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반려견 '몽이'를 7년째 키우면서, 동물자유연대의 이사·감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렵고 복잡한 동물법을 누구보다 쉽고 재밌게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지난달 25일 윤석열 대통령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민법 개정안(이하 '개정안') 처리를 여당 지도부에 당부했다. 뉴스를 보면서, 세상이 정말 바뀌고 있음을 느꼈다.
2016년부터 나는 동물자유연대에서 동물법 변호사로 활동했다. 동물자유연대 법제이사로 재직하면서 동물법 개정안, 동물학대 양형기준, 동물학대 판례집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실제 현장에서 접하는 대한민국의 동물법과 판례는 처참했다.
2014년 길고양이 600여 마리를 포획해서 산 채로 끓는 물에 넣어 죽여 건강원에 판매한 '나비탕 사건'이 있었다. 잔인한 범죄였음에도, 범인은 생계를 위한 것이라는 이유로 징역형의 집행유예(형의 집행을 유예하므로 교도소에 가지 않는다)를 받았다. 2017년 펫숍을 운영하면서 병에 걸린 강아지 78마리를 펫숍 2층에 올려놓고 굶겨 죽인 사건도 있었다. 이미 죽은 개들의 시체 옆에서 수십 마리의 개들이 추위와 배고픔에 죽어 갔음에도, 범인은 운영난이 있었다는 점을 이유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다. 2021년 동물을 학대·살해하는 사진을 단체 채팅방에서 공유하는 '동물N번방' 사건도 있었다. 검찰은 징역 3년을 구형했으나,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은 범인이 초범이고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한편, 몇몇 법원은 선도적 판례를 내놓기도 했다. 2019년,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카페에서 기르던 고양이 '자두'를 잔인하게 폭행하여 죽인 범인에게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하였고, 수원지방법원은 '시컴스'라는 고양이를 수차례 벽에 내리쳐 죽인 범인에게 징역 4개월의 실형을 선고하였다.
이렇게 법원의 판결이 엇갈리던 중인 작년 2월, 법무부는 사공일가(사회적공존, 1인가구) TF를 만들어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를 개선하기 위한 업무를 시작하였다. 처음 나에게 자문 요청이 왔을 때 나는 민법 개정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수년 전 동일한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된 적이 있지만 입법까지는 되지 못했다). 이에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처럼 민법 개정이 되면 좋겠지만 사실상 어려워 보이므로 최소한 동물학대자의 동물 소유권을 박탈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자문했다.
그런데 내 착각이었다. 작년 10월, 정부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개정안을 발의하였고, 이는 국회 본회의까지 상정되었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개정안 처리를 당부하고 있다. 이제는 개정안의 영향 및 개정 후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개정안은 동물학대 사건의 위자료 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웃집 남성이 반려견을 쇠파이프로 때려죽인 사건에서 견주 가족에게 인정된 위자료는 800만 원이었다(내가 알고 있는 사례 중 가장 높은 위자료이다). 그러나 반려동물이 단순히 물건이 아니라 가족의 구성원으로 인정된다면, 위자료 액수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개정안의 방향에 맞추어 동물 관련 법령이 추가로 개정되어야 한다. 이미 개정안의 취지를 고려하여 '반려동물을 강제집행의 대상에서 배제'하는 민사집행법 개정안, '이혼할 때 반려동물의 처우에 대해 법원이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민법 개정안 등이 발의되어 있다. 이에 더해 동물보호법 등 동물법을 개정하여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도입하여야 한다.
개정안이 발의된 지도 1년 넘게 지났다. 민법 개정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진전이지만, 후속으로 입법되어야 하는 수많은 과제들이 남아 있으므로 조속히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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