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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월드컵 콤플렉스' 폭발... "우리는 왜 못 나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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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시아 국가들이 2020 카타르 월드컵에서 이변을 일으키며 선전하는 모습에 유독 배 아파하는 나라가 있다. 중국이다. 중국은 축구광인 시진핑 국가주석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 축구에 뜨거운 애정을 쏟아왔지만, 20년 넘게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카타르 월드컵 경기를 시청하는 중국인들의 시선은 어느 때보다 심란하다.
중국인들의 월드컵 사랑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중국 온라인유통업체 징둥닷컴에 따르면, 월드컵 개막 직전 일주일 동안 축구화, 유니폼 등 축구 용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0% 증가했다. 중국 대표팀이 뛰지도 않는 월드컵이지만, 카타르 경기장의 광고판은 중국 기업이 점령했다. 중국 최대 가전제품 기업 하이센스와 유제품 업체 먼니우, 부동산 개발업체 완다, 스마트폰 제조사 비보 등 내로라하는 중국 기업들의 이름이 걸린 광고판을 보지 않고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영국 데이터 분석·컨설팅 기업 글로벌데이터 추정치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이 카타르 월드컵을 포함해 국제축구연맹(FIFA)과 후원 계약을 하며 지불한 돈은 총 13억9,500만 달러(약 1조8,900억 원)에 이른다. 코카콜라·비자·버드와이저·맥도날드 등 미국 기업 총액(11억 달러)보다 많다. 전 세계에 브랜드를 각인시키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14억 중국인들의 월드컵 시청률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카타르 월드컵 개막 사흘째인 지난 24일 중국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에서 '월드컵'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은 6억 건에 달했다.
중국인들은 월드컵에 열광하면서도 마음 한 편엔 서운함을 품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3일 열린 일본과 독일 경기를 현장에서 관람한 중국의 인플루언서의 절규를 담은 영상이 중국에서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상 속 중국인은 일본이 전통의 강호 독일을 상대로 승리하자 오열한다. 일본의 승리가 기뻐서가 아니라 월드컵 본선에서 중국팀을 보지 못하는 게 서러워서다. 그는 "일본은 이웃나라이고 체격도 우리와 비슷한데, 왜 우리는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이기지 못하는가"라며 울부짖었다.
중국 축구는 수십 년째 변방에 머물고 있다. 월드컵 본선 진출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가 유일했다. 그나마 아시아 축구 강호인 한국과 일본이 주최국 본선 자동 출전 규칙에 따라 예선 리그에서 빠진 덕이 컸다. 중국은 당시 3경기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하고 3패, 9실점의 성적을 거두는 데 그쳤다.
중국 사법 당국은 카타르 월드컵 본선행에 실패한 리티에 전 국가대표팀 감독에 대한 감찰을 시작했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26일 "리티에가 중대한 법 위반 혐의로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등으로부터 감찰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2002 월드컵에 출전하는 등 스타 선수였던 리 전 감독은 2020년 1월 중국 대표팀 감독에 취임했다. 카타르 월드컵 예선에서 부진을 거듭했고, 지난해 12월 물러났다.
중국인들의 '월드컵 콤플렉스'가 폭발하고 있는 시점에 그가 감찰을 받게 된 것은 공교롭다. 일각에선 민심의 분노가 시진핑 정부를 향할 것을 예방하기 위해 리 감독을 희생양으로 내세운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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