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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와 함께 뜬 셀프 스토리지' 압도적 1위 '다락' 만든 홍우태 세컨신드롬 대표

입력
2022.12.07 04:30
수정
2022.12.07 16:5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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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공기 질까지 관리하는 짐 보관 서비스
1인 가구 증가에 맞춰 내년까지 150개 지점 확대

1인 가구가 증가하며 새롭게 성장하는 사업이 있다. '셀프 스토리지'라고 부르는 짐 보관 서비스다. 살면서 짐이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하지만 여기 맞춰 집을 늘리기는 힘들다. 그래서 일정액을 내면 집에 보관하기 힘든 짐을 맡아주는 사업이 바로 짐 보관 서비스다. 해외에 보편화된 짐 보관 서비스가 국내에서도 1인 가구가 늘며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홍우태(40) 대표가 2016년 창업한 세컨신드롬은 단순 창고업이었던 짐 보관 서비스를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을 이용해 해외에서도 찾기 힘들 만큼 획기적으로 바꿔 놓은 신생기업(스타트업)이다. 덕분에 그가 선보인 '미니창고 다락'은 전국에 55개 지점이 돌아갈 만큼 급성장하며 국내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서울 강남역 인근 다락 지점에서 그를 만나 성공 비결을 들어 봤다.

홍우태 세컨신드롬 대표가 서울 테헤란로의 다락 강남역점에서 AI를 이용한 짐 보관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홍우태 세컨신드롬 대표가 서울 테헤란로의 다락 강남역점에서 AI를 이용한 짐 보관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AI가 공기 질까지 관리

과거 짐 보관 서비스라면 낡은 창고와 컨테이너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빈 공간에 되는대로 짐을 넣어놓고 돈을 받는 것이 전부여서 관리 인력 외에 별다른 기술이나 시설 투자가 필요 없다. 그렇다 보니 오래 맡기면 온도와 습도 관리가 안 돼 물건이 망가지거나 변질되기도 한다.

하지만 다락 지점에 들어서면 기존에 갖고 있던 짐 보관 서비스에 대한 선입견이 깨진다. 다락은 모든 과정이 자동화돼 사람이 필요 없는 무인 시설이다. 출입구와 옷장을 닮은 짐 보관 시설인 로커에 앱으로 여닫는 디지털 잠금장치가 설치돼 있고, 무인 카메라로 내부를 살핀다. 또 공기 청정기와 냉난방시설을 가동해 적정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며 물건의 손상을 막아주고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을 유지한다.

이 모든 것들을 '다락 AI 관제 솔루션'이라고 부르는 자체 개발한 AI 시스템이 통제한다. 본사 중앙관제센터에 설치된 AI는 각 지점의 카메라와 천장에 설치된 IoT 감지기를 이용해 출입장치, 조명과 냉난방 장치 등을 원격 제어한다. "IoT 감지기가 온도, 습도를 확인해 본사 관제센터로 보내면 AI가 자동으로 냉난방기를 작동하죠. 지하에 있는 지점은 IoT 감지기가 이산화탄소 포화도 등 공기 질까지 측정해 공기 청정기를 가동해요. 누수, 누전 등 이상 상황만 직원에게 알려요. 따라서 굳이 사람의 손을 거칠 필요가 없어 지점을 계속 늘려도 인건비가 증가하지 않죠."

앱으로 맡기고 찾는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다락 홈페이지나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에서 집 근처 지점을 찾아 빈 공간을 예약하고 결제한 뒤 짐을 맡기면 된다. 다락 지점들은 24시간 운영돼 아무 때나 짐을 맡기고 찾을 수 있다. 짐이 무거울 경우 배달 신청을 하면 대신 실어간 뒤 보관 후 인증 사진을 찍어 보내준다. "결제하면 보관 공간을 열 수 있는 큐알코드가 떠요. 이용자마다 큐알코드가 달라서 안전하게 짐을 맡길 수 있죠."

보관 공간은 크기가 정해져 있지만 블록을 쌓듯 기본 공간을 이어 붙이면 짐에 맞춰 늘릴 수 있다. 기본 공간은 2m 높이에 폭과 깊이가 각 1m다.

