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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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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못 잔 지 십칠 일째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잠'의 첫 문장이다. 주인공은 잠들지 않아도 오히려 생기가 넘친다. 모두 잠든 새벽, 혼자만의 시간에 자신을 되찾으며 살아있음을 느낀다. 오래전 유럽에서는 잠을 죄악시하는 풍조가 있었고, 수면 연구자들도 잠을 쓸모없는 것으로 여겼던 시기가 있었다고 한다. 인생의 삼분의 일을 잠을 자는 데 보내는 것은 효율성 측면에서 불필요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잠은 하루 동안 쌓인 피로를 풀 뿐 아니라 여러 순기능을 하는, 인간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다. 사방이 어두워지면 '밤잠'을 자지만, 때에 따라 '낮잠, 초저녁잠, 일잠(저녁에 일찍 자는 잠)'을 잔다. 발을 쭉 뻗고 맘 편히 자는 '발편잠, 곤잠, 꽃잠, 단잠, 통잠'을 잘 때도 있지만, 푹 잠들지 못하는 '겉잠, 도둑잠, 뜬잠, 여윈잠, 쪽잠'에 들기도 있다. 사방을 경계하며 자는 고양이와 노루, 벼룩의 잠에 비유하여 '괭이잠, 노루잠, 벼룩잠'처럼 자주 깨는 잠을 자기도 하지만, 덩치 큰 느긋한 소처럼 '쇠잠'에 깊이 들기도 한다. 그동안 수많은 시간을 잠에 들였지만, 두 팔을 벌리고 새근새근 '나비잠'을 자던 아기였을 때가 가장 행복한 잠을 자던 때가 아니었을까.
모든 생명이 멈춰 버린 듯한 겨울은 동물에게 혹독한 계절이다. 지리산 반달곰은 지금쯤 겨울잠에 들 채비를 할 것이다. 인간의 탐욕이 만든 지구 온난화로 동물의 겨울잠은 단축되고 있다. 배가 고파 겨울잠에서 깬 다람쥐는 먹이를 찾다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부디 내년에는 다람쥐가 먹이를 충분히 저장할 만큼 밤과 도토리를 조금 양보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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