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인사이드] 네이마르가 전부는 아니다, 그래서 더 무섭다

입력
2022.12.07 13:48
수정
2022.12.07 14:00
20면

축구 전문 웹진 '히든K' 류청 편집장

브라질의 네이마르(왼쪽)가 6일 카타르 도하 구칠사(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한국과 경기에서 페널티킥에 성공한 뒤 동료들과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브라질의 네이마르(왼쪽)가 6일 카타르 도하 구칠사(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한국과 경기에서 페널티킥에 성공한 뒤 동료들과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브라질은 조별리그에서 선수 다섯 명을 잃었다(부상). 치치 감독은 오늘 훈련을 보고 네이마르의 16강 한국전 출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브라질은 지금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도 분명히 기회가 있을 것이다.”

브라질 일간지 UOL의 카네이루 기자의 이 전언은 상대를 존중하는 의미였던 것 같다. 브라질은 한국을 4-1로 누르고 8강에 진출했다. '에이스' 네이마르는 페널티킥으로 한 골을 넣었다. ‘네이마르가 나오지 않았다면 우리가 이겼을까?’

지난 4일(현지시간) 브라질 훈련장을 찾은 한국 기자들은 모두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모르는 선수가 하나도 없지?” 브라질은 가브리에우 제주스와 알렉스 텔레스가 팀을 이탈했으나 큰 손실은 없어 보였다. 부상당한 날 밤새 눈물을 흘렸다는 네이마르는 정작 16강전에선 공이 발에서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유려했다. ‘누가 아프다고 했어!!’

브라질 멤버를 살펴봤다.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결정짓는 골을 터뜨린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수비진 어느 자리나 책임질 수 있는 에데르 밀리탕. 그리고 FC바르셀로나에서 뛰는 하피냐, 파리 생제르맹 선후배인 마르키뉴스와 치아구 시우바가 중원 수비를 구성했다. 이들이 ‘론도(선수들이 바깥에서 공을 돌리고 술래 몇 명이 안에서 공을 빼앗는 훈련)’를 하는데 공을 사뿐사뿐 너무나 가볍게 잡아서 돌렸다. 인사이드, 아웃사이드, 힐킥이 난무했다. ‘이런 팀이 우리와 붙는다고?’

그래도 단판 승부는 정말 모른다. 전력이 다소 약한 팀도 경기 초반에 한 골을 넣으면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다. “오늘 8강에 가면 우리가 기자 생활할 때 한국 축구 르네상스가 오는 거잖아?”

브라질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도하=뉴시스

브라질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도하=뉴시스

하지만 기대는 경기 시작 후 얼마 되지 않아 끝났다. 오른쪽 터치라인을 밟고 있는 하피냐는 공을 잡은 뒤 현란한 드리블로 한국 왼쪽 측면을 무너뜨렸다. 이번 월드컵에서 파이널서드(공격 삼분면)로 가는 패스를 세 번째로 많이 한 한국 중원의 핵심 황인범이 과감한 태클을 날려도 막을 수 없었다. 공을 발에 붙인 듯 질주하더니 중앙으로 크로스를 내줬다. 그 크로스는 중앙 공격수에게 이어지지 않았으나 왼쪽 측면에서 달려오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에게 연결됐다. 그는 각도를 줄이고 나온 한국 골키퍼 김승규와 수비를 모두 속였다. 툭 찍어 찬 공은 야속하게도 골망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전반 13분에는 페널티킥을 내줬다. 브라질은 이후에도 전반에만 2골을 추가하면서 한국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전반이 끝나기도 전에 손준호를 준비시키면서 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이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FIFA 랭킹 1위에 전반에만 4골을 내준 감독이 떠올릴 방법은 많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브라질은 후반에 ‘넘버3 골키퍼’까지 투입하는 여유를 부렸다. 브라질은 16강까지 4경기 동안에 엔트리 26명을 모두 사용한 첫 번째 팀이 됐다. 그리고 전 세계 언론으로부터 “경기장에서 춤을 췄다”는 찬사를 받았다.

'히든K' 편집장


강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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