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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갈등 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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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 분야에서 발생하는 미중 간 디커플링(탈동조화)과 블록화는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의 위기요인이다. 그간 한국은 세계화로 인한 글로벌 가치사슬의 발전과 국제분업 질서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해왔다. 그러나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은 비효율적인 추가비용을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반도체나 배터리 제조 분야의 기술경쟁력을 고려한다면 기회요인도 존재한다.
첫째, 미국이 중국을 견제함에 따라 중국의 기술 성장률이 둔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과 한국 기업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한국 기업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기존 기술을 업그레이드할 시간을 번 것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의 미래경쟁력은 크게 좌우될 것이다. 지난 10월 7일 미국은 중국의 첨단반도체 산업을 견제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들을 취했다. 지금까지 중국이 확보한 기술은 용인하고 차세대기술과 관련된 장비와 인력은 원천 차단했다. 결국, 이는 한국이 중국과 기술 격차를 벌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둘째, 미국 중심의 첨단기술 네트워크 및 공급망에서 우리의 경제적 이익 발생 가능성도 점쳐진다. 미국이 중국을 신뢰하지 못하고 강하게 견제함에 따라 우리가 주요 첨단산업 분야에서 중국과의 경쟁 없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기회가 열린 것이다. 미국 및 서구 시장에서 중국이 퇴출되는 영역에서 한국의 진출이 활발해진다면 경제적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논란이 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경우 우리 자동차 기업에 당장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지만, 다른 한편으로 배터리 및 재생에너지 관련 중국기업의 북미 진출을 막는다는 점에서는 우리 관련 기업들에 큰 기회도 제공한다.
셋째, 한국의 전략적 위상 상승이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이 첨예화될수록 미국은 한국을 미국 진영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인센티브의 일환으로 공동 연구와 핵심 기술 이전 등의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2021년 9월 결성된 호주, 영국, 미국 3자 간 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의 사례는 호주의 원자력 잠수함 개발에 미국이 지원하는 데 합의함으로써 한국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졌다. 안보상의 이유로 타국과의 협력을 제한했던 민군 겸용 첨단 분야에서 미국이 한국과의 협력을 허용할 가능성도 커진 것이다. 실제로 한미 양국은 2021년 5월과 2022년 5월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이 원자력 및 우주 전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의 대중견제 목적은 아직까지도 불명확해 보인다. 미국의 관료들은 대중견제 조치가 오로지 국가안보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다른 국가들은 미국의 조치들이 경제적 이익과 관련돼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독일 숄츠 총리는 논란 속에서도 중국을 방문했고, 네덜란드 대외무역·개발협력 장관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규제를 조건 없이 따르지는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중국의 위협은 추상적이지만 미국의 규제조치는 실제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주요국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느낌이다. 주어진 조건 속에서 한국은 상술한 기회요인에 초점을 맞추고 국가 이익의 극대화를 위한 노력에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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