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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금식에도 멀쩡?... 그 소녀는 신이 선택한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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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 물만 마셨으나 몸은 아무런 이상이 없다. 신앙심 깊은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여긴다. 하나님의 뜻이 깃든 일이라면 경사다. 소녀는 과연 신이 선택한 존재일까. 넷플릭스 영화 ‘더 원더’는 광기 어린 신앙심의 위험을 전하려 한다.
1862년 아일랜드의 한 시골마을. 주민들은 소녀 애나(킬라 로드 캐시디)를 경외의 눈으로 바라본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애나는 음식을 먹지 않고도 활기차게 살아가고 있다. 지역 유지들은 하나님이 행한 기적인지 확인하고 싶다. 런던에서 온 간호사 리브(플로렌스 퓨)는 2주일 동안 애나를 관찰한 후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애나는 천국에서 온 만나를 먹고 있어 아무런 음식 없이 살 수 있다고 리브에게 말한다. 리브는 가족의 접촉을 차단하며 애나의 상태를 점검한다. 가족과 만날 수 없게 되자 애나는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다. 리브는 애나가 기적의 주인공이 아님을 직감한다.
지역 유지들은 리브가 의문을 제기하자 듣지 않으려 한다. 그들은 기적이 필요하다. 대기근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간 직후였으니까. 애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하나님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맹신하고 있고, 죽어도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 애나를 취재하러 온 신문기자 윌(톰 버크) 정도만 리브의 말에 귀 기울인다. 애나의 상태를 알리고 애나를 살리기 위한 리브의 투쟁이 시작된다.
크림전쟁에서 부상자를 치료했던 리브는 종교보다 과학을 신뢰한다. 그는 과학적 사고로 지역 유지들의 광기 어린 믿음에 맞서려 한다. 하지만 기차로 장거리 여행이 가능할 정도로 과학이 발전한 시기, 종교의 힘은 여전히 강하다.
영화는 정적이다. 거친 바람이 휘감고 도는 시골 풍경은 삭막하다. 애나와 리브의 사연은 막판에 가서야 극적이다. 고전 회화 같은 화면이 눈길을 일단 잡는다. 섬세한 고증으로 19세기 중반 궁핍했던 아일랜드 시골로 관객을 이끈다.
영화의 결말은 의미심장하다. 사람들이 제아무리 깊은 신심을 지녔어도 하늘은 잘 응답하지 않는다. 인간애를 지닌 사람이 불행한 자, 위험에 처한 자를 구원할 수 있다. ‘경이(Wonder)’로운 일은 종종 사람에게서 비롯된다.
영화는 1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일랜드 대기근(1845~1852)에 대한 비판적 은유이기도 하다. 감자역병이 대기근의 시작이었으나 숱한 죽음을 부른 직접적 원인은 영국인 지주의 착취였다. 영국이 리브처럼 도움의 손길을 아일랜드에 내밀었다면 과연 100만 명이 숨졌을까. ‘더 원더’가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세바스티안 렐리오 감독이 캐나다 작가 엠마 도너휴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렐리오 감독은 파블로 라라인(‘스펜서’와 ‘재키’ ‘네루다’ 등 연출) 감독과 함께 현대 칠레 영화의 간판으로 꼽힌다. ‘글로리아’(2013)와 ‘판타스틱 우먼’(2017) 등으로 국내 영화팬들에게 알려져 있다. 베를린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과 각본상을 수상했다. 이전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세심한 연출로 ‘더 원더’의 완성도를 높였다. 플로렌스 퓨의 연기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스칼릿 조핸슨에 이어 마블 영화에서 블랙 위도우로 활약하고 있는 퓨는 이제 ‘떠오르는 별’이 아니라 이미 ‘높이 떠 있는 별’이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87%, 관객 73%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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