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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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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 간 한국어 선생님이 소식을 보내왔다. 먼저 가을이 되어도 더위가 크게 가시지 않는 태국 날씨에 한국의 찬 바람이 그립다 한다. 이런저런 이국의 소식을 전하다가 '이제는 은행의 그 고린내도 그립다'라며 이야기를 맺는다. 은행 열매가 밟히며 퍼지는 냄새가 한국의 가을 냄새였다는 것을 다른 곳에 가 살면서 처음 생각해 본 것이다.
냄새는 코로 맡을 수 있는 기운이다. '꽃 내음'과 같이 향기로운 기운은 운치 있게 '내음'으로 이른다. 우리 삶 속에는 듣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싱그러운 내음이 무수하다. 반가운 단비가 내리면서 마른 땅을 두드리면 '흙내'가 온 땅에서 피어오른다. '솔 내음', '풀 내음'은 상상만 해도 머릿속이 다 시원하다.
실체를 볼 수 없어도 누구나 공감하는 냄새도 있다. 봄 냉이가 올라간 국에서는 '봄 내음'이, 모처럼 찾은 고향에서는 차 문을 열면서부터 '고향 내음'이 밀려든다. 산골에서 자란 산골내기는 '산골 내음'을 기억하고, 바닷가를 아는 이는 '바다 내음'을 내내 그리워한다. 밥이 다 되어 가는 '구수한 내음', 신혼집의 '고소한 내'는 맛으로 말하는 냄새이다. 갓 지은 따끈따끈한 밥, 노릇노릇 변해 가는 볶은 깨를 맛보지 않은 외국인에게는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다. 냄새는 경험과 더불어 알아가고 기억되는 것인가 보다.
냄새 표현은 코로 맡는 것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말한다.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에게서는 인간다움, 곧 '사람 냄새'가 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모든 모임을 취소할 때, 우리가 그리워한 것은 사람 냄새였다. 긴 외출에서 돌아와 내 방에서 맡는 '아늑한 냄새', 겨울밤 산사를 그린 그림에서 느끼는 '그윽한 내음'도 코가 아닌 마음으로 맡을 냄새이다. 예전에 벼슬한 이들의 관료적 태도를 이른 '벼슬 냄새'란 말도 그러하다.
냄새는 사람을 움직인다. 이국땅에서도 기억 속의 한 냄새가 고국을 떠올리게 했다. 한밤에 창을 넘어오는 라면 냄새에 갑자기 배가 고파지고, 비 오는 날 커피 향에 발길을 돌리기도 하는 것을 보니 말이다. '몸 내음'이란 말이 있다. 말 그대로 각자 몸에서 나는 사람마다 다른 냄새, 곧 체취이다. 어린아이들은 자기 엄마의 이 절대적인 냄새를 '엄마 냄새'라 한다. 사전에도 없는 말이지만 모든 상황이 이해되는 멋진 표현이다. 그 곁에는 젖내가 밴 옷에서 '아기 냄새'를 맡으며 혼자 빙그레 웃는 엄마가 있다. 역시 냄새의 힘은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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