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탄생' 이호원이 물리친 유혹 [HI★인터뷰]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배우 이호원은 최양업 신부로 살아가는 동안 발열 내의를 껴입고 전국을 누볐다. 추위에 지쳐도 그저 대본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최양업의 마음을 오롯이 느낀 뒤에야 움직이고 입을 열었다. 쓰인 대로 연기한다면 빠르게 촬영을 마무리할 수 있었을 테지만 달콤한 유혹은 이호원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호원은 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영화 '탄생'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탄생'은 한국 최초의 사제 성 김대건 신부의 삶과 죽음을 다룬 작품이다. 이호원은 조선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과 함께 유학 생활을 한 신학생 동기이자 두 번째로 신부 서품을 받은 최양업을 연기했다.
이호원이 처음에 맡았던 역할은 최양업이 아니었다. 특별출연으로 등장할 예정이었는데 당연히 지금보다 분량도 적었다. 이호원이 최양업을 마주하게 된 건 어찌 보면 운명이었다. "의상 피팅을 하러 제작사에 갔다가 감독님을 처음 뵀다. 인사드렸는데 갑자기 '최양업 대사 한 번 읽어봐 주시면 안 되겠느냐'고 하시더라. 대사를 읊었더니 감독님께서 최양업 역을 제안해 주셨다"는 게 이호원의 설명이다. 감독이 이호원에게서 최양업의 얼굴과 성격을 발견했다는 건 그가 이후에 전해 듣게 된 이야기였다.
이호원은 실존 인물 최양업을 연기하는데 부담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위인 같은 분이시지 않으냐. 조심스러웠다"고 전했다. 걱정이 컸던 만큼 준비도 철저하게 했다. 그는 최양업이 다른 이들과 주고받았던 편지를 비롯해 여러 자료들을 찾았다. 4개월 동안 성당에 다니며 신부와 수녀를 관찰하기도 했다. 이호원은 "최양업 신부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고 연기하니까 진정성이 더 커졌던 듯하다"며 미소 지었다.
이호원이 최양업을 그려내며 가장 신경 썼던 부분 중 하나는 자신의 진심이었다. 이번 작품을 찍는 동안 0.1초 동안의 거짓말도 하지 않으려 했단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그는 결국 목표를 이뤘다. "연기할 때 찾아오는 유혹이 있죠. 인물의 진심이 안 느껴져도 대본에 쓰여 있는 대로 하면 오케이 사인을 받을 수 있잖아요. 제가 '탄생'을 촬영할 때는 진심이 느껴지지 않으면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지 않겠다는 목표를 두고 했죠."
'진심은 통한다'는 말처럼 누군가는 이호원의 노력을 알아줬다. 영화 관계자는 이호원이 노력했던 부분들을 정확하게 캐치하고 VIP 시사회 후 그에게 다가가 칭찬을 건넸다. 당시를 떠올리던 이호원은 "'관객분들이 진심을 알아주실까'란 두려움이 있었는데 관계자분이 알아봐 주셨다. 관객분들 모두 알아주실 거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당시를 떠올리던 그의 모습에서는 뿌듯함이 묻어났다.
캐릭터를 준비하고 촬영에 임하는 과정이 늘 평탄했던 건 아니다.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추위에 맞섰다는 이호원은 "핫팩을 많이 붙였다. 옷 안에 발열 내의 5, 6개를 겹쳐 입기도 했다"고 밝혔다. 외국어 연기를 소화해야 하는 만큼 공부도 필수였다. 그는 "3, 4개월 동안 매일 오전 3시간씩 공부했다. 중국어 라틴어 불어를 각각 1시간씩 하는 식이었다. 과외를 받았고 프랑스 영화도 찾아봤다"고 전했다. 최양업의 외모에 담긴 노력에 대해서도 들려줬다. "16세로 나올 때 살이 쪄 있다. 포동포동한 아이처럼 나오려고 노력했다. 사제복을 입고 나오는 신에서는 16세보다 5kg쯤 감량한 상태였다. 실제 역사에서 조선에서 중국을 넘어 걸어갔는데 제대로 못 먹어 살이 빠져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는 말을 통해서다.
동료 배우, 감독과의 호흡은 이호원이 최양업을 더욱 안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도왔다. 이호원은 "감독님이 정말 선하시다. 화는커녕 짜증 한번 안 내신다. 웃는 얼굴로 좋은 얘기만 해주시는 분이라서 스태프, 배우들도 웃으면서 촬영했다"며 즐거웠던 촬영 현장을 떠올렸다. 김대건 역의 윤시윤에 대해서는 "시윤이 형은 주변 사람들을 잘 챙겨 주신다. 나도 잘 챙겨 주셔서 연기하는 내내 편했다. '밥 먹자' '집에 놀러 와라' 같은 제안을 많이 해주셨다"고 이야기했다. 한참 어린 후배들이 장난치는 모습을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던 안성기는 '나도 저런 어른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배우였다.
'탄생'을 통해 이호원은 달라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인물을 연기하면서 자신의 지난날을 돌아보게 됐단다. 그가 말했던 진심 담긴 연기와도 맞닿아 있는 지점이다. 이호원은 "사소한 대사 한 마디라도 진심으로 하려 했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진심으로 할 만큼 잘 살고 있나'란 생각을 하게 됐다. 진심을 담기 위해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훗날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목표도 전했다.
일에 대한 생각도 들을 수 있었다. 어린 시절 '25세까지 이렇게 되겠다' '27세에는 이런 상을 받겠다' 같은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던 이호원은 현재 실력 향상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 상, 캐스팅 등 타인의 결정에 따라 달라지는 결실 때문에 과거에는 실망감을 느끼기도 했단다. 그러나 그는 목표에 대한 끝없는 고민 속에 진짜 답을 찾았다. "제 현재 결론은 '실력을 목표로 두자'예요. 새로운 작품에서 더 만족스러운 연기를 하고 노래를 녹음했을 때 어제보다 발전하는 거요. 춤도, 외국어도 얼마나 더 나아지고 있는지가 중요하죠.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발전하는 걸 확인하는 게 목표입니다."
한편 '탄생'은 지난달 30일 개봉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