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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살해범 빨리 잡아 달라"던 일본 정치인의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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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속히 살인범이 붙잡혀 진상이 밝혀지길 바란다. 범인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
올해 9월 일본 나가노현의 마루야마 다이스케(48·자민당) 현의원이 배우자 사망 1주기에 맞춰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로부터 불과 2개월 만인 지난달 28일 마루야마는 배우자 살해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마루야마의 배우자 노조미는 지난해 9월 29일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됐다. 노조미는 마루야마 집안이 대를 이어 운영해 온 주조회사의 경영을 돕고 있었다. 시신이 발견된 장소는 주조회사 사옥이자 집으로 쓰던 건물 1층 사무실이었다. 목에 저항흔으로 보이는 찰과상이 있었던 데다 사무실 금고의 돈이 사라져 강도의 소행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렇다 할 물증이 없어 수사는 난항을 겪었다.
경찰 조사 초기 단계에서 마루야마는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됐다. 노조미가 살해당한 날은 현의회가 열리는 기간이어서 그는 9월 28일 밤 늦게까지 동료 의원들과 술을 마시고 의원회관에서 잤다고 진술했다. 또 29일 오전 7시쯤 아들의 전화를 받고서야 노조미의 죽음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알리바이는 있었다. 나가노시에 있는 현의회 의원회관은 범행 현장과 약 60㎞ 떨어져 있다. 28일 오후 11시와 29일 오전 7시 마루야마가 의원회관에 있었던 사실도 확인됐다.
마루야마는 언론 취재에 적극적으로 응하며 무고함을 알렸다. 이후 재선 현의원으로서 정치 활동을 계속했다. 올해 10월에는 내년 3월 통일지방선거에 출마해 현의원 3선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꼬리가 잡혔다. 경찰은 1년 동안 범행 현장 인근의 방범카메라 녹화 영상을 끈질기게 뒤졌고, 마루야마의 혐의를 포착했다. 노조미의 시신이 발견된 당일 새벽 의원회관과 마루야마 부부의 집을 왕복한 차량을 찾아냈는데, 마루야마의 차량과 일치한다는 증거가 속속 나왔다. 차량의 같은 곳이 움푹 파여 있었고, 방범카메라를 의식한 듯 자동차 번호판이 휘어져 있는 것도 같았다.
마루야마의 트레이드 마크는 웃는 얼굴이었다. 평판도 좋았다. 자민당에선 그를 차세대 지도자로 꼽았다. 그런 마루야마의 두 얼굴이 드러나면서 지역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노조미의 지인은 지역 언론 인터뷰에서 “마루야마는 온화하고 유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지인들도 “마루야마는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유의 사람이 아닌 줄 알았다"며 놀라워했다.
마루야마는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사건의 진상은 재판을 통해 드러날 전망이다. 우선 마루야마가 치정 문제로 살인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노조미를 살해할 당시 그는 다른 여성과 사귀고 있었다. 그 전에도 여러 여성과 불륜을 저지른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노조미를 잃은 직후 별로 슬퍼하지 않았다는 점, 오히려 영정 앞에서 웃기까지 했다는 점도 뒤늦게 입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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