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야신' 소환한 모로코 '야신'

입력
2022.12.07 16:42
수정
2022.12.07 17:08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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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골키퍼 야신 부누가 7일 카타르 알라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스페인과 16강전 승부차기에서 세르히오 부스케츠의 슈팅을 막아내고 있다. 알라얀=AP 연합뉴스

모로코 골키퍼 야신 부누가 7일 카타르 알라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스페인과 16강전 승부차기에서 세르히오 부스케츠의 슈팅을 막아내고 있다. 알라얀=AP 연합뉴스

모로코를 8강으로 이끈 영웅은 수문장 야신 부누(31)였다. ‘무적함대’ 스페인을 맞아 120분 내내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았고, 승부차기에서도 모든 킥을 막아냈다. 옛 소련의 전설적인 골키퍼 레프 야신이 부럽지 않은 ‘선방쇼’였다.

부누는 7일 카타르 알라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스페인과 16강전에서 무실점 경기를 펼치며 승부차기 3-0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스페인의 8개 슈팅 중 유효 슈팅 2개를 막아냈고, 승부차기에서 ‘야신’이 재림한 듯한 선방을 펼쳤다.

부누는 1번 키커 파블로 사라비아의 슈팅 때 방향을 잡고 몸을 날렸지만 공은 골대를 맞고 빗나갔다. 그리고 2번 키커 카를로스 솔레르와 3번 키커 세르히오 부스케츠의 슈팅을 연이어 막았다. 마치 슛 방향을 알고 있기라도 한 듯 정확하게 방어했다. 3-0 승리로 8강 진출을 확정한 뒤 동료들이 부누를 헹가래 칠 만큼 눈부신 활약이었다. 외신들도 “모로코에서 부누보다 열심히 파티를 즐길 자격이 있는 선수는 없다”며 찬사를 보냈다.

모로코의 역사를 쓴 부누는 경기 종료 후 ESPN과 인터뷰에서 “놀랍다.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승부차기를 별로 준비하지 못했고, 경기에 대한 부담감이 커서 그냥 즐기려고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승부차기 선방과 관련해선 “본능에 달려 있다. 여기에 운도 약간 따라야 한다. 그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헹가래를 받고 있는 야신 부누. 알라얀=로이터 연합뉴스

헹가래를 받고 있는 야신 부누. 알라얀=로이터 연합뉴스

ESPN에 따르면 부누는 지난해 13번의 페널티킥을 맞아 5개를 막았다. 스페인과 승부차기 전까지는 50경기에서 13개를 방어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F조 조별리그 크로아티아전 0-0 무승부, 캐나다전 2-1 승리를 이끌었다. 캐나다전 실점은 상대 선수에게 내준 게 아니고 자책골이었다. 부누의 존재 덕분에 왈리드 라크라키 모로코 감독은 승부차기가 펼쳐지는 16강전 전날까지 따로 페널티킥 훈련을 진행하지 않았다.

동료들도 부누를 ‘야신’처럼 대했다. 주장 라우만 사이스는 “승부차기뿐만 아니라 영웅적인 경기를 펼쳤다”며 “16강전에서 우리는 부누에게 많은 빚을 졌다”고 했다. 미드필더 앗주딘 우나히는 “우리가 승부차기를 넣으면 부누가 막을 줄 알았고, 실제 스페인은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면서 “세계 최고 골키퍼 중 한 명이라는 걸 증명했다”고 말했다.

부누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2012년부터 10년간 활약했다. 2012년 여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B팀으로 이적 후 레알 사라고사(임대), 지로나를 거쳐 현재 세비야에서 활약 중이다. 지난여름엔 프리시즌 투어를 위해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 세 경기에서 단 1실점 중인데, 이대로라면 대회 최고 골키퍼에게 주어지는 ‘야신상(골든글러브)’도 유력하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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