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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준하는 범죄"... 화물연대 파업 '심판자' 자처한 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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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근 경찰청장이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과 관련해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일부 조합원의 운송방해 행위를 일컬어 “테러에 준하는 범죄”라는 원색적 표현까지 동원했다. 이를 두고 경찰 내부에서조차 이태원 참사로 코너에 몰린 윤 청장이 친(親)정부 행보로 위기 돌파에 나선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최근 윤 청장은 하루가 멀다 하고 화물연대 파업에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29일 시ㆍ도청장 화상회의에서는 이번 파업을 “국가경제의 근간을 위협하는 심각한 위기”로 규정했다. 이튿날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을 찾아서도 “국가경제와 민생을 볼모로 운송거부를 계속하는 건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고 거듭 날을 세웠다.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화주와 계약을 맺고 운송서비스를 제공하는 화물차주들의 운행 중단 행위에 ‘불법’ 딱지를 붙인 셈이다.
윤 청장은 인천신항 방문 후 취재진과 만나서도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비(非)조합원 차량 유리창에 쇠구슬이 날아든 사건을 거론하며, “테러에 준하는 악질적 범죄”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조합원이나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받아들여 복귀한 조합원이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 ‘스마트워치(위치 추적 겸 비상호출장치)’를 지급하라는 지침까지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주로 가정폭력, 스토킹 피해자에게 지급되는 스마트워치를 파업 사건에 제공하는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전례를 봐도 윤 청장의 행보는 파격적이다. 올해 6월 화물연대 1차 파업 당시 김창룡 경찰청장은 “불법적 물류 운송방해 요인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9년 타워크레인 총파업 때 민갑룡 경찰청장도 “불법행위로 정당한 권익을 침해하는 것은 엄정히 수사해 사후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파업에서 파생되는 운송방해 등 불법행위에 한해 강력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금지 통고에도 집회를 강행하는 등 불법성이 인정되는 사례를 제외하고는 법 집행기관인 경찰이 파업 자체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건 드문 일이다. 반면 윤 청장은 “대한민국이 법치와 불법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할 정도로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윤 청장의 잇단 강성 발언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정부 기조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해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면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경찰의 적극적 대응을 지시한 만큼,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다. 이태원 참사로 경질 위기에 직면한 윤 청장이 고강도 파업 대응을 고리로 실책을 만회하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경찰청 게시판에는 “이러니 정부에서 (경찰을) ‘개’ 취급하지”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경찰청 한 간부는 “윤 청장은 실무진이 정부 기조에 맞춰 준비한 파업 관련 초고를 거의 그대로 말하고 있다. 개인의 정치적 목적으로 강경 발언을 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화물연대 파업 이후 비조합원 운송방해 등 총 19건의 불법 행위를 적발해 조합원 등 32명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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