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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위 위해 군사력 강화 불가피하다"는 일본의 모순과 허점

입력
2022.11.28 09: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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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격 능력 보유, 주변국에 설명 안 해
표적 확정 어렵고 실효성 의문 제기

방위력 강화를 위한 일본 정부의 전문가 회의 좌장인 사사에 겐이치로(왼쪽) 전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22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만나 전문가 회의 내용을 담은 방위력 강화 보고서를 전달하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방위력 강화를 위한 일본 정부의 전문가 회의 좌장인 사사에 겐이치로(왼쪽) 전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22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만나 전문가 회의 내용을 담은 방위력 강화 보고서를 전달하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일본이 ‘반격 능력(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 의사를 밝히며 안보 정책의 대전환을 예고했다. 북한, 중국, 러시아 때문에 안보 위험이 커지는 만큼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일본이 내세우는 논리이다. 그러나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써 무력에 의한 위협이나 무력 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고 헌법에 명시한 패전국 일본이 그런 선택을 할 정당성과 명분이 있는지에 대한 논란은 해소되지 않았다.


①전수방위 원칙 위배 논란

일본 정부는 올해 안에 3대 안보문서를 개정해 적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을 확보하겠는 입장이다. 단, 방어를 위해서만 국방력을 최소한도로, 수동적으로 행사한다는 전수방위 원칙을 벗어나지 않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전수방위 원칙을 깨는 것은 2차 세계대전 패배 이후 제정한 소위 '평화헌법'을 파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그간 전수방위 원칙과 헌법의 해석을 바꾸는 식으로 선을 넘어왔다.

일본은 반격 능력 사용 요건을 ‘상대국이 공격에 착수했을 때’로 제한하면 선제 공격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격 착수의 정의가 모호하다는 것이 문제이다. 일본군이 착수 시점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악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은 사거리 3,000㎞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해 2030년까지 자체 배치한다는 시간표를 마련했다. 이를 ‘최소한의 무력'이라고 볼 수 있는지도 논란거리이다.


②국민·주변국에 설명 안 해

전후 일본이 평화헌법을 만들고 전수방위 원칙을 표명한 것은 다른 나라에 위협을 가하지 않겠다는 약속이었다. 상대국을 원거리에서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장사정 미사일 배치를 추진하는 것은 이 같은 약속을 거스르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상당하다.

집권 자민당은 주변국은 물론이고 방위력 강화에 회의적인 일본인들에 대한 설명과 설득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 올해 안에 반격 능력 보유를 안보 문서에 명기할 것을 추진하면서도 공식적으로는 “모든 선택지를 검토한다”(기시다 후미오 총리)고만 말해왔다. 일본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세계 경제 위기 등 혼란기를 악용하는 것이라는 시선도 없지 않다.

“반격 능력 보유 추진으로 전수방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다른 나라의 불안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도쿄대 이시다 아쓰시 교수) 등의 신중론은 소수 의견에 그치고 있다.


③실질적 ‘억지력’ 있나

일본은 중국, 북한 등 주변국이 미사일 개발 능력을 적극적으로 키우는 상황에서 요격으로만 대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직접 타격할 수단이 있어야 실질적 억지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억지력이라는 실체 자체가 모호하며, 일본이 미사일 배치 확대 등으로 강화하겠다는 방위력의 실효도 불분명하다는 반론도 있다.

엔도 겐 도쿄대 대학원 교수는 “상대가 위협으로 인식하지 않으면 억지는 성립되지 않는다”며 “현대 전쟁에선 미사일이 이동식 차량이나 잠수함에서 발사되므로 표적을 정확히 알기 어렵고, 주요 군사시설의 사령부는 견고한 지하 시설에 있어 파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사정 미사일 1,000발로 상대의 공격 의도를 뒤집는 정도의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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