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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갑게 만짐으로 낮추는 노년의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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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웠죠. 너무너무 고마웠죠. 나 같은 늙은이의 몸을 누가 이렇게 정성껏 만져주겠어요?" 그의 목소리와 얼굴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작은 돌이 하나 떨어진 듯, 마음이 쿵, 했다. 60~80대 여성들이 서로 짝을 지어 바닥에 등을 대고 누운 파트너의 몸을 발끝에서부터 다리, 몸통, 팔, 심장을 거쳐 얼굴에 이르기까지 '조물조물' 만지는 시간을 가진 뒤였다. 움직임을 통한 알아차림이라고 알려진 소마틱스 원리에 따른 접촉 프로그램이었다.
여기서 핵심은 몸을 만지는 사람과 몸을 맡긴 사람 모두 집중된 고요 속에서 그 조물조물한 섬세한 만짐이 일깨우는 감각에 몰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 감각도 지각도 느낌도 명료해진다. 그동안 몇몇 기관에서 이 프로그램을 하고 난 뒤 들었던 반응은 대체로, 좋았다, 몸이 깨어나는 느낌이었다, 잠이 들 정도로 편안했다, 잠깐이지만 깊은 평화를 누렸다 등이었다. 한 프로그램에서는 50대 후반 은퇴를 앞두고 마음이 혼란했던 중년남성이 '손이 만지는 자리마다 아주 작은 나비가 날아오르는 것 같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나 같은 늙은이의 몸을 정성껏 만져줘서 고마웠다'니. 이 말은 분명 다른 의미를 전하고 있었다. 결혼한 지 채 2년도 안 되었던 20대 중반, 그의 남편은 교통사고를 당했고, 그때부터 그는 혼자 힘으로 불편한 남편을 돌보며, 두 자식을 키워냈다. 몇 년 전 남편을 하늘나라로 보내고 여든다섯인 그는 지금 혼자 살고 있다. 여든다섯이 될 동안 다정하고 부드러운 손길 없이 생존을 위해 달려온 몸이 표하는 고마움에 참여자들 모두 숙연해졌다. 그날 이후 나는 그와 비슷한 삶의 여정을 걸어왔을 많은 노년을, 노년의 몸을 종종 떠올린다.
'한없이 가까운 세계와의 포옹'에서 촉각에 대해 집중적으로 탐구한 수시마 수브라마니안은 "촉각이야말로 가장 감성적인 감각"이라고 강조한다. 촉각 기관은 몸의 표면 전체에 퍼져 있고 심지어 몸 안에도 있다. 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외부에서 피부에 가해지는 자극은 두 개의 서로 다른 전파를 발생시킨다. 하나는 즉각적이고 날카로운 감각이고, 또 다른 하나는 그다음에 등장하는 느리고 부드러운 감각으로서 통증을 완화한다. 이 2차 신경 파동은, 아주 약한 압력이 1초에 약 5㎝의 느린 속도로 피부를 스칠 때 가장 강하게 활성화된다. '긴장을 풀어주는 다독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이 터치는 인간이 서로 돌보고 어루만지며 사회적 존재로 함께 진화해왔음을 가리키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신체적 촉각과 감정의 연결이 우리 인간을 친절함과 연민, 공감의 능력으로 이끈 것이다.
연말연시가 되면 '독거노인'이나 요양원 거주 노년을 찾는 발길이 바빠진다. 쌍화탕, 파스, 핫팩, 귤 등 물품 전달'식'은 종종 한해를 마감하는, 사회적으로 적절한 의례로 소개된다. 그러나 이것이 당사자가 원하는 의례일까. 이 부분에서 우리는 너무 나태하거나, 상상력이 빈곤해진 게 아닐까. 마이테 알베르디 감독의 다큐 '요양원 비밀요원'에서 우리가 마주치는 요양원의 저 한없이 사랑스럽고 다정한, 한없이 외로운 노년들의 얼굴이 분명히 표현하고 있는 것은 접촉의 갈망이다. 손을 잡고 팔짱을 끼는 것이든, 안아주고 다정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든, 마주 보고 차를 마시는 것이든, 고립이 키운 외로움을 함께 막아서는 더 적극적인 시민적 실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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