이삿짐도 맡아 준다. "서울 명일동과 경기 일산 지점에 집안 살림이 모두 들어가는 공간을 갖추고 일정 기간 해외에 나가거나 이사 날짜가 어긋난 사람들을 위해 이삿짐을 맡아줘요. 이삿짐도 온도, 습도가 자동조절되는 실내에 보관해 눈, 비를 그대로 맞는 컨테이너와 달리 망가질 염려가 없죠."

비용은 보관 기간과 각 지점이 위치한 건물 임대료에 따라 다르다. "보통 한 달 단위로 짐을 맡겨요. 4년씩 짐을 맡기는 장기 이용자도 있죠. 비용은 월평균 8만 원 입니다."

맡기는 짐도 다양하다. "사진첩이나 책, 음반 등 추억이 깃든 물건부터 골프채, 낚싯대, 운동기구 등 취미용품, 아이들 장난감이나 철 지난 옷과 신발, 반려동물 용품 등 다양하죠. 심지어 해외 파견 근무 나가면서 수백만 원대 레고 장난감을 맡긴 경우도 있어요."

세컨신드롬이 운영하는 짐 보관 서비스인 다락의 서울 강남역점 모습. AI가 냉난방, 조명 및 공기 질까지 관리하는 공간에 취미용품부터 각종 짐을 보관할 수 있다. 서재훈 기자

세컨신드롬이 운영하는 짐 보관 서비스인 다락의 서울 강남역점 모습. AI가 냉난방, 조명 및 공기 질까지 관리하는 공간에 취미용품부터 각종 짐을 보관할 수 있다. 서재훈 기자


"연내 대기업 계열사 인수"

다락은 MZ세대 취향에 부합하며 지점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2016년 창업 당시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점에 30평 규모의 1호점을 냈어요. 당시 다락을 알리려고 가방 가득 전단지를 채워 넣고 1층부터 54층까지 걸어 올라가며 직접 전단지를 돌렸어요. 일명 ‘빌딩타기’라고 하죠."

이후 입소문을 타고 찾는 사람이 늘어 2, 3호점 개설 간격이 1년에서 6개월로 점점 짧아졌다. 2019년 지점이 7개로 늘어나자 카카오벤처스, SBI인베스트먼트 등에서 30억 원을 투자받았다 "하나씩 늘리지 말고 대규모로 확장하자는 판단을 해서 투자를 받았어요.”

2020년 말 18개 지점을 개소하며 이듬해 다올인베스트먼트, 퀀텀벤처스 등에서 추가로 100억 원을 투자받았다. 이후 지점을 서울 경기 인천 대전 대구 등 전국 55개로 확대해 1위 업체로 올라섰다. "2~5위 업체를 모두 합쳐도 우리보다 지점 숫자가 적어요."

홍 대표는 지난 9월 메가박스중앙의 짐 보관 서비스 사업을 인수했다. "메가박스중앙은 영화관을 운영하는 메가박스 계열의 업체로, '보관복지부'라는 이름으로 짐 보관 서비스를 하며 6개 지점을 운영했는데 잘 안 됐죠. 지난 9월 인수하며 다락 앱으로 이용할 수 있게 했어요. 다락과 정체성이 달라 보관복지부라는 명칭은 그대로 유지합니다.”

앞으로도 그는 지점 확대를 위한 인수를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연내 국내 대기업 계열사를 인수하려고 협상 중입니다. 이렇게 되면 다락 앱 안에 여러 짐 보관 서비스가 들어오게 되죠."

내년까지 지점 150개로 확대

여기 그치지 않고 홍 대표는 지점을 올해 말 80개, 내년 150개로 늘릴 계획이다. 관건은 지점 확대를 위한 비용이다.

비용 마련을 위해 그는 지난 5월 '다락 크라우드'라는 독특한 투자금 조달 시스템을 만들었다. "투자를 원하는 개인들 문의가 많아 만들었어요. 개인들이 오직 다락에만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죠. 투자 단위는 1인당 최소 1,000만 원인데, 100만 원 단위까지 낮출 계획입니다. 연 20% 정도 발생하는 운영 수익을 월 배당으로 지급하는 투자상품이죠. 8호 상품까지 모두 완판됐고 9호 상품을 준비합니다."

