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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솔푸드 '엄마표 김장' 함께 준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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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팔순 노모가 계신 강원도 고향집에 다녀왔다. 해마다 이맘때면 어머니가 심혈을 기울이는 연례의식 비슷한 일이 있는데 연탄 들여놓기와 김장이다.
먹거리가 풍부하고 한겨울에도 여름 옷차림으로 지낼 만큼 집 난방이 잘되는 요즘 세대들에게는 "무슨 '라떼' 타령이냐"는 소리를 듣겠지만, 내 어린 시절에는 끼니를 해결할 최소한의 음식(밥과 김치), 연탄을 갖춰 놓는 일이 어머니에게는 겨울맞이 이상의 '성스러운' 의식이었다. 용달차에 가득 실려 온 연탄을 창고로 옮기려면 나도 동참해야 했는데, 헌 옷으로 갈아입고 가슴 가득 연탄을 안아 옮긴 뒤 내 몫을 했다는 우쭐한 기분으로 짜장면 한 그릇을 받아 들곤 했다.
이번에 고향집에 가니 어김없이 뒤뜰 창고에는 연탄 수백 장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안방 난방과 온수 공급을 위한 가스 보일러가 있지만 어머니는 지금도 건넌방만큼은 연탄 보일러를 고집하신다. 아무리 추워도 이불 속에 쏙 들어가면 사우나도 부럽지 않을 만큼 뜨끈뜨끈한 온돌의 맛이 있는데, 어머니의 더 큰 목적은 한 푼이라도 돈을 아끼는 것이다. 하루에 두 번, 연탄 4장을 직접 갈고 타고 남은 연탄재를 100미터쯤 떨어진 쓰레기장까지 옮기는 일이 점점 더 버겁겠지만, 어머니가 60년 이상 지켜온 일상을 포기할 것 같진 않다.
어머니의 김장은 준비에만 사나흘이 걸린다. 집 앞 밭에서 기른 최상품 배추, 무, 쪽파를 골라 씻고, 햇볕에 말린 고춧가루와 갓과 마늘, 생강을 눈으로 직접 확인해 사고, 새벽 시장에 나가 보리새우와 까나리액젓, 새우젓, 천일염을 사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본격적인 김장 준비는 배추 절임부터 시작된다. 그냥 먹어도 고소하고 단맛이 진한 배추를 반으로 잘라 일일이 천일염을 뿌리고 소금물에 적셔 하룻밤 서늘한 곳에 보관하는데, 이 과정이 김치맛의 절반을 좌우한다며 어머니는 정성껏 소금을 뿌리셨다.
"이번에는 마흔다섯 포기밖에 안 한다!" 어머니는 양이 적어 별로 할 게 없다고 하셨다. "마흔다섯 포기가 간단하다고요?" 나의 반문에 어머니는 "왼쪽 집은 한 접 반(150포기), 오른쪽 집은 한 접(100포기)을 했다더라. 고작 마흔다섯 포기인데 힘들게 뭐 있냐"고 되물으셨다. 하긴 30년 전만 해도 배추김치, 무김치, 물김치 3종을 커다란 김치 독에 가득 담아 마당 구석 땅에 묻었으니, 배추 마흔다섯 포기 김장은 일도 아니다.
사실 마흔다섯 포기든 100포기든 김치 속 만드는 일은 똑같다. 배추 포기에 맞춰 재료를 준비해 섞고 양념 간을 맞추는 과정 중 어느 하나도 생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영혼을 담아 내듯 정성스럽게 김치 속을 만든다. 무채를 썰고 생강과 마늘을 빻아 넣고 찹쌀죽과 쪽파, 갓, 볶은 깨, 보리새우 등 10여 가지 재료를 다 넣은 뒤 고춧가루, 까나리액젓, 새우젓으로 간을 맞춘다. 그 흔한 설탕도 안 넣는다. 재료는 손에 잡히는 대로, 눈대중으로 넣고 섞어 손가락 끝으로 찍어 먹어 보는 걸로 간을 맞춘다. 대충 하는 것 같은데 시원하면서도 적당히 매콤하고 다디단 '엄마표' 김치 맛은 그대로다. "이젠 뭘 해도 맛이 없어~"라며 어머니는 엄살을 부리시지만…
나는 다른 반찬 없이 김치만으로 몇 끼를 먹을 수 있다. 딱 한 가지 조건은 어머니의 손맛이 느껴지는 '솔푸드' 김치여야 한다. 앞으로 얼마나 더 '엄마표 김장'을 먹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가슴이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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