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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킬에 죽어가는 야생동물, 인간의 책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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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위해 일하는 직업을 꿈꾸는 청소년이 많습니다. 수의사, 사육사, 훈련사 등은 동물 관련 쉽게 떠올리는 직업이지만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입니다. 실제 영화감독, 출판사 대표, 웹툰 작가 등 다른 직업을 갖고 동물을 위해 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동물을 위해 힘쓰는 사람들을 만나 동물 관련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도로에서 찻길사고(로드킬)를 당한 고라니, 방음벽이나 건물 유리창에 충돌해 다친 새를 발견한다면 어디에 신고해야 할까. 농약을 먹은 채 발견된 독수리는 누가 구조해 치료할까.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에게 119 구조대원과 같은 역할을 하는 이들이 있다. 야생동물구조센터(구조센터)에서 근무하는 야생동물 재활관리사다. 환경부와 각 지자체는 직영 또는 위탁으로 전국에 17곳의 구조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전국 구조센터가 구조한 야생동물은 지난해 기준 1만7,813마리로 해마다 늘고 있다.
재활관리사는 야생동물 구조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직업이지만 아직 일반인에게는 생소할 수 있다. 직업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되지 않았고, 또 워낙 힘든 일이라 오래 일하는 이들도 많지 않은 편이다.
구조센터 중에서도 매년 구조 1, 2위를 다투는 충남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10년째 야생동물 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는 김봉균(33) 야생동물 재활관리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야생동물 구조 이야기를 다룬 책 '우리 만난 적 있나요?'를 출간하고, 최근 개봉한 영화 '생츄어리'에 출연하는 등 야생동물 보호 필요성을 알리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
-야생동물 재활관리사라는 직업이 생소하다.
"재활관리사는 조난당한 야생동물을 구조해 치료하고, 재활훈련을 통해 건강성을 회복시켜 자연으로 다시 돌려보내는 일을 한다. 직접적인 치료행위를 제외한 야생동물 구조의 모든 활동에 관여한다고 보면 된다. 또 현장에서 동물이 얼마나 위험한 상태에 노출돼 살아가고 있는지 피부로 느낀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역할도 한다."
-재활관리사가 된 계기는.
"야생동물을 좋아해 야생동물 수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성적 때문에 포기했다. 수의대 이외 동물관련 학과를 알아보던 중 공주대 홈페이지에 유일하게 흰꼬리수리 사진이 배너로 걸려 있어 지원했다. 막상 와보니 당시 야생동물 관련 수업은 없었다. 재학 중 야생동물구조센터가 생겼고 곧바로 지원해 일을 시작했다. 지금은 공주대에서 야생동물 관련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지금까지 배운 것을 나눠줄 수 있어 뿌듯하다."
-야생동물 구조는 어떻게 이뤄지나.
"구조는 시민 신고로부터 시작된다. 신고자에게 최대한 자세하게 상황을 듣고 필요한 장비를 구비해 현장으로 출동한다. 유리창에 충돌한 새 등 이미 동물이 구조된 상태에서 인계받는 경우가 많지만 농수로에 빠진 고라니, 폐어망에 감겨 있는 고니, 전봇대에 부딪혀 전깃줄에 걸려 있는 새 등 전문적으로 구조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구조해야 하는 동물이 다양한데.
"동물원 사육사라면 담당한 동물을 공부하며 관리 노하우를 익힐 수 있지만 재활관리사는 많은 동물을 담당하는 대신 깊이 파악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종별, 생태적 특성을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10여 년 전만 해도 야생동물 분야를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적었지만 지금은 많이 늘었다. 2020년 12월에는 환경부와 야생동물 구조부터 방생까지 지침을 총망라한 실무지침서를 제작해 배포했다. 재활관리사의 시행착오를 줄였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가장 많이 구조되는 동물은.