월 배당이 가능한 것은 다락의 재사용률이 높기 때문이다. "다락에 1년간 짐을 맡긴 사람의 재사용률이 50% 이상입니다. 한 번 쓰면 계속 쓰죠. 따라서 매달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꾸준히 배당을 주고도 수익이 나요."

매출도 계속 오르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31억 원입니다.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할 겁니다. 아직은 투자 단계여서 적자이지만 내년에 흑자 전환을 예상합니다."

홍우태 세컨신드롬 대표는 혼자 사는 MZ세대가 늘어나면서 짐 보관 서비스도 성장할 것으로 보고 다락 지점을 내년까지 150개로 늘릴 계획이다. 서재훈 기자

홍우태 세컨신드롬 대표는 혼자 사는 MZ세대가 늘어나면서 짐 보관 서비스도 성장할 것으로 보고 다락 지점을 내년까지 150개로 늘릴 계획이다. 서재훈 기자


혼자 사는 MZ세대와 함께 크는 사업

홍 대표는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나와 금융권에서만 11년을 일한 금융 전문가다. "대학 4학년 때 썬 마이크로시스템즈에 취직했어요. 문과생이 서버 컴퓨팅 등 엔지니어 일을 하려니 힘들어 퇴사하고 미래에셋증권에 신입사원으로 다시 들어갔죠. 5년간 애널리스트와 금융상품팀 일을 했죠. 이후 독일계 자산운용사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로 이직해 5년 이상 다녔어요."

그는 증권사 시절인 30세 때부터 창업을 준비한 계획형 창업가였다. "정해진 역할보다 스스로 역할을 만들고 싶어 창업을 준비했죠."

특이하게 그는 사업 아이템보다 3가지 창업 기준을 먼저 세웠다. "3가지 기준은 현금 창출이 쉽고, AI와 관련 있으며 국내에 없는 사업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안정적인 회사원 생활을 하다가 사업가로 변신하며 큰 위험을 지기 싫어 바로 현금 창출이 가능한 사업을 하기로 했죠. 또 앞으로 로봇이나 AI가 사람을 대체할 테니 사람을 많이 쓰지 않는 사업을 하되, 국내에 없는 사업을 새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주고 싶었죠. 그게 기존과 다른 짐 보관 서비스였어요."

이후 5년간 일과 후 밤늦게까지 시장 조사를 했다. "짐 보관 서비스가 잘되려면 도시화 비율이 80%를 넘고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야 하는 조건을 발견했어요. 한국은 창업 이듬해인 2017년부터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었죠."

그가 발견한 시장은 놀라웠다. "전 세계 짐 보관 시장 규모는 60조 원입니다. 그런데 전 세계 어디에서도 AI를 이용한 무인 짐 보관 서비스를 하지 않았죠. 충격이었어요."

그는 MZ세대가 주를 이루는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짐 보관 시장이 커질 것으로 확신한다. “앞으로 1인 가구는 계속 늘어날 겁니다. 결혼하면 자녀 교육을 생각하며 주거를 확정하는데 1인 가구는 그런 게 없어서 주거가 불안정하고 이사를 많이 다니죠. 그래서 이들을 겨냥해 짐을 덜어주는 다락 사업을 고안했죠. 이용자의 46%가 1인 가구입니다. 이 사업은 MZ세대 및 1인 가구와 함께 가는 사업이죠."

앞으로 그는 도심 물류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물류업체 대부분이 도시 외곽에 물류센터를 갖고 있어 배송 시간이 오래 걸려요. 도심에 있는 다락 지점을 물류센터로 활용하면 배송 시간을 줄일 수 있죠. 이미 일부 지점을 물류센터로 활용하는 방안을 여러 물류업체들과 시험 중입니다. 이를 발전시켜 부동산투자회사들과 손잡고 건물 지을 때부터 아예 짐 보관 영역을 확보해 사업을 벌이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해외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해외에도 자동화된 짐 보관 서비스가 없어요. 미국과 일본에 자동화된 IT 짐 보관 솔루션을 판매하는 것을 시작으로 내년 이후 해외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입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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