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월드컵 공격포인트 기록한 크로아티아 선수 '전 K리거'였네

입력
2022.11.28 16:07
수정
2022.11.28 16:5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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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캐나다에 4-1 대승

크로아티아 축구 국가대표팀 미슬라브 오르시치(왼쪽)가 27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F조 캐나다와의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로브로 마예르의 득점을 도운 뒤 자축하고 있다. 도하=로이터 연합뉴스

크로아티아 축구 국가대표팀 미슬라브 오르시치(왼쪽)가 27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F조 캐나다와의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로브로 마예르의 득점을 도운 뒤 자축하고 있다. 도하=로이터 연합뉴스

2022 카타르 월드컵 F조 크로아티아와 캐나다의 경기가 열린 28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 낯익은 얼굴이 등장했다. 불과 4년 전까지 K리그에서 뛰었던 크로아티아의 공격수 미슬라브 오르시치(30·K리그 등록명 오르샤)였다.

그는 팀이 3-1로 이기고 있던 후반 41분 이반 페리시치(33)를 대신해 그라운드에 들어와 공격과 수비를 가리지 않고 구슬땀을 흘렸다.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인 후반 추가시간, 그는 로브로 마예르(24)의 득점을 도와 월드컵에서 첫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크로아티아는 이 한 골로 모로코에 골득실에서 1골 차로 앞서며 F조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오르시치는 노상래 전 전남 드래곤즈 감독의 눈에 띄어 2015년 전남 유니폼을 입었다. 노 전 감독은 전남 수석코치로 재직하던 2013년 크로아티아에 외국인 선수를 보러 갔다가 그를 발견했다. 당장 계약하려 했지만 당시 오르시치가 이탈리아 2부 리그로 이적한 직후라 전남행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계속해서 그를 눈여겨보던 노 전 감독은 전남 사령탑으로 부임하자마자 기어이 그를 데려왔다.

노 전 감독의 눈은 정확했다. 오르시치는 이적 첫해 33경기에서 9골 7도움을 기록하며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아시아 무대에서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그는 중국 슈퍼리그 창춘 야타이를 거쳐 2017년 K리그 강호 울산 현대로 이적했다. 그해 오르시치는 리그 전 경기(38경기)에 출전해 10골 3도움을 기록했고, 울산의 첫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에도 기여했다.

K리그에서 확실한 입지를 다진 2018년 그에게 고향팀인 크로아티아 디나모 자그레브에서 이적을 제안해 왔다. 오랜 해외 생활 끝에 이룬 금의환향이었다. 그는 자그레브에서 리그와 유럽대항전을 포함해 △2018~19시즌 13골 5도움 △2019~20시즌 21골 10도움 △2020~21시즌 24골 10도움 △2021~22시즌 20골 5도움을 기록했고,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0 대회부터 대표팀에도 합류했다.

대기만성형 선수의 저력을 보인 오르시치는 지난 23일 모로코전에 후반 45분 교체 투입되며 생애 첫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당시 짧은 출전 시간 탓에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던 그는 결국 캐나다를 상대로 자신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렸다.

이날 도움을 올린 장면을 통해 평소 오르시치의 성격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골키퍼와 1대 1 상황을 만들어냈지만 욕심 내지 않고 득점 기회를 동료에게 양보했다. K리거 시절 자신의 이름을 부르기 어려워하는 동료들을 위해 등록명을 ‘오르샤’로 변경했던 그의 이타심이 고스란히 묻어난 공격포인트였다.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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