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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패전 확실해지면 수도권에 핵 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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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올 들어 30여 차례 미사일 시험 발사와 9월의 ‘핵무력 법제화’를 통해 핵위협을 심화시키고 있다. 대부분 전술핵 능력 강화와 핵 운용부대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한 차원으로 추정되는 바 북한의 전술핵 위협은 이제 거의 현실이 됐다.
핵무기는 사용 목적, 표적, 위력, 투발 수단 등을 고려해 전략핵과 전술핵으로 구분한다. 전술핵은 군사기지나 적 병력 등 군사 목표물을 대상으로 하며, 수㏏~수십㏏(1㏏은 TNT 폭약 1,000t 위력)의 파괴력을 가진 핵무기다. 통상 직경 1m, 무게 1t 이하 핵탄두를 의미하며, 작고 무게가 가벼워 단·중거리 미사일 등을 투발 수단으로 이용한다.
북한은 2021년 제8차 당대회를 기점으로 “핵무기의 전술 무기화”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침에 의해 전술핵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북한의 핵탄두 보유 수량은 스톡흘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등 해외 전문기관들이 20~50개로 추정하고 있다. 보유 중인 탄도미사일은 대부분 단·중거리 미사일로 1,000여 발로 알려져 있으며, 이동형 발사대(TEL)는 100여 기 이상을 보유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판 이스칸데르급(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대구경 조종 방사포(KN-25)’ 등 신형 전술 탄도탄을 개발하고 있다. KN-23은 종말 회피기동 성능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저수지 발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열차에서 발사하는 미사일 개발을 통해 은밀성과 생존성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핵무력 법제화’를 통해 핵무기를 선행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핵무기의 5가지 사용조건을 모두 “판단되는 경우”로 규정함으로써 유사시 전술핵의 사용 상황을 자의적으로 판단하겠다는 점은 특히 우려할 만하다. 핵무기 사용조건 중에서도 ‘전쟁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작전상 필요에 의한 경우’라는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까지 북한은 극도로 불리한 상황이나 최후 수단으로만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이 법령에 의하면 ‘작전상 주도권 장악을 위해 전쟁 초기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올해 6월의 전술핵 운용을 포함한 새로운 작전계획 수립 추진도 이의 연장선상에서 이해 가능하다.
북한이 미 본토에 전략핵을 사용할 경우 미국의 강력한 핵보복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저위력 전술핵으로 청주 등의 한국 공군기지나 미군 전시증원 통로를 타격할 경우에는 미국이 핵보복 딜레마에 처할 것이라고 인식할 수 있다. 논리적으로 보면 북한이 전술핵을 사용했을 때 미국이 평양 등에 핵보복을 한다면 북한 역시 서울 등을 상대로 추가 핵 사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핵과 재래식 미사일을 혼용해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은밀성과 생존성이 향상된 TEL과 SLBM을 활용할 경우 한미의 완전한 파괴 노력에도 북한의 핵보복 능력이 잔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러한 핵확전의 공포심을 이용하고자 할 것이다. 따라서 유사시 승리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정권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기제로, 그리고 한미 연합군의 작전수행능력을 저지하기 위해 전술핵 활용도를 높여 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북한의 인식을 바탕으로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박사 등은 북한의 핵사용 시나리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북한은 한반도 위기 시나 전쟁 초기 주로 전술핵을 이용한 강압에 치중할 것이다. 핵 위협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지하나 무인도 핵실험, 미군 증원 통로의 공해상에 폭발 시도를 감행할 수 있다. 한미 연합지휘체계 및 정밀 무기체계의 마비를 목적으로 한 전자기펄스(EMP) 효과를 위해 핵무기를 고공에서 폭발시킬 가능성도 있다. 전쟁 초기라 하더라도 한미 연합군의 대응능력을 초기에 무력화시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인식할 경우 전술핵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즉, 5㏏ 내외의 저위력 전술핵을 한미 연합군에 사용하면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인식할 것이다.
전술핵의 주요 표적은 미군 증원전력의 통로인 부산, 대구 등 양륙공항이나 한국 공군의 주력기지인 대구, 청주 등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22년 10월 10일 노동신문은 그 직전 감행된 탄도미사일과 방사포 발사는 전술핵 운용부대 군사훈련의 일환이며, 가상 표적은 ‘남조선의 비행장과 주요 항구 시설’임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5㏏ 전술핵이 부산 항만과 대구 공항을 타격하면 인명피해는 각각 2,670명(사망)·9,800명(부상)과 9,210명(사망)·2만6,960명(부상)으로 분석된다. 특히 반경 3㎞ 이내 지역은 방사능 잔존으로 군사적 기능이 무효화된다고 봐야 한다.
