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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도 응원도 열심히"... 4년 만에 광화문광장 가득 메운 붉은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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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기가 워낙 뜨거워 하나도 춥지 않아요!”
2022 카타르 월드컵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우루과이전 첫 경기가 열린 24일 밤 광화문광장은 말 그대로 흥분의 도가니였다. 날이 어둑해지자 ‘거리응원 메카’ 광화문광장은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시민들로 일찌감치 가득 찼다. 이날 광장에는 3개의 대형 스크린이 설치됐다. 거리응원은 한 달 전 터진 국가적 비극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했다. 스크린에는 “PRAY FOR ITAEWON(이태원을 위해 기도합니다)” “안전하고 질서 있는 우리들의 뜨거운 응원이 지난 아픔의 위로와 용기가 되기를 기원합니다”라는 문구가 떴다.
시민들은 태극기와 붉은색 머리띠로 분하고 기념 사진을 찍는 등 4년 만에 찾아온 스포츠 축제를 한껏 즐겼다. 밤이 되자 쌀쌀해진 날씨를 의식해 두툼한 담요와 외투로 중무장한 응원객도 여럿 눈에 띄었다. 2002 한일 월드컵 때 전국을 수놓은 ‘Be the Reds(붉은악마가 돼라)’ 티셔츠도 다시 등장했다. 시민 김상준(34)씨는 “대표팀이 반드시 승리해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줬으면 좋겠다”며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경기 시간인 오후 10시가 가까워 오자 광장에는 빈틈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최근 군중 밀집행사에 집중된 안전 우려를 감안한 듯 경찰과 주최 측은 보행로 확보를 위해 경광봉과 호루라기를 들고 시민들이 잠시 멈출 조짐을 보이면 “바로 이동해달라”고 재촉했다. 주최 측은 광장 일대를 3개 구역으로 나눠 시민들의 입ㆍ퇴장을 관리했지만, 인파가 계속 늘어나자 경찰은 세종대로 일대 2.5개 차로를 밀어 추가 응원구역을 확보했다. 김모(36)씨는 “응원하는 사람보다 안전요원이 더 많은 것 같다”며 “확실히 참사 여파가 느껴진다”고 혀를 내둘렀다. 경찰은 광화문광장에 2만6,000~3만 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미처 광장에 합류하지 못한 시민들은 종각역 젊음의 거리 등 인근 술집으로 삼삼오오 몰려들었다. 대부분 퇴근 시간에 맞춰 느긋하게 ‘치맥(치킨+맥주)’을 즐기며 앞서 열린 스위스와 카메룬 경기를 시청했다. 이태형(29)씨는 “출근시간이 오전 8시인데 미리 반차를 내 오늘 밤은 실컷 즐길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주점에서 자리를 잡지 못해 거리를 배회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강승원(22)씨는 “광장에 사람이 많아 종각으로 왔는데 여기도 꽉 들어차 마땅히 들어갈 곳이 없다”면서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경찰은 광장뿐 아니라 종각 일대도 수시로 순찰하며 인파 관리에 신경을 썼다.
상인들 역시 모처럼 찾아온 ‘월드컵 대목’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종로의 한 호프집 사장은 “월드컵에 대비해 대형 스크린을 두 개나 설치했다”며 “예약은 이미 이틀 전 마감됐고, 일일 최고 매출을 기록할 것 같다”고 기대했다. 한 치킨집 직원도 “배달은 2시간, 포장은 1시간이 기본”이라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참사 장소인 이태원 일대에도 사고 발생 골목길 주변에 TV모니터와 스피커가 설치되는 등 단체 응원 분위기가 감지됐다. 주점들도 문을 활짝 열어놓고 손님을 기다렸지만, 많은 시민들이 모이지는 않았다. 조모(30)씨는 “아직까지는 마음이 착잡해 추모와 응원 모두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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