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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3의 정용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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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과 함께 운영한 구단이 우승해야 프로야구에 발전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최근 만난 한 대기업 임원이 SSG 구단의 올 시즌 우승을 평가하며 덧붙인 의견이다. 이 임원도 그룹 내 여러 스포츠 종목 팀을 이끈 적이 있는데,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SSG 구단주)처럼 결단력과 적극성을 보이진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SK로부터 야구단을 인수한 이후 야구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단지 거액을 투자해서만이 아니다. 과거에도 자금력을 앞세운 구단이 여럿 있었지만 대부분 결실은 맺지 못했다.
정 부회장은 단체 종목 특성상 모래알 조직으론 우승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선수단에 녹아들었다. 홈 구장을 연간 40번 이상 찾으며 소통했고, 2군 선수에게까지 관심을 보이며 원팀을 꾸렸다. 선수단이 우승으로 보답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게 인지상정일 것이다.
정 부회장은 팬들에게도 진심이었다. '용진이형'이라 부르라고 하며 야구단 정보, 고민 등을 나눴고,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나 볼 수 있는 팬들을 위한 행사, 먹거리, 상품 등도 빼놓지 않았다. 홈 관중 1위는 팬 친화적인 마케팅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정 부회장은 한발 더 나아가 야구와 본업인 유통업의 상생을 추진하고 있다. 정 부회장의 효과는 당장 야구계로 퍼졌다. 투자를 꺼렸던 구단주들이 스토브리그에서 일찌감치 수백억 원을 들여 자유계약 선수영입 경쟁에 나섰고, 구단 인프라 투자 약속을 내걸기도 했다.
사실 정 부회장은 재계에선 그간 이단아로 통했다. 다른 재벌과 다르게 SNS 등을 통해 일상을 공유하며 변화와 도전을 즐겼다. 노브랜드와 피코크 등 자체상표 등도 이런 정 부회장이 홍보한 덕에 성장한 사례다. 쇼핑 레저시설 스타필드도 온라인에 익숙한 고객을 집 밖으로 끌어내야 한다는 정 부회장의 판단에서 출발했다. 신세계가 주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거래하는 기업이라는 특성상 성공한 것이라고 격하하더라도 남들과 다른 시선을 가졌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정 부회장 같은 경영인이 2, 3명 더 나타난다면 지금의 위기 속에 활력이 될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당분간 보기 힘들 전망이다. 주요 기업들이 기존 체제를 유지하는 연말 인사에 집중하고 있어서다. 지금보다 더욱 악화될 경제 상황을 감안해 현상유지라도 해야 한다며 장수를 바꾸지 않는 모양새다.
그러나 역대 글로벌 위기 때를 보면 모두가 움츠려 든 때를 이용해 성장한 기업이 적지 않다. 90년대 말에 닥친 닷컴버블 속에 등장한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이 재도약한 시기도 위기 속에서였다. 알다시피 여기에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중무장한 스타 경영인들이 함께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은 몇몇 기업을 중심으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철강으로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된 포스코가 이차전지 소재 등에 집중 투자하고 나선 것이나, 후공정 테스트 사업에 뛰어든 두산과 태양광·우주산업 등으로 주 종목을 바꾸고 있는 한화가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최고 경영자가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과거에 매여있지 않은 이단아가 경제계에 많이 등장해 70·80년대 굴뚝산업에 묶여 있는 한국 산업계가 미래 산업으로 재무장하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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