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재 前 용산서장 구속영장 기각... '윗선' 향하던 특수본 수사 제동

입력
2022.12.0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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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구속 사유 및 상당성 인정 어려워"
"특수본 혐의 소명 못해"... 李 주장 수용
'정보보고서 은폐' 박성민 경무관은 구속
용산구청장·소방서장 2차 신병확보 차질

이태원 참사 당시 부실대응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이 5일 오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청사 밖으로 나오고 있다. 뉴스1

이태원 참사 당시 부실대응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이 5일 오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청사 밖으로 나오고 있다. 뉴스1

‘이태원 참사’ 현장 총괄 책임자였던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총경)의 구속영장이 5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반면 ‘정보 보고서 삭제’ 의혹에 연루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은 구속 수감됐다.

표면적으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절반의 성공’을 거둔 모양새다. 하지만 경찰 안팎에서는 “경찰의 부실 대응이 참사 피해를 키웠다는 특수본의 논리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해석이 많다. 경찰 지휘부, 행정안전부 등 책임 소재의 ‘윗선’에 칼끝을 겨누려던 특수본의 수사 계획에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김유미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이 총경에 대해 “현 단계에서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증거 인멸, 도망 우려에 대한 구속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피의자의 충분한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그는 핼러윈 축제 기간 경찰 인력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보고를 받고도 사전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10월 29일 참사 당일 오후 10시 35분 사고를 인지한 뒤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은 혐의도 적용됐다.

이 총경 측은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참사 전 서울청에 인파 관리에 필요한 기동대 투입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사 당일 오후 11시까지 급박한 상황을 몰랐다”는 주장도 되풀이했다. 애초에 상황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 만큼 형사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이 총경의 주장을 재판부가 받아들인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법원이 ‘구속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한 것은 특수본 측이 혐의를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같은 혐의를 받는 송병주 전 용산서112상황실장(경정) 역시 동일한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다만 특수본 입장에서 박 경무관과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경정)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점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이들은 인파 사고 우려를 담은 정보보고서를 사고 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를 받는다.

그러나 현장 치안 책임자들의 신병확보에 실패하면서 특수본의 수사 동력은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특수본은 ‘경찰, 소방, 지자체 등 현장 대응기관의 부실한 사전ㆍ사후 조치가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졌다’는 전제 하에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구성에 주력해왔다. 이날 영장실질심사가 특수본 입장에서는 법리 구성 및 혐의 소명 등을 평가 받는 리트머스 시험지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정보라인 구속도 참사 원인 규명이라는 수사 본류와는 무관해 파급력은 다소 떨어진다. 앞서 특수본은 박 경무관의 상급자인 김광호 서울청장이 보고서 삭제 과정에 개입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 총경 등의 신병을 확보한 후 같은 혐의가 적용된 박희영 용산구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을 상대로 2차 구속영장을 신청하려던 계획도, 행안부, 서울시 등 ‘윗선’으로 수사를 뻗어나가려는 특수본의 구상도 크게 흔들리게 됐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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