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물가 5.0%, 급등세는 제동… 택시·우유 등 곳곳 '암초'

입력
2022.12.02 15: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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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높였던 농축수산물·석유류 주춤
우윳값 인상 후폭퐁, '밀크플레이션' 우려
한은 "내년 초까지 5% 수준 이어갈 것"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11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11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11월 소비자물가가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5.0% 상승률을 기록했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고물가 주범이었던 석유류도 안정을 찾고 있어서다. 하지만 물가 상승률이 예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데다 택시·우유 등 각종 요금도 인상하고 있어 고물가 시름은 이어질 전망이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5.0%는 4월 4.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는 6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인 6.3%까지 올랐다가 8월 5.7%, 9월 5.6%, 10월 5.7%에 이어 지난달 5.0%까지 점점 내려가고 있다. 정부가 공언한 대로 물가는 정점을 찍고 하향세를 타는 모습이다.

물가 하락은 농축수산물 영향이 컸다. 10월에 5.2%였던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폭은 11월 0.3%에 그쳤다. 정부가 9월 추석 연휴 등을 계기로 주요 농축수산물 비축 물량 확대, 할인 쿠폰 제공 등 밥상물가 안정 대책을 실시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농축수산물이 전체 물가를 얼마나 끌어올렸는지 보여주는 물가 기여도는 전월 0.46%포인트에서 11월 0.03%포인트로 급감했다. 특히 농산물 물가는 2.0% 하락하면서 5월(-0.6%) 이후 6개월 만에 처음 떨어졌다. 개별 품목별로는 양파(27.5%), 무(36.5%), 감자(28.6%) 등이 올랐으나 오이(-35.3%), 상추(-34.3%), 호박(-34.9%), 고구마(-13.5%) 등은 내렸다.

물가 최대 위협 요인인 석유류는 5.6% 상승했다. 6월 39.6%까지 치솟았던 석유류는 이후 오름폭이 작아지고 있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 등에 따른 수요 감소로 국제유가가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류의 물가 기여도 역시 6월 1.74%포인트에서 11월 0.27%포인트로 완화됐다.

다만 물가를 끌어올린 품목은 외식과 공공요금이었다. 식자재 가격·인건비 상승 여파로 외식 물가는 8.6% 올랐다. 전월(8.9%)보단 낮지만 역대급 상승폭을 이어가고 있다. 10월 전기·도시가스 요금 인상 여파로 전기·가스·수도 물가 역시 전월과 똑같이 23.1%나 뛰었다.

전체 물가는 다소 개선했지만 작년 연간 상승률 2.5%를 고려하면 5% 상승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인 데다 곳곳에 암초가 즐비해 안심하긴 이르다. 당장 전날부터 서울 택시 심야 할증 시간이 앞당겨지고 요금도 비싸졌다.

또 10월 원유 기본가격 인상에 따라 지난달 우유 가격이 최대 10% 오른 가운데 빵, 아이스크림 등 우유를 주원료로 하는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올라가는 '밀크플레이션'도 예상된다. 장기화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 따라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다시 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환석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소비자물가는 내년 초까지 5% 수준의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국제유가 등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경기 둔화폭 확대 가능성, 에너지 요금 인상폭 확대 가능성은 각각 물가 하방, 상방 요인으로 잠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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