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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시행 안전운임제, 이제 정체성 찾아야

입력
2022.12.01 04:30
25면
민주노총 화물연대 광주본부가 30일 광주 광산구 대한송유관공사 전남지사 앞에서 결의 대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민주노총 화물연대 광주본부가 30일 광주 광산구 대한송유관공사 전남지사 앞에서 결의 대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화물연대가 지난달 24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6월 총파업으로 2조 원에 다다르는 피해가 발생한 후 5개월 만에 다시 총파업에 들어간 것이다.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것은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의 일몰제 폐지 및 품목확대이다. 안전운임제는 적정한 운임을 보장하여 근로여건을 개선하고 이를 통해 화물차 운전자의 과속, 과로, 과적운행 방지 등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됐다. 화주와 운수사는 정부가 고시한 안전운임 이상을 지급하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게 된다. 낮은 운임이 과속, 과로, 과적 등의 원인으로 지목됨에 따라, 종사자의 근로여건 개선을 통한 '교통안전'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도입 당시에도 법안이 순탄하게 통과된 것은 아니다. 안전운임제 도입으로 화물차주는 적정 소득을 보장받지만, 화주에게는 그만큼 부담이 가고, 제도 위반의 책임도 모두 화주의 몫이었다. 시장 논리에 따라 계약당사자 합의로 결정되는 서비스 금액을, 일률적으로 정하여 정부가 고시하고 강제하니, 화주의 반발은 당연한 것이었다. 결국 국회에서 3년간 제도를 운영해보고 교통안전에 기여하는 효과를 분석한 후에, 존폐 여부를 다시 논하기로 합의하였다.

안전운임제의 일몰을 앞두고 제도 운영의 성과를 분석해 보았다. 결과적으로 화물차주의 근로 여건과 소득 측면에서는 좋아진 면이 분명히 있으나, 교통안전도 제고 측면에서는 유의미한 효과를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안전운임제 대상은 컨테이너, 시멘트 품목의 영업용 견인형 화물차로, 이는 전체 견인형 화물차 중에서 78%를 차지하는데, 사업용 견인형 화물차의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제도 시행 전인 2019년 21명이었으나, 2021년에는 30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교통사고 건수도 2019년 690건에서 2021년 745건으로 늘었다.

안전운임제 도입으로 화주의 불만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운임 상승폭이 큰 데다, 위험물에 따른 할증 등으로 물류비 부담이 크게 가중됐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해상·항공 운임이 급등하고, 육상 운임까지 올라가며 물류비 삼중고를 겪고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근로여건 개선과 소득 증진이라는 목적은 일부 달성했지만, 교통안전이라는 공익적 목적이 다소 불투명해지고, 계약 당사자 간 합의로 정해야 할 운임을 일률적으로 정해 운임 수준에 대한 이견이 발생하면서, 정체성을 찾기가 어렵게 되었다.

문제가 다양하고 복잡할 땐 본질에 다시 집중해 볼 필요가 있다. 안전운임제가 근로여건 개선과 교통안전 확보를 위해 도입된 제도임을 감안하면 안전운임제의 다양한 쟁점들은 교통안전 확보도 전제되어야 하나씩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안전운임제에 관한 논의는 짧은 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와 국회를 포함하여 화주, 운수사, 차주 등 이해관계자가 대화를 통해 국민 모두가 안전하기 위한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태형 한국교통연구원 물류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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