면 노후 주택가의 단독주택이나 농촌 등 지방은 여전히 석유류(LPG, 등유)와 연탄에 의지한다. 비광역시 지역의 경우 ‘서민 연료’ 소비량이 도시가스 소비량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인 경우도 있다.
그런데 석유류 연료의 실질 가격을 살펴보면 도시가스의 2.5배에 달한다. 올해 11월 기준 같은 양의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소비자가 지출해야 하는 비용(열량단가/열효율)은 등유(227.77원/천㎉), LPG(227.35원/천㎉), 도시가스(91.54원/천㎉), 연탄(62.91원/천㎉) 순으로 비싸다. 석유류 보일러가 주로 사용되는 단독주택은 아파트보다 단열 성능이 떨어지기에 같은 실내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드는 비용 차이가 더 벌어진다.
기초생활수급가구에 한정해 동절기 난방 연료를 구입할 수 있는 ‘에너지 바우처’를 지급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역누진적 특성이 있다. 가구의 난방시설 유형과 무관하게 같은 금액(1인: 11만8,500원~4인: 27만8.600원)을 지급하기에 등유나 LPG를 사용하는 가구는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가구에 비해 실질 지원금이 반토막 난다. 더 많은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유 바우처(31만 원) 제도도 운영 중이지만 기초생활수급가구 중에서도 한부모·소년소녀가정만이 신청 가능하다. 기본 난방요금 체계도, 지원 제도도 더 열악한 환경에 처한 사람이 더 내고, 덜 받는 셈이다.
연탄을 포기 못 하는 사람들이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탄은 도시가스보다 열량단가가 저렴하고, 지원금(47만 원)조차 더 많이 지급되는 유일한 연료이기 때문이다. 상징성 덕분에 기부 물량도 상대적으로 많다.
연탄을 사용하는 이들은 수배로 뛸 에너지 요금에 석유류 연료로 난방시설을 바꾸는 것을 주저한다. 이미 석유류를 사용하고 있는 이들은 높은 난방비 지출에 가처분 소득이 깎여 나간다. 그렇다고 도시가스망에 연결된 주택으로 이주하자니 목돈이 없다. 결국 연탄과 도시가스 사이 석유류 연료 단계에서 급증하는 실질 비용이 해당 지역 거주자들의 생활환경 개선을 어렵게 하는 셈이다.
무심코 지나치다 눈에 띈 어떤 장면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사연들을 소개하려 합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이 광경, '이한호의 시사잡경'이 생각할 거리를 담은 사진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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