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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독일 꺾어서 유감"이란 30대 일본 정치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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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23일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 리그 첫 경기에서 일본이 독일을 꺾자 일본 열도는 흥분에 휩싸였다. 도쿄 시부야역 광장에서 경기를 본 일본인들은 "닛폰!"을 외치며 교차로로 뛰어들었다. 일본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인 트위터에는 ‘"일본 역전" "일본 승리" "도하의 기적" 같은 표현이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일본 정치인이 있다. “일본 대표팀이 이겨서 유감”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린 도쿄도 나카노구 하토리 다이스케(36) 구의원. 일본공산당 소속인 그는 왜 화가 났을까.
하토리 의원은 독일 대표팀이 경기 시작 전 입을 오른 손으로 입을 막는 퍼포먼스를 했다는 마이니치 신문 기사를 공유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성소수자를 지지한다는 의미의 무지개 완장 착용을 금지한 것은 인권 탄압이자 표현의 자유 억압이라는 게 퍼포먼스의 취지였다. 하토리 의원은 “일본 축구협회와 독일 축구협회의 차이를 보여 준다. 일본이 이기게 되어 유감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는 글을 공유한 기사에 덧붙였다. 일본팀은 그런 퍼포먼스를 하지 않은 것에 실망을 표출한 것이다.
일본인들은 분노했다. "(하토리는) 일본이 싫어", "나카노구 의원" 등이 트위터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 역사 문제에 대해 일본의 책임을 강조하고 평화 외교를 주장하는 일본공산당을 혐오하는 우익 네티즌들은 기회를 만났다는 듯 저주를 퍼부었다. “일본을 이렇게 싫어하면서 일본인 세금으로 밥 먹고 살다니 유감이다. 일본공산당에만큼은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 “(하토리는) 일본을 싫어하는 한국인이다. 빨리 일본에서 쫓아내야 한다” 같은 악성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일본공산당의 반응은 분분했다. 한 기초자치단체 의원은 “일본인이라고 해서 일본의 스포츠 국가대표팀을 반드시 응원해야 하는 법은 없다. 나 역시 독일 팀의 용기와 스포츠맨십에 감동해 독일 팀을 응원했다”며 하토리 의원을 옹호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다른 의원은 “일본 축구 선수와 축구 팬들을 존경할 필요는 없지만, 축구에 관심이 없다면 아무 말 하지 않으면 된다”고 꼬집었다.
하토리 의원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일본 대표팀의 싸움은 대단하며, (독일을 이기기까지) 엄청난 노력을 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일본 대표팀을 응원하고 승리를 기뻐하지 않는다면 일본인이 아니다'라는 것이 현재 일본의 분위기일지라도 '일본이 이겨서 다행'이라고 일방적으로 생각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일본공산당을 향한 비판이 더 거칠어지자 하토리 의원은 26일 끝내 사과했다. 그는 “일본 대표팀 선수 여러분은 노력을 거듭하는 페어플레이로 전력을 다해 싸웠다"며 "경의를 표하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당연한 태도였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일본이 이겨서 유감’이란 나의 언동은 실수였다. 죄송하다”고 쓰고 24에 올린 최초의 글을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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