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장군 강등의 치욕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군대 강등은 군인사법이 규정한 중징계 조치의 하나다. 군인신분을 박탈하는 파면, 해임보다 약하지만 계급사회에서 계급을 내리는 것인 만큼 드물고도 강력한 조치다. 진급은 아예 할 수 없고 현역복무적합 심사대상이 돼 전역이 불가피해진다. 과거에는 장군의 이등병 강등도 가능했지만 현행 법에선 1계급 강등만 허용된다. 대학 졸업장을 위조한 가짜 학사장교 사건처럼 임관무효에 따른 이등병 강등은 지금도 가능하다.
□ 장군 강등은 특히 명예를 생명으로 여기는 군인에게 주홍글씨처럼 수치심을 유발시키는 점에서 치욕형에 가깝다. 미군은 개인비위나 업무불찰에 이런 방법을 활용한다. 테러와의 전쟁 당시 이라크의 아브 그라이브 수용소에서 발생한 가혹행위 책임으로 재니스 카핀스키 준장은 대령으로 강등됐다. 우리의 경우 장군 강등은 군사정권 시절 정치보복 수단이었다. 유신정권에서 윤필용 수도방위사령관, 신군부 군사반란인 12·12사태 당시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의 이등병 강등은 대표적이다.
□ 정 총장은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대장에서 17계급이나 강등되는 굴욕 끝에 불명예 전역했다. 노태우 정부에서 강등 장성 30명과 함께 군적을 되찾고, 문민정부에서 무죄로 명예도 회복해 대전현충원 장군묘역에 묻혔다. 윤 사령관의 경우 유신 직후 불경한 말을 하고 다닌다는 보고가 올라갔다.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에게 “박정희 대통령은 노쇠했으니 형님이 후계자가 돼야 한다”고 말한 것인데 박정희가 격분하면서 사건은 쿠데타 모의로 둔갑했다. 결국 그는 소장에서 이등병으로 강등돼 자신을 따르던 장교 수십 명과 함께 군복을 벗었다.
□ 전익수(52) 공군 법무실장이 준장에서 대령으로 강등됐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22일 자로 재가해 이제 그의 계급은 공군 대령이다. 민주화 이후 첫 장군 강등일 만큼 큰 수모일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도 장군 강등을 검토했으나 당사자가 전역을 지원해 없던 일이 됐다. 전 실장은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와 관련한 군 검찰의 부실한 초동 수사 책임자라는 의혹을 받았다. 강제전역이 아닌 강등 조치를 한 것은 그에 따른 문책일 것이다. 대통령이 장군 진급자에게 수여하는 삼정검(三精劍)의 첫 반납까지 이뤄질지 궁금하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