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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전기는 도시에서 만든다...시민참여 재생에너지로 가능했다 [탄소도시,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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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기후대응팀은 지난 7, 8월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덴마크 코펜하겐을 방문해 세계 대도시들의 적극적인 탄소감축 성과(30~60%가량)를 확인했다. '탄소빌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서울의 현실(고작 3~8% 감축)이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서울과 세계 대도시들의 차이점을 4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조금 걷자 넓은 백사장과 짙푸른 바다가 펼쳐졌다. 덴마크 코펜하겐 시내에서 대중교통으로 20분이면 갈 수 있는 아마게르 수변공원이다. 한국일보 기후대응팀이 방문했던 7월 20일 유럽 전역을 덮친 폭염으로 낮 최고 온도가 섭씨 30도를 넘어섰다. 해변도 피서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해수욕장에서 약 2㎞ 떨어진 바다에는 20MW 규모의 풍력발전기 스무 대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풍력발전기를 바라보면서 수영하는 광경도 생소한데, 사람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발전기 코앞에서 요트를 타고 패러세일링을 한다.
이 미들그룬덴 해상풍력단지는 완공 후 21년째 코펜하겐시 전력소비량의 4%를 생산한다. 코펜하겐은 전력 소비량의 53.8%(2020년)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데, 그중 미들그룬덴 단지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수도에서 쓰는 전기를 수도에서 직접 생산하는 것이며,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발전소 건설부터 운영까지 시민들이 주도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는 1993년에 시작됐다. 환경단체인 코펜하겐환경에너지협회(CEEO)는 미들그룬덴의 위치가 풍력발전에 좋은 조건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덴마크 에너지청에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하지만 결과는 거절. 사업 중요성이 낮다는 이유였다.
CEEO는 여론을 먼저 잡기로 했다. 2년여간 사람들을 모아 ‘미들그룬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도시 근처에 시민 공동 소유의 풍력발전소를 세우자는 것이었다. 여러 명이 모이면 건설자금을 마련하기도 쉽고, 시민들은 전기 판매 수익을 배당받을 수 있어 좋았다. 약 1,000명의 시민이 조합원으로 모였다. 이어 시 소유 전력회사인 ‘코펜하겐 에너지’를 설득해 발전소를 반반씩 짓자는 계약을 맺었다.
초창기 멤버인 한스 크리스티안 쇠렌슨(80)씨에 따르면 진짜 난관은 조합 설립 이후부터였다. 환경영향평가가 시작되자 수천 건의 반대 의견이 쏟아졌다. 덴마크의 환경영향평가에는 자연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 사회적 영향에 대한 여론 수렴 및 조율까지 포함된다.
주된 반대 이유는 크게 세 가지. 하나는 풍력발전기에서 나오는 진동으로 바다 생태계가 훼손되고 어업에 피해가 갈 거라는 우려였다. 사업 대상지는 바다장어 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도시 경관에 대한 의견도 많았다.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설치되면 코펜하겐의 중세풍 건물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할 거라는 걱정이었다. 주로 건축가 그룹들의 의견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웠던 건 부동산 이슈였습니다.” 쇠렌슨씨가 강조했다. 풍력발전기가 세워지면 아름다운 바다 풍경이 망가져 근처 별장이나 주택의 가격이 낮아진다는 우려였다. 주로 부촌인 북부 코펜하겐에서 반대가 거셌다.
조합은 이 모든 반대가 설명 부족 탓이라고 생각했다. 이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풍력터빈은 진동이 없는 데다, 육상풍력 등을 설치한 덴마크 다른 해안가 지역에서 집값이 떨어졌던 사례는 없었다. 경관과의 조화도 산업디자인을 적용해 타협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조합원들은 시민들을 직접 설득했다. ‘회원 10명 만나기’ 운동을 통해 사업을 설명하고 조합 가입도 권유했다. 이웃사촌에게 직접 이야기한다는 취지였다. 설명회도 수차례 열고, 풍력발전에 관심이 있는 유명인들의 도움을 받아 TV 광고와 노래 등을 제작하기도 했다. 쇠렌슨씨는 “시민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설명회에 오라’는 말 대신 ‘커피 한잔 마시며 대화하자’고 홍보했다”고 말했다.
견고했던 벽은 서서히 무너졌다. 반대 여론은 수그러들었고, 조합에 가입한 시민은 9,000여 명으로 늘었다. 물론 이 과정도 쉬운 건 아니었다. 사업은 총 세 번의 환경영향평가를 거쳤다. 그 과정에서 27기로 계획했던 규모가 20기로 줄었다. 터빈 배치도 처음엔 발전효율 최대치를 겨냥했지만, 경관을 위해 완만한 곡선형으로 바꿨다. 2000년에야 착공을 했으니 계획에서 설득까지 7년 넘게 걸린 셈이다.
코펜하겐시 외곽에는 육상풍력발전기(3기)도 가동 중인데, 코펜하겐시와 에너지기업 호포는 2014년 이 발전기를 설치했다. 이 발전기에도 반경 4.5㎞ 안에 사는 코펜하겐 시민 일부가 출자했다.
미들그룬덴 풍력발전단지와 같은 시민주도 모델은 덴마크 다른 지역은 물론, 독일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에서도 벤치마킹하는 모델이 됐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이익공유로 참여를 유도하기 때문이다. 실제 미들그룬덴 조합은 매년 투자금의 약 10%를 배당수익으로 지급한다.
시민주도형 발전은 빠른 에너지 전환으로 이어졌다. 2020년 한 해 코펜하겐시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119만5,677MWh의 전력을 생산했다. 같은 해 전력 소비량(222만1,499MWh)의 53.8%다.
서울의 경우 2020년 전체 전력 사용량(4,578만7,926MWh) 중에서 서울에서 생산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0.9%(41만3,218MWh)에 불과하다.
통계의 착시도 있다. 신재생에너지 중 대부분(33만5,040MWh)은 연료전지나 석탄액화가스 등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신에너지이기 때문이다. 태양광, 수력 등 진짜 재생에너지를 통한 발전량은 극히 적다.
국내에도 비슷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은 시민주도형이 아닌 시민‘참여’형에 머무르고 있다. 여전히 사업자 주도로 형식적 동의만 밟는 경우가 많다. 재생에너지 전문 기후금융 플랫폼인 루트에너지의 윤태환 대표는 "성공적인 주민참여 프로젝트로 알려진 사업들도 알고 보면 정부나 사업자가 주민의 투자금을 대출해 주는 형식적 참여로 진행된 경우가 많다"며 "이 경우 주민들은 이익만 받을 뿐 재생에너지에 대한 이해도가 그대로라 긍정적인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들그룬덴 협동조합과 같은 방식이 서울에서도 통할까. 서울이 2005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하기로 한 시점은 2030년. 불과 7년이 남았다. 무려 20여 년 전부터 전환을 시작한 코펜하겐을 보면 갈 길은 멀어 보인다.
하지만 쇠렌슨씨는 시간이 부족해 보여도 시민참여를 높이는 것이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덴마크에서도 매번 새 풍력발전소를 지을 때마다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나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충분히 설득하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주민 설명을 하지 않아 사업이 아예 중단 상태로 남아 있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탄소빌런, 서울
①서울만 뒤처졌다
②태양광 좌초시키기
③건물을 잡아라
④온돌과 히트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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