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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출전 선수 향한 경고?'...이란, 전 국가대표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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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축구 간판스타가 반정부 시위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카타르 월드컵 국가대표팀의 목숨을 건 ‘침묵시위’로 전 세계 이목이 이란 인권 문제에 쏠린 지 사흘 만이다.
이란 당국이 본보기 차원에서 경고성 탄압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두 달 넘게 이어진 시위로 30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고, 각종 인권 유린 증언도 속출하면서 국제사회는 직접 진상을 조사하기로 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란 보안군은 프로축구단 풀라드 후제스탄 소속 선수 부리아 가푸리(35)를 체포했다. 가푸리는 이번 월드컵 국가대표로 발탁되진 않았지만, 2018년 러시아 월드컵까지 28차례나 국제 대회에 출전한 이란 대표 수비수다. 그에게 덧씌워진 건 ‘반체제 혐의’다. 현지 관영 파르스통신은 “이란 국가대표팀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이슬람 공화국에 반대하는 선전·선동을 퍼뜨린 게 구금 이유”라고 설명했다.
가푸리는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간 뒤 의문의 죽음을 당한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공개적으로 애도해 왔다. 또 쿠르드족을 희생양 삼는 정부 행태를 규탄하며 반정부 시위 폭력 진압을 멈추라고도 촉구했다. 숨진 아미니와 가푸리는 모두 쿠르드 출신이다. 이란 당국은 반정부 시위 배후에 쿠르드족 등 분리주의 세력이 있다고 보고 거센 탄압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체포 시점이 공교롭다. 사실 가푸리의 반정부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과거에도 이란 정부의 권위주의 행태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2019년에는 축구 경기를 직접 관람했다는 이유로 투옥됐다 숨진 여성을 기리며 여성 인권 목소리를 높였고, 소수민족에 대한 폭력적인 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당국으로부터 “운동선수는 정치적 사안을 언급하지 말아야 한다”며 수 차례 징계를 받긴 했지만, 이날처럼 체포로 이어진 건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가푸리의 입을 틀어막은 것은 선수 개인의 일탈 행위 제재 차원을 뛰어넘어, 카타르 월드컵에서 뛰고 있는 이란 축구대표팀을 향한 ‘경고 메시지’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가디언은 “가푸리 체포는 카타르에 있는 이란 대표팀 선수들에게 ‘항의를 반복하지 말라’는 경고”라고 해석했다. 이란팀이 25일 웨일스와 2차전을 치르는데, “나흘 전 행동을 되풀이하지 말고 눈치껏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는 얘기다. 이날 이란 선수들은 개막전과 달리 경기장에 국가가 울려퍼지자 노래를 따라불렀다. '침묵시위'를 계속하면 귀국 후 보복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해석이 분분하다.
반정부 시위대를 향한 이란 정부의 탄압 수위가 연일 높아지면서 유엔도 팔을 걷어붙였다. 이날 유엔 인권이사회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특별 회의를 열고 이란 정부 인권침해 의혹을 조사하는 독립 조사단을 꾸리는 데 합의했다.
참석한 47개국 가운데 25개국이 찬성표를 던졌다. 16개국은 기권했고, 중국·아르메니아·쿠바·에리트레아·파키스탄·베네수엘라 6개국은 반대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은 지난 22일 정부의 시위 강경 진압으로 어린이 40명을 포함해 300명 이상이 숨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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