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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전등 못 봤지? 공간관리하고 전기료도 깎아줘" 세상에 없는 기술로 IoT 전등 개발한 신소봉 메를로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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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미국 약제사가 신약을 개발했다. 통증 등을 치료할 목적으로 만들었지만 갈증을 씻어주는 청량음료로 인기를 끌며 이름을 떨쳤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마시는 코카콜라 얘기다. 코카콜라처럼 세상에 없던 기술로 만든 제품이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경우가 있다. 토머스 에디슨이 발명한 전구는 사람들의 밤을 바꿨고, 영사기는 새로운 예술 산업인 영화를 탄생시켰다.
그래서 얼마 전 회장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그룹에 당부했다. 오직 하나뿐인 뛰어난 기술이 미래의 생존을 보장한다고 본 것이다. 기업들은 이를 초격차라고 부른다. 독보적 기술로 후발주자들이 감히 따라올 수 없는 격차를 벌인다는 뜻이다.
과거 신생기업(스타트업)이었던 코카콜라나 토머스 에디슨처럼 요즘은 스타트업들이 초격차 기술로 세상을 바꾼다. 2012년 신소봉(46) 대표가 창업한 메를로랩도 그중 하나다. 신 대표는 기존 사물인터넷(IoT)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을 개발해 가정과 사무실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조명을 만들었다. 세상을 바꿀 그의 초격차 기술을 들여다봤다.
카이스트에서 무선통신반도체로 박사 학위를 받은 신 대표는 처음부터 시장에 없는 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그가 눈여겨본 것은 각종 전자제품과 기기, 장비 등을 무선통신으로 연결해 다루는 IoT다.
그런데 세상에 나온 지 20년 넘은 IoT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하나 있다. 수백, 수 천 개 기기를 값싸고 편리하게 연결하는 통신기술이다. 이동통신은 비싸고 근거리 무선통신(와이파이), 지그비와 블루투스, 저전력 블루투스(BLE) 등은 잘 끊긴다. "5세대(G) 이동통신 기술은 연결이 잘되지만 비싸요. 와이파이, 지그비, 블루투스와 BLE는 장애물이 있으면 통신이 잘 끊기고 연결 기기가 늘어나면 속도가 떨어지며 제어가 안 되죠."
신 대표는 기존 기술의 약점에서 거꾸로 돌파구를 찾았다. 그가 직접 개발해 '메를로 메쉬 네트워크'라고 이름 붙인 IoT 기술은 5G 이동통신의 비싼 비용과 지그비, 와이파이, BLE 등의 통신 장애를 뛰어넘었다. "하늘의 별처럼 촘촘한 통신망, 즉 스타 네트워크를 저렴하게 구성하는 것이 핵심이죠. 그러면 수백, 수천 개 기기를 모두 연결할 수 있어요. 장애물이 있으면 우회하고, IoT 데이터를 압축해 용량을 줄인 뒤 암호화해서 세계 최초로 IoT의 한계를 극복했죠."
관건은 별바다처럼 촘촘한 통신망을 구성하는 방법이다. 그러려면 수많은 통신 연결장치(라우터)가 필요해 비용이 올라간다.
여기서 어디나 있는 전등을 연결장치로 쓰는 신 대표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튀어나왔다. 즉 전등이 통신망이 되는 것이다. "가정, 사무실, 공장, 길거리 등 전등 없는 공간은 없죠. 메를로 메쉬 네트워크 기술을 내장한 전등이 곧 통신망이 되고 여기 연결된 기기들이 다시 다른 기기의 연결장치가 되죠. 항상 전기가 들어오는 전등은 전원 공급을 위한 별도 공사가 필요 없고 대부분 위에 달려 있어 장애물 문제도 없죠."
전등을 연결장치로 만드는 것은 'M3000'이라는 작은 반도체를 개발해 해결했다. "발광다이오드(LED) 전등을 제어하는 반도체에 자체 개발한 메를로 메쉬 네트워크와 기존 통신기술들이 들어가요."
M3000 반도체는 독일 위탁생산 반도체(파운드리) 업체 엑스팹(Xfab)에서 생산한다. "전등에 넣으려면 220볼트 전압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반도체가 필요해요. 엑스팹은 강한 전기를 견디는 자동차용 반도체를 만들어요. 이 업체는 10년 전부터 강한 전기용 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했죠. 여기서 연간 10만 개씩 전등용 반도체를 만들어 공급해요."
삼성전자에 맡기지 못한 것은 생산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강한 전기를 견디는 하이파워용 반도체를 생산하지 않아요. 대만 TSMC는 생산 시설은 있으나 생산량이 적죠."
반도체가 들어간 LED 전구는 가정, 사무실, 공장과 창고 등을 IoT로 연결되는 스마트 공간으로 바꿔 놓는다. "전등 교체 후 스마트폰 소프트웨어(앱)를 설치하면 하루 아침에 스마트 공간이 되죠. 공간 내 IoT 시설과 전자기기들을 스마트폰으로 제어할 수 있어요."
"세상이 놀랄 만한 기술을 개발하면 기업들이 찾아올 줄 알았어요." 현실은 달랐다. 기업들이 초격차 기술의 가치를 몰라 봤다.
신 대표는 필립스, 오스람 등 세계적 전등업체들을 찾아갔으나 문전박대를 당했다. "듣도 보도 못한 한국의 스타트업을 믿지 않았죠. 정말 그런 기술을 개발했다면 보여달라더군요."