더 큰 피해는 북한군이 패배 직전에 몰려 있고, 정권 붕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경우다. 김정은 정권이 종전 강요를 위해 남한의 인구밀집 도시나 수도권에 핵을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 아니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없다는 판단과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의 손실이 사용 시의 손실보다 더 클 것이라는 인식하에 최후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후에도 확전이 이어지면 일본, 괌, 하와이 등 미군의 핵심 기지에 대한 제한적 핵공격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즉, 핵사용의 범주를 한반도와 주변 지역의 군사 목표물로 제한하는 한편 저위력의 전술핵을 활용함으로써 미국의 핵보복에서 비껴가려는 북한의 의도는 항상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
우리는 미국의 확장억제와 한국형 3축 체계 등 두 축으로 대응하고 있다. 우선 한미는 실효성 있는 확장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개최된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정보공유 강화, 전략자산의 적시전개와 더불어 북한의 핵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한 확장억제운용연습(DSC TTX, Table Top Exercise)을 연례적으로 개최하기로 한 점은 확장억제의 구체화라는 측면에서 고무적이다.
한국형 3축체계란 킬체인(Kill Chain),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한국형 응징보복(KMPR)체계를 의미한다. 여기서 킬체인은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가 명백한 경우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해 무력화하는 개념이다. 1991년 걸프전 당시 미공군에서 스커드와 TEL 등 시한성 긴급표적(Time Sensitive Target)에 대한 공격체계를 만든 것이 그 기원이다. 킬체인의 메커니즘은 표적 탐지→식별→실행 결심→타격으로 이루어진다. 최대 30분, 최소 10분 내 타격을 통해 북한의 핵위협을 제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DMZ에서 가장 가까운 황해도의 황주 삭간몰 기지를 비롯한 북한 지역 내 3개 권역의 미사일 기지와 TEL에 대해 탐지할 수 있는 능력과 타격 능력이 필요하다.
현재 이 목표물들을 감시할 수 있는 능력은 공중항공통제기(E-737), 금강·백두(RC-800), 글로벌호크(Global Hawk), 아리랑 3호 위성 등이 보유하고 있으나 24시간 북한 전역을 감시하기에는 제한적이다. 5기의 정찰위성이 운영되는 2025년 이후에는 2시간 간격으로 감시할 수 있는 등 어느 정도 해소될 전망이다. 또 수십 기의 초소형 위성으로 그 공백 주기를 메울 수 있으나, 수년 뒤에야 가능하다. 타격 능력으로는 F-15K, F-35 스텔스 전투기, 현무-2 계열의 지대지 미사일 등 어느 정도 능력이 갖추어져 있다는 평가다. 탐지 및 타격 능력이 충족되었을 경우 실행 결심의 문제가 남아 있다. 킬체인을 발동한다는 것은 곧 전쟁 상황을 염두에 두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실행을 결심할 경우 다음의 제한점을 고려해야 한다. △북한의 미사일 기지와 이동식 발사대를 전부 탐지해 파괴할 수 있는지 여부 △잔존한 북한의 핵미사일에 의해 핵보복을 당할 가능성 △북한의 기만전술에 의해 자칫 전쟁 개시의 명분을 제공할 가능성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이 우리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그 필요성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선제타격 개념의 킬체인은 긴급하고 치명적인 위협에 대해서는 자위권을 인정하는 유엔 헌장 51조에 의거해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적의 명백한 공격징후가 없을 때에도 단순히 공격 가능성만으로 미리 공격하는 예방타격(Preventive strike)과는 다르다는 의미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전반적인 전쟁 징후 파악, 우리의 작전계획과 연계시키는 등 위의 제한점들을 해소하려는 정교한 노력이 필요하다.
북핵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응징보복 개념인 KMPR를 강조함으로써 핵사용에 대한 사전 억제와 핵공격 징후가 명확할 경우 킬체인으로 북핵 위협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공격에서 벗어나 발사된 핵미사일의 경우 KAMD를 통해 요격함으로써 우리의 피탄과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즉 3축체계 간의 시너지 효과가 중요하다.
이성훈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
※본 내용은 소속기관의 공식입장이 아니며 필자 개인의 견해입니다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 랜드연구소 방문학자를 다녀왔다. 합참과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로 근무하고 합동참모대학장을 거쳐 합동군사대학교 총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 <한국 안보외교정책의 이상과 현실>이 있으며 한미동맹, 핵전략, 항공우주전략이 주요 연구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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