"건물이나 전선 충돌로 인해 부상당한 조류(64%)가 가장 많고, 어미를 잃거나 차량 충돌, 덫, 인공구조물 고립 등 위기에 처한 포유류(33%) 순이다. 조류 가운데는 흰뺨검둥오리, 멧비둘기, 황조롱이, 수리부엉이 등을, 포유류는 고라니, 너구리, 삵 등을 구조한다. 구조된 동물 10마리 가운데 4마리는 방생하며 나머지는 안락사(19.1%), 폐사(14.1%)한다."
-많은 동물의 죽음을 보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하루에도 여러 마리의 야생동물이 힘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경우도 있다. 많이 힘들었지만 버티기 위해 애썼다. 더 힘든 건 야생동물 구조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다고 느껴질 때다. 우리는 매일 야생동물이 처한 상황을 피부로 느끼지만 많은 사람이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 야생동물이 조난당하는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구조해 방생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람에게 발견되지 못한 채, 또 사람에 의해 죽어가는 야생동물이 많을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구조 사례는.
"2013년 새끼 너구리 '클라라' 구조다. 당시 일반인이 2개월 동안 가정에서 돌보면서 사람을 따르게 돼 결국 야생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매일 산책을 시키며 최선을 다해 돌봤지만 클라라의 삶이 행복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흰꼬리수리 '알비'는 포획허가종을 구분 못 하는 사람에 의해 부상을 당해 센터에 들어와 11개월 치료를 마치고 다시 돌려보냈지만 100일 만에 또 총에 맞아 구조됐다. 신경이 손상돼 결국 자연으로 돌려보내지 못하고 7년째 구조센터에서 지내고 있다."
-야생동물을 발견하면 어디로 신고하면 되나.
"야생동물구조센터라는 기관을 알고 있다면 해당 지역 구조센터에 연락하면 된다. 하지만 구조센터를 모르는 분들이 많아 119나 지역 민원 콜센터, 지자체 등을 거쳐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다. 지자체 담당자조차 구조센터를 몰라 유기동물보호소로 연결해주기도 한다. 업무 효율을 높이고 체계적 구조체계 마련을 위해 119처럼 통합 운영 콜센터가 있으면 좋겠다."
-조난당하는 야생동물을 줄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야생동물이 사고와 부상을 당해도 자연의 섭리라며 지나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사람이 만든 상황 때문에 야생동물이 위기에 처하는 것인 만큼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 어려움에 처한 동물을 지나치지 말고 구조센터에 연락을 하는 것만으로도 동물에게 다시 살아갈 기회를 주는 것이다. 나아가 야생동물이 위기에 처하는 근본적 원인을 고민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차에 치여 쓰러진 동물이 있으면 '불쌍하다'에서 그치지 않고 사고가 왜 났는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묻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한다."
-예비 재활관리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야생동물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들어오지만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금방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위기에 처한 동물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이를 생각하면 충분히 매력적이고 가치 있는 일이다. 현실적 문제를 마주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동물을 위해 함께할 수 있는 이들이 늘어나면 좋겠다."
재활관리사는 생물학, 축산학 등 동물 관련 학과를 졸업하거나 야생동물 관련된 분야에서 일정 기간 근무해야 지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동물 관련 학과에 진학하는 게 도움이 된다. 또 자동차 운전면허 자격증은 필수다. 구조 업무 가운데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게 신고를 한 민원인 응대와 운전이다. 신고자로부터 최대한 현장 상황을 듣고 준비해야 한다. 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만 해도 15개 시군을 담당하기 때문에 운전을 많이 하게 된다.
재활관리사를 꿈꾸는 이들이 예전보다 많아졌다. 과거에는 채용 공고를 내도 접수가 들어오지 않은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경쟁률이 높은 편이다. 재활관리사에게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는 공감능력이다. 동물을 다루다 보니 감정소모도 많고 신체적으로도 힘들다. 하지만 어려움에 처한 야생동물의 삶에 공감하고, 이들의 삶이 나아질 수 있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 결국 포기하지 않는다.
도움말: 김봉균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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