그래서 계획에 없던 전등까지 직접 만들게 됐다. "전구 회사에 의뢰해 시제품을 만들려고 했어요. 그런데 중국산 저가 전등이 휩쓸면서 국내 전등회사들이 경쟁력을 잃고 대부분 사모펀드에 팔려 해외로 넘어갔어요. 더 이상 국내에서 전등을 만들 방법이 없었죠."
그는 경기 화성에 전등 공장을 세웠다. "독일 엑스팹에서 위탁 생산한 반도체를 가져와 화성 공장에서 30여 종의 다양한 IoT 전등을 생산해요. 우리는 이를 '메를로 IoT' 조명이라고 불러요."
이 전등은 쿠팡 등 온라인 쇼핑몰과 자체 온라인 쇼핑몰 '메를로몰'에서 판매한다. 개당 가격은 가정용 LED 전등 22만 원, 건물용 10만 원, 주차장용 8만 원 등이다. 반도체와 통신 기술이 들어가 일반 전등보다 비싸다. "일부러 가격을 올린 고급형으로 중국산 저가 전등과 차이를 뒀죠."
재미있는 것은 가정용 IoT 전등이다. TV, 에어컨 등 각종 전자제품의 리모컨을 제어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탑재돼 전등을 꽂으면 스마트 기능이 없는 가전도 스마트 가전처럼 쓸 수 있다. "전등이 리모컨을 작동시켜 앱으로 TV, 에어컨 등을 켜고 끄거나 채널, 음량, 바람 세기 등을 조절할 수 있어요. 등을 사면 스마트 가전이 생기는 셈이죠. 서민들의 주거 환경 향상에 관심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계약을 맺어 서울, 광주 등 임대주택 2,400가구에 이 전등이 들어가요."
공장용, 건물용 전등은 전기요금 절약 기능도 들어 있다. "전등에 감지기가 들어 있어서 실내 밝기에 따라 전등 밝기가 자동 조절돼 전기료를 아낄 수 있어요. 실험해 보니 일반 형광등 대비 35.7%, LED 전등 대비 23.5% 전기료를 아낄 수 있죠."
이 때문에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한국산업인력공단, 서울역 메트로타워 건물 등에서 잇따라 이 전등을 도입했다. "국내 최대 물류회사도 물류센터 등에 이 전등을 설치했어요."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전등에 들어간 대규모 정전사태(블랙아웃) 방지 기능이다. 이를 위해 패스트DR 기능을 내장했다. 패스트DR는 한국전력에서 전기 공급량에 맞춰 전력 수요를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패스트DR에 참여하면 전력 사용이 많아 대규모 정전이 우려될 때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에어컨이나 공장 설비 등의 가동을 일시 중단한다. 대신 전기료를 할인받는다. "전날 전력거래소에서 전화로 요청하면 다음날 전력 소비가 많은 시설 가동을 낮추는 식으로 패스트DR를 운영하죠. 그러다 보니 참여율이 떨어져요."
메를로 IoT 전등은 실시간으로 패스트DR를 적용한다. "패스트DR 요청이 들어오면 실시간으로 전등이 알아서 조명 밝기를 줄여요."
신 대표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7, 8월 이 기술을 실증해보고 깜짝 놀랐다. "사장 등 한전 경영진이 찾아와 초 단위로 전기 수요량을 조절하는 것을 보고 감탄했어요."
패스트DR 전등은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RE100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의 문제는 전력 생산량이 늘거나 줄 때 여기 맞춰 전력 소비를 조절할 수 없다는 것이죠. 패스트DR 전등을 사용하면 실시간 수요 조절이 가능해 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릴 수 있어요."
가정도 이 전등으로 전기료를 돌려받는 국민DR에 참여할 수 있다. "참여 의사를 밝히면 전력거래소에서 전력 소비 축소 요청 시 전등 조도와 가전 작동 등이 자동 조절돼요. 전력 사용을 줄인 만큼 현금을 돌려 받죠."
신 대표는 한동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전자공학을 복수 전공한 뒤 카이스트에서 무선통신반도체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쳤다. 이후 병역특례로 반도체기업 알에프쎄미에서 무선통신반도체를 연구했고 레이디오펄스와 LG전자 산하의 실리콘웍스(현 LX세미콘)에서 LED 조명과 무선통신기술, 전력시스템 기술 등을 개발하다가 메를로랩을 창업했다.
2014년 3개월간 밤을 새워 M3000 반도체를 개발한 뒤 투자를 받았다. "KB인베스트먼트, 원익, KT, 카카오, 포스코 등에서 누적으로 300억 원 이상 투자받았죠."
매출은 지난해 60억 원, 올해도 비슷한 수준을 예상한다. 정부가 내후년부터 스마트 조명 사용을 의무화한 만큼 내년 매출은 100억 원 이상 기대한다. "전등만 팔면 훨씬 더 많이 벌었겠죠. 그런데 계속 기술 개발을 하다 보니 비용이 많이 들어요. 전체 직원 38명 가운데 절반이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개발자입니다. 내년부터 정부가 공공기관이나 가로등을 스마트 조명으로 교체하면 연간 7,000억 원 시장이 새로 열려요."
앞으로 그는 IoT로 건물을 제어하는 스마트 건물 시스템을 개발해 해외로 진출할예정이다. "내년 하반기에 건물 조도, 온도와 습도, 도난 화재 방지 등을 IoT로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 건물 시스템을 개발해 해외로 갖고 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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