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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망터·황금곰솔·면삽지... 7만명이 감탄한 삽시도 둘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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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8개의 섬을 가진 세계 4위 도서국가 한국. 그러나 대부분 섬은 인구 감소 때문에 지역사회 소멸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국일보는 생존의 기로에서 변모해 가는 우리의 섬과 그 섬사람들의 이야기를 격주로 소개합니다.
둘레길은 이제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지역 주민을 위한 작고 소박한 길부터 외지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조성된 넓고 화려한 길까지.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둘레길을 한달음에 달려갈 수 있다. 관광자원으로 활용도가 큰 섬에서도 둘레길 조성이 한창이다. 드넓게 펼쳐진 바다 풍경까지 더해져 둘레길에서 삶의 쉼표를 찍고 싶은 현대인들에게 특히 호응이 높다. 멋진 바다풍경과 천혜의 자연환경이 어우러진 서해의 섬 삽시도도 그중 한 곳이다.
충남 보령시 대천항에서 30여 분을 가면 활 모양의 섬이 모습을 드러낸다. 충남에서 세 번째로 큰 3.8㎢ 면적이다. 삼한시대 마한 사람들이 거주한 곳으로 섬 모양이 화살촉이 꽂힌 활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삽시도라 불린다. 삽시도 주민 394명은 대부분 멸치와 삼치, 새우 등을 잡는 어업에 종사한다. 최근에는 굴과 전복, 바지락, 대합 등을 양식하고 있다. 주변에 잘 발달된 암초와 어자원이 풍부해 강태공들에게도 입소문이 났다.
울창한 송림과 수려한 바다풍경에 주목한 보령시는 2008년부터 둘레길 조성 사업을 시작했다. 밤섬 선착장에서 출발해 금송사→ 황금곰솔 → 물망터→진너머해수욕장→ 아랫말→ 윗말→ 술뚱 선착장으로 이어지는 6.2㎞ 둘레길 중 5㎞ 구간 조성사업이 마무리됐다. 아직 미완인데도 3시간이 소요되는 둘레길이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해에만 7만 명이 삽시도를 다녀갔다.
둘레길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곳은 물망터다. 밀물 때 잠겼던 바위와 백사장에서 갯물이 빠지면 바위 틈 사이에서 생수가 솟아오른다. 지난 2일 물망터에서 만난 김기태(60) 삽시1리 이장은 "요즘엔 퇴적물이 많이 쌓여 운이 좋아야 갯바위 사이로 보글보글 올라오는 생수 거품만 볼 수 있다"면서 "예전에는 소금기가 빠진 생수가 시원스럽게 올라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령 50년이 넘은 황금곰솔도 삽시도 둘레길의 자랑이다. 소나무과인 황금곰솔은 소나무 잎보다 억세고 색깔도 황금색이라 붙은 이름이다. 변이종이라 번식이 어려워 '외로운 소나무'라는 별칭도 갖고 있지만, 바닷바람과 염분에 강해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으로 활용된다. 조수에 따라 하루에 두 번씩 삽시도와 자갈길로 이어졌다 떨어지는 면삽지는 세월의 긴 풍상을 견디며 만들어진 기암절벽과 동굴로 이뤄진 빼어난 경관이 일품이다.
삽시도 둘레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해수욕장이다. 1㎞의 곱고 하얀 모래로 이뤄진 백사장에 파란 바닷물이 파도치는 진너머해수욕장은 삽시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변이다. 완만하게 펼쳐진 백사장에선 오른쪽으로 장고도, 바로 앞으로 무인도인 오도, 왼쪽으로는 호도와 외연도, 황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삽시도초등학교 뒤쪽 1.5㎞ 백사장이 펼쳐진 거멀너머해수욕장은 울창한 송림과 어우러진 그림 같은 섬이다. 진너머해수욕장에서 만난 관광객 김모(46)씨는 "하얀 백사장에 맑은 바닷물까지 보니 동해에 온 느낌"이라며 "여름에 꼭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둘레길 조성으로 관광객이 늘면서 섬 주민들은 반색하고 있다. 술뚱 선착장 앞 갯벌체험센터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임미자(35)씨는 "주말에는 관광객들이 몰려와 혼자서는 카페 운영이 감당이 안 될 정도"라고 말했다. 술뚱 선착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태연(49)씨도 "둘레길 때문에 섬을 찾는 손님이 갈수록 늘고 있다"며 "한때는 배가 하루에 아홉 번 다닐 정도로 관광객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해운사가 수익성을 이유로 배편을 줄여 아쉽다"고 말했다.
둘레길이 삽시도의 부활을 견인하고 있지만 보완할 점도 적지 않다. 둘레길 주변엔 화장실이 부족하다. 먹거리와 즐길거리도 마땅치 않아, 지속적으로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선 개선이 필요하다. 밤섬 선착장 신은경(44) 매표소장은 "섬을 나가는 사람 10명 중 9명은 둘레길에 화장실이 없고, 밥 먹을 곳이 마땅치 않다는 불편을 호소한다"고 귀띔했다. 보령시 관계자는 "내년까지 16억4,000만 원을 들여 삽시도 둘레길 보수와 연장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불편 사항을 하나하나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삽시도는 충남도와 보령시가 원산도를 중심으로 삽시도와 고대도, 장고도, 효자도를 연계 개발하는 '오섬 아일랜즈(Awesome Islands)'로 또 한번 도약을 노린다. 5개 섬 중에서 삽시도는 '예술섬'으로 거듭나게 된다. 양질의 규사토가 풍부해 유리공예에 특화한 2만9,000㎡ 규모의 예술인 마을이 조성될 예정이며. 마을에는 체험장과 판매점, 공연장, 카페 등이 들어설 전망이다. 2만8,000㎡ 규모의 숲속공연장과 해양레포츠체험장, 2만㎡ 규모의 치유의 숲으로 섬의 다양성도 키울 계획이다.
김이현 보령시 해양관광개발팀장은 "정부의 글로벌 해양레저 관광도시 국정과제에 '오섬 아일랜즈'가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어촌신활력과 섬관광 등 2개 공모 사업을 통해 예술섬 조성 사업비(420억 원)도 꼭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초로 섬과 섬을 연결하는 원산도~삽시도 해양관광케이블카 사업도 삽시도의 미래를 확 바꿀 관광 인프라로 꼽힌다. 4km 구간에 2025년까지 1,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돼, 10인승 케이블카 60여 대가 운행할 예정이다.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삽시도에는 지금보다 12배 넘는 1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액 민자사업으로 3개 업체가 지난 4월 기초 조사를 마친 뒤 결과를 보령시에 제출함에 따라, 행정절차가 마무리되면 내년 초 첫 삽을 뜰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일 보령시장은 "해양관광케이블카와 보령해저터널을 연계해 막대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2025년까지 사업이 완료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섬 특성화 사업'도 첫발을 뗐다. 행정안전부가 시행 중인 특성화 사업은 섬 주민이 조직체를 구성하고, 마을발전 계획을 수립해 소득사업과 마을활성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삽시도는 사업 선정에 따라 4단계에 걸쳐 10년간 최대 30억 원을 지원받게 된다.
전만권 한국섬진흥원 부원장은 "삽시도는 맨발로 다녀도 될 정도로 좋은 곳이지만, 사계절 관광지로서의 면모는 부족하다"며 "원산도의 배후관광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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