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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웠어" 안내견 '꽃담이'의 안타까운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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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지난달 17일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된 지 3개월도 안된 '꽃담이'(2세)가 세상을 떠났다는 내용이었다. 보통 안내견이 은퇴 이후에도 수년간 사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일이었다.
꽃담이는 올해 7월 안내견에 합격해 9월 초 제주에 사는 한 시각장애인 파트너와 생활하기 시작했다.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안내견으로서 본격적인 활약을 기대했던 것도 잠시, 파트너는 서울 방문 중 꽃담이의 용변(DT∙Dog Toilet)을 위해 새로운 장소를 찾았는데 꽃담이가 길 위에 있던 이물질을 삼켰다. 파트너가 다음 날 꽃담이를 병원에 데려갔지만 결국 5일 만에 사망했다.
부검 결과 사인은 급성출혈성설사증이었다. 조직검사 결과 독극물 섭취가 가장 의심된다고 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측은 잔디 위에 뿌려진 유박비료를 먹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지만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사연이 알려지자 꽃담이와 1년 동안 함께 살며 교육했던 퍼피워커 가족을 포함 안내견 봉사자, 시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슬픔을 나누고 위로했다. 퍼피워커 가족은 꽃담이 은퇴 후 꽃담이를 입양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을 정도로 애정이 깊었다. 시각장애인 파트너의 상심도 컸을 것이다.
안내견학교는 이번 일을 계기로 안내견이 낯선 곳에서 용변을 할 때는 망사형 입마개를 착용하게 하고, 이물질 섭취 후 구토 시에는 바로 병원으로 가도록 지침을 바꿀 예정이라고 한다.
안내견 1마리가 탄생하는 데는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있다는 걸 알기에 꽃담이의 죽음이 더 허망하게 느껴졌다. 안내견은 안내견 자질이 있는 부모견에게서 태어난다. 1년간 일반 가정에서 살며 퍼피워킹(사회화 과정)을 거친 뒤 안내견 학교로 돌아와 7, 8개월간 교육을 받는다. 이 가운데 약 30%만이 안내견이 된다.
일반 봉사자, 안내견 지도사, 그리고 시각장애인 파트너까지 이들의 노력이 없이 안내견 탄생은 불가능하다. 시간과 노력을 돈으로 환산할 수 없지만 비용만 1억 원이 넘게 든다고 한다.
안내견학교가 1994년부터 지금까지 분양한 안내견은 총 267마리. 현재 활동 중인 안내견은 70마리며 안내견 활동을 마치고 생을 마감한 안내견은 130마리다. 안내견 학교 홈페이지에는 세상을 떠난 안내견을 위한 추모관이, 학교 한편에는 추모비가 마련돼 있다. 꽃담이 이름도 안내견 추모관에 올라왔다. 3일엔 안내견학교에서 조촐한 추도식이 열린다.
꽃담이를 비롯 안내견을 보면 너무 고맙고 대견하다. 설사 이들이 사람을 위해 하는 일이 없다 해도 큰 덩치에 선한 눈을 가진 외모만으로도 나를 포함 많은 사람들을 무장 해제시킬 것이다.
꽃담이 퍼피워킹 가족이 꽃담이에게 쓴 편지를 보내왔다. "'주차'라고 말하면 다리 사이로 쏙 들어와 자리 잡던 똑똑이 꽃담아, 파트너 잘 모시고 먼 훗날 남은 여생 같이 보내자 약속했는데 네가 떠난 게 믿기질 않는다. 이젠 하네스 없이 하늘나라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니렴."
이같이 안타까운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그리고 꽃담이를 포함해 131마리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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