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득점 4분 전... 경기장 난입한 관중 "이란 여성을 존중하라"

입력
2022.11.2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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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한국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포르투갈과 우루과이의 경기, 한 남성이 무지개 색깔의 깃발을 흔들며 경기장에 난입하고 있다. 루사일=뉴시스

29일(한국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포르투갈과 우루과이의 경기, 한 남성이 무지개 색깔의 깃발을 흔들며 경기장에 난입하고 있다. 루사일=뉴시스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에서 관중이 난입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관중은 다름아닌 '이란 여성 인권'을 위해 1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그라운드를 질주했다.

29일(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포르투갈과 우루과이의 경기에서 후반 7분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한 남성이 그라운드에 난입했다. 이 관중은 무지개 깃발을 펄럭이며 잔디밭을 달리다가 곧장 관계자에게 끌려나갔다.

소위 훌리건(스포츠 경기에서 난동을 부리는 극성팬)의 돌발 행동에 관심이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경기 중계 카메라는 난입한 관중을 비추지 않는다. 이날도 경기장에 뛰어든 남성의 모습은 중계 방송 카메라에 제대로 포착되지 않았다. 그러나 곧 그가 입은 티셔츠 뒤에 'RESPECT FOR IRANIAN WOMAN(이란 여성을 존중하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현재 이란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20대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간 뒤 의문의 죽음을 당했기 때문이다. 정부 규탄 시위의 파장은 카타르 월드컵에까지 뻗쳤다. 이란 대표팀은 앞선 두 차례 조별리그 경기에서 귀국 후 처벌 위험에도 불구하고 국가 연주 때 침묵했고, 일부 이란 유명 배우들은 월드컵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날 경기장에 난입한 관중의 질주에는 이란 반정부 시위대에 연대하는 의미와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던 것으로 보인다. 남성의 질주는 1분도 채 되지 않아 끝이 났지만, 그가 전하려던 뜻은 전세계인에게 확실히 각인됐다.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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