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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발 돈 떼일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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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사태가 심각하던데, 저축은행에 넣어둔 1,000만 원짜리 예금 깨야 되나요?"
강원도의 레고랜드발(發) 채무 불이행 사태가 수면 위로 드러난 지난달,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런 글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왔다. 문제가 된 레고랜드 사태의 중심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있고, 지난 몇 년간 부동산 PF가 저축은행 같은 이른바 제2금융권에서 급증했으니 이들 은행의 부실 위험도 크다는 뉴스가 쏟아진 때였다.
너무 앞서 나간 걱정이란 댓글이 많았다. 설사 은행이 망해도 예금자보호법(1인당 5,000만 원 보호)이란 게 있고, 금융사가 망하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라면서. 하지만 금융 소비자들의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당국이 부실 저축은행 7곳을 영업 정지하면서 시작된 이른바 '저축은행 사태'가 국내 금융시장 전반을 뒤흔든 게 불과 11년 전이고, 그 막대한 부실과 고통의 시작은 그때도 부동산 PF였단 사실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다락같이 오르는 금리에 모두가 고통을 호소하지만 부동산 업황의 골짜기가 유독 깊다. 금리가 올라 부동산 경기가 꺼지면서 이런 사업에 돈을 댔던 금융사들의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진 게 사실이다. 통상 시행사는 부동산 개발로 얻게 될 미래 이익과 신용을 걸고 자금을 끌어모은다. 저금리와 부동산 호황에 올라탄 금융사들은 비교적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부동산 PF를 공격적으로 확대해 이 자금줄 노릇을 톡톡히 했다. 증권사도 돈 급한 건설업자와 이 자금줄 사이 중개에 뛰어들며 쏠쏠한 재미를 봤다.
영원한 건 없다. 부동산 하락기가 닥쳤고 영락없이 부실 위험도 커지고 있다. 인상폭은 줄어들 수 있겠지만 금리는 계속 오를 기세다. 가뜩이나 고공행진하고 있는 자금조달 비용이 더 비싸진다는 의미다. 이미 삽을 뜬 공사가 중단되기라도 하면 시행사와 시공사는 물론 금융사까지 건전성을 위협받고 줄줄이 무너진다. 정부가 50조 원 이상의 유동성 지원 등 자금시장 긴급 수혈에 나서고 있는 것도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가 금융권, 더 나아가 실물경제로 전이될 가능성을 막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최근 한국은행 조사에서 금융·경제 전문가들도 향후 금융 취약성이 가장 부각될 부문에 저축은행, 증권사, 캐피털사 같은 곳들을 지목했다. 부동산 PF 위험 노출액이 높아 유동성 위기에 취약하다는 이유에서다. 명분으로 보나 현실 가능성으로 보나 정부의 긴급 개입이 계속될 수도 없다. 경제 수장들의 말처럼 위기 전염은 막아야 하지만, 결국 세금이다. 최근 이창용 한은 총재도 "증권, 캐피털사가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많은 돈을 벌었으니 스스로 버틸 힘이 있다"며 자구 노력을 촉구한 것도 이런 맥락과 맞닿아 있다.
금융시장은 신뢰로 굴러간다. 이 믿음의 바탕은 매우 단순하다. 약속한 원리금을 제때 돌려받을 거란 믿음이다. 시장에서의 신뢰, 즉 신용도 마찬가지다. 맡긴 돈을 제때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구심과 불안이 시장의 한 구석을 파고들 때, 불신의 비용인 금리는 치솟고 돈줄은 말라가기 마련이다. 결국 실물 시장까지 어려워진다는 걸 이미 과거 수차례 금융위기에서 경험했다. 위기의 불길은 이미 시작됐고, 더 큰 비용을 치르지 않게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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