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연 6% 육박"… 저축보험 금리 높이자 '조기 완판' 나왔다

입력
2022.12.01 04:30
수정
2022.12.01 09:06
12면
구독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주식 계좌를 정리한 직장인 이모(32)씨는 남은 돈을 어떻게 굴려야 할지 고민이다. ‘뱅보드 차트’를 보며 시중은행 예금 상품을 고르고 있었는데, 연 5% 후반 확정금리를 제공한다는 저축성 보험 얘기에 귀가 솔깃해졌다. 이씨는 “장기간 유지할 수 있으면 보험이 유리하다는 말도 있어 금리가 가장 높은 상품으로 알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수신(예금)금리 인상 자제” 당부 이후 은행권에선 연 5%대 정기예금이 자취를 감췄지만, 저축보험 시장에선 고금리 경쟁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연초 1~2% 수준에 불과했던 저축보험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지난달 11년 만에 처음 5%대에 진입했다. 연내 6%대 돌파도 가시권이다.

6%대 상품 나오나... 앞다퉈 '고금리 마케팅'

30일 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내달 연 6% 금리의 5년 만기 확정형 저축보험 출시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실제 판매되면 올해 생명보험사 중 ‘마의 6%’ 금리 벽을 넘는 첫 사례가 된다. 동양생명은 ‘엔젤더확실한저축보험’을 연 5.95%로 판매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고, NH농협생명 역시 연 5% 후반대 금리로 첫 확정금리형 저축보험 상품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출시된 연 5.8%의 교보생명 저축보험은 2주 만에 1조 원 넘는 자금이 몰리면서 사실상 완판됐다. 모든 은행에서 ‘방카슈랑스 25%룰(특정 보험사 상품을 25% 이상 팔 수 없도록 한 규정)’ 한도를 채운 것이다. 한화생명의 연 5.7% 확정금리 상품도 인기몰이 중이다.


고객 이탈 방지·유동성 확보 고육책?

생보사들이 앞다퉈 고금리 저축보험 상품을 내놓는 건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2012년 가입이 급증했던 10년짜리 저축보험의 만기가 대거 돌아오면서 해지하고 은행 등 다른 고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실제 네이버 데이터랩을 통해 1년 동안 ‘저축보험 해지’ 검색량을 추출한 결과 9월 중순부터 검색량이 증가하기 시작해 10월 말 최대치인 100을 찍었다. 고객 자금을 재유치하려면 고금리 상품 등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는 게 생보사들 입장이다.

연말 퇴직연금 시장에서의 대규모 머니무브(자산 이동) 공포가 커지는 가운데 보험사들의 유동성 확보 창구가 사실상 막혔다는 점도 영향을 줬다. 금리 상승 여파로 보유 채권의 가치가 하락해 팔기 좋은 시점도 아닌 데다, 레고랜드ㆍ흥국생명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전 금융권에 채권 매도 자제를 요청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금리를 높여서라도 저축보험 판매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당국 "금리 하락 시 역마진 우려" 경고도

문제는 역마진 우려다. 보험사는 고객이 낸 보험료를 운용해 발생한 수익으로 이자를 지급하는데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팔면 향후 금리가 떨어졌을 때 운용 수익률이 지급해야 할 이자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18일 생명보험사들에 공문을 보내 “금리 차에 따른 역마진 우려가 있다”면서 “보험상품 수익성 분석 때 적용이율 수준의 적정성과 재무건전성 영향을 충실히 검토하라”며 고금리 경쟁 자제를 주문했다.

불완전 판매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소비자들에게 상품 특징을 충분히 안내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저축보험은 소비자가 낸 납입금에서 각종 수수료와 사업비, 위험보험료를 차감한 다음 이자를 붙이기 때문에 만기 때 실제 돌려받는 금액이 제시된 이자율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


[후속 보도]

1일 기사가 나간 뒤 KDB생명과 금융당국은 "KDB생명은 이달 5년 만기 확정형 저축보험 금리를 연 5.9%대로 출시할 방침"이라고 밝혀왔습니다.


강유빈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