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 반드시 필요하다

입력
2022.11.30 04:30
25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윤석열 정부가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의 수단으로써 원자력발전에 방점을 찍으면서, 원전 내에 쌓여 가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이 주요한 정책의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를 의식하듯, 윤석열 정부는 고준위 방폐물 처분을 위한 특별법 마련과 국무총리 산하 전담조직 신설을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고준위 방폐물 처분시설 건립을 위한 기본계획은 이미 마련되어 있다. 향후 37년 내 고준위 방폐장 부지를 확보하고, 중간저장시설 확보는 물론, 처분장까지 완공하는 게 골자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은 '부지 선정'이라는 첫 단추를 꿰는 것부터 쉽지 않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부지 선정을 위해선 정밀한 과학기술에 근거한 부지 분석·평가는 물론,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사회적 합의 도출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고준위 방폐장 건설은 그간 지역주민과 시민·환경단체들이 갖고 있는 불안감과 오해를 극복하지 못한 채, 장기간 공전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결국 해법은 투명하고 공정한 법적 근거에 기반을 둔 방폐장 부지 선정과 건설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오는 2025년부터 세계 최초로 고준위 방폐장을 운영할 예정인 핀란드는 법률적 기반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본격 논의가 시작된 지 18년 만에 방폐장 부지 선정에 성공했다. 핀란드 사례에서 보듯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 원전 내 저장시설 설치 등에 대한 투명한 추진절차와 내용을 담은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은 우리에게도 반드시 필요하다.

다행히 여야 모두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이미 여야 의원들에 의해 3건의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안이 발의돼 산자중기위 법안소위에 계류돼 있다.

하지만 여야 모두가 고준위 방폐장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상황에서도, 역설적으로 특별법이 조속히 통과될 것이라는 전망은 많지 않다. 원전지역 주민들과 시민·환경단체의 반대, 국민들의 무관심, 정치적 이해득실 등이 복잡하게 얽힌 결과다.

하지만 꼼꼼히 따져 보면 여야가 발의한 특별법안의 핵심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방폐장 선정절차를 관리할 공정하고 독립적인 관리위원회의 구성, 공론화를 통한 방폐장 후보지 선정, 주민투표를 통한 부지 확정 등이 골자다. 다소간 이견은 있지만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여야가 충분히 합의점을 찾고, 조속히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수준이다.

원전 내에 저장한 사용후핵연료의 포화 시점이 다가오는 가운데, 향후 37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되는 고준위 방폐장 건설은 이제 한시도 지체할 수 없다. 고준위 방폐장 건설에 대한 결정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원전지역과 미래세대의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국회 차원의 조속한 공청회를 비롯해 법안심사 절차 착수와 특별법 통과가 필요한 이유다. 고준위 방폐장을 건설하고, 미래세대로 부담을 넘기지 않으려면, 바로 지금이 국회와 정치권의 역할이 필요할 때다.


김창락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 